[탄핵과 제주/시민광장의 힘] ① 김경희 윤석열퇴진 제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윤석열정권퇴진·한국사회대전환 제주행동은 지난 21일 오후 7시 제주시청 민원실 앞 도로에서 ‘제13차 윤석열 즉각 파면·처벌! 내란세력 청산! 사회대개혁! 제주도민대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윤석열정권퇴진·한국사회대전환 제주행동은 지난 21일 오후 7시 제주시청 민원실 앞 도로에서 ‘제13차 윤석열 즉각 파면·처벌! 내란세력 청산! 사회대개혁! 제주도민대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계엄령이 떨어진 12월3일 밤. 그날 저녁도 어김없이 제주시청 민원실 앞에서 윤석열정권퇴진·한국사회대전환 제주행동(이하 제주행동)의 윤석열 퇴진 촉구 집회가 열렸다.

김경희 제주행동 공동집행위원장(민주노총 제주본부 사무처장)은 집회를 마치고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던 참이었다.

그때 노조 간부로부터 전화 한통이 걸려 왔다.

다짜고짜 “보셨냐. 계엄”이라는 말에 “무슨 소리냐”고 되물었지만, 수화기 너머 떨리는 목소리에 ‘무언가 일이 터졌구나’를 직감했다.

황급히 전화를 끊고 얼른 인터넷에 접속했다. ‘[속보] 윤석열 대통령, 비상 계엄령 선포’라는 한줄짜리 제목 기사가 언론사별로 계속해서 쏟아졌다. 듣보고,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옆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도 뉴스를 확인하고선 황급히 어디론가 전화를 걸며 자리를 떴다.

그는 민주노총 제주본부 사무실로 달려갔다. 사무처 동료들을 불러 모아 실시간으로 보도되는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안 가결, 대통령의 계엄 해제 선포까지 일련의 과정을 밤새 뜬눈으로 지켜봤다.

그럼에도 공포는 가시지 않았다. ‘혹여 계엄군이 제주도청으로 향할까’, 아침 일찍 제주행동 활동가들과 도청에 집결했다.

규탄 기자회견을 마치곤 긴급 대표자 회의를 열어 매일 저녁 제주시청 광장에서 윤석열 퇴진 집회를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 지난 토요일(21일)까지 13차례 윤석열 퇴진 촉구 제주도민대회가 개최됐다.

김경희 제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이 지난 23일 민주노총 제주본부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김경희 제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이 지난 23일 민주노총 제주본부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사회를 맡은 김 위원장은 무대 가장자리에서 시민들의 평화·민주 집회를 지켜본 이다.

그는 정확히 8년 전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때와는 양상이 많이 달라진 모습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에는 박근혜의 비리가 하나둘씩 산발적으로 밝혀지며 집회로 이어졌다면, 지금은 계엄령으로 한순간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며 “8년 전에는 대통령 탄핵, 파면에 목소리가 집중됐다면, 지금은 그 이후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광장의 목소리임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계엄 사태 전 촛불집회에는 제주행동 소속 단체 회원들이 주류였다면, 후에는 너나 할 거 없이 다양한 도민들이 참가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그중에서도 102030세대 여성들과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약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그는 반여성·반인권적인 윤석열 정권 기조가 그들을 광장으로 이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14일 김경희 제주행동 공동집행원장이 제주시청 민원실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제주도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14일 김경희 제주행동 공동집행원장이 제주시청 민원실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제주도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 위원장은 “윤 정권은 여성가족부 폐지 등 반여성정책을 일관해 왔다”며 “이전부터 시민들 마음 한켠에 분노가 있었으면서도 표출할 수 있는 특별한 계기가 없었다면 이번 계엄이 촉발한 것이다. 계엄-탄핵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표현 안에는 이전부터 존재했던 차별과 혐오를 없애야 한다는 의지가 내재해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도 국민 목소리에 귀 닫는 정부와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그는 “뻔뻔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아예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이들”이라며 “시민들 입장에서는 농업 4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나 윤석열이나 똑같다. 대통령이 직무 정지된 것 외에 달라진 게 없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제주행동 차원으로 국민의힘 도의원들의 탈당 요구를 하며 하지 않을 시 제주도의회가 나서 제명하라고 촉구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며 “4.3의 아픔이 있는 제주는 계엄에 대한 상처가 어느 곳보다 큰데, 여당 의원으로써 입장조차 내지 않는다는 것은 내란동조 세력 편에 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위태로울 뻔했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운 데에 광장을 가득 메운 99%의 시민들이 있었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매일 집회를 준비하는 1%의 활동가들이 있다.

윤석열정권퇴진·한국사회대전환 제주행동은 지난 21일 오후 7시 제주시청 민원실 앞 도로에서 ‘제13차 윤석열 즉각 파면·처벌! 내란세력 청산! 사회대개혁! 제주도민대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윤석열정권퇴진·한국사회대전환 제주행동은 지난 21일 오후 7시 제주시청 민원실 앞 도로에서 ‘제13차 윤석열 즉각 파면·처벌! 내란세력 청산! 사회대개혁! 제주도민대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번 계엄 사태 전부터 집회를 이어온 제주행동 소속 도내 32개 시민사회단체·정당 관계자들이다. 가장 먼저 광장에 나와 가장 늦게까지 머물며 평화, 민주 집회를 이끌고 있다.

또 공연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가수들과 대안학교 청소년들, 각종 먹거리 부스 운영으로 시민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기관 관계자들 모두 빠지지 않고 광장에 나와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탄핵 한다고 누군가의 투쟁은 끝날 수 있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한 여고생의 발언이 마음을 울렸다고 했다. 자신이 살아갈 세상을 스스로 만들겠다는 청년들을 보며 힘을 얻었다는 것.

김 위원장은 “윤석열이 박근혜보다 더 많은 실정을 하더라도 그동안 시민들이 주저한 이유는 8년 전 탄핵 이후에도 우리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렇기에 더더욱 이번의 마지막 과정은 국민의 목소리가 언제든 국정에 반영되고, 삶을 바꾸는 데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의 국정을 정상화할 수 있는 사람은 국민들밖에 없다. 제주와 서울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광장이 열리고, SNS를 통해 이를 지켜보고 지지할 수 있게 됐다”며 “광장의 목소리를 들으면 우리 삶을 바꿀 수 있을 거란 희망에 확신이 생긴다. 현 정국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를 변화하고 발전시키길 기대한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제주행동은 민주노총제주본부, 전농제주도연맹, 전여농제주도연합,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노동당제주도당, 노동안전과현장실습정상화를위한제주네트워크,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제주지부, 시민정치연대제주가치,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정의당제주도당, 제주녹색당, 제주민예총,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여성회, 제주주권연대, 제주통일청년회, 제주평화인권센터,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진보당제주도당, 평등노동자회제주위원회,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주민자치연대, 곶자왈사람들,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제주YMCA, 제주흥사단, 제주퀴어프라이드조직위원회, 식민역사문화청산제주회의, 노동열사김동도추모사업위원회, 강정친구들 등 32개 단체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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