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유족들이 제기한 국가 손해배상 사건에 대해 정부가 ‘소멸시효’ 주장까지 내세웠다. 4.3희생자와 유족 결정 이후 3년 이내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청구권이 없다는 주장이다. 

8일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민사부는 1920년생 현모 할머니 등 12명이 제기한 국가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의 변론을 마무리 지었다. 

현 할머니 등 원고들의 1심 일부 승소 판결에 불복한 정부가 항소한 사건이다. 지난해 12월 선고기일이 예정된 상황에서 피고 윤석열 정부가 추가 주장이 있다는 사유로 변론재개를 요구해 이날 추가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윤석열 정부가 추가로 내세운 주장은 ‘소멸시효’다. 

4.3희생자와 4.3유족으로 결정되면 통지서가 전달되는데, 유족들이 통지서를 받고 3년 이내에 배상을 청구하지 않아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주장이다. 

제주4.3특별법이 제정돼 2000년에 희생자와 유족 신청이 이뤄졌고, 이후부터 4.3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결정 통지가 이뤄져 왔다. 현 할머니 등 12명은 2005년에서 2006년 사이 결정된 4.3피해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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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정부의 주장은 4.3희생자와 유족 대부분에 대한 국가 손해배상을 거부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4.3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픈 마음을 더욱 헤집는다. 

4.3특별법이 제정된 지 20여년이 지난 2025년 현재까지도 보완입법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4.3특별법 제정 이후 정부의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 발간 등 조처에도 4.3의 완전한 해결까지 아직 가야할 길이 멀었다는 의미다. 

추가 진상조사와 피해자 명예회복이 시급하고, 아직도 이름을 갖지 못해 ‘4.3 정명(正名)’ 운동도 계속되고 있다. 

원고 현 할머니 등이 4.3유족으로 결정되던 2000년대에도 추가 진상조사 등이 이뤄졌을 시기며, 4.3희생자들의 생존 여부조차 불투명했다. 세월이 많이 지나면서 이제는 고령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될 뿐이다.  

정부의 소멸시효 주장에 대해 원 할머니 등 원고들의 법률대리인은 민법 등을 토대로 반박했다.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손해 발생과 위법한 가해 행위 존재, 가해행위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현실·구체적인 인식이 있을 때를 의미해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 시효가 살아있다는 취지다. 

현 할머니 등 4.3유족들과 관련된 희생자들은 2021년 1월 제주지방법원에서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은 점을 토대로 2021년 1월 청구권 시효가 발생했고, 이번 사건 소송을 2023년 11월 청구했기에 정부의 소멸시효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소멸시효에 대한 양측의 첨예한 공방을 면밀히 판단하기로 약속하면서 이날 모든 변론을 마무리했다.

정부가 반대하는 4.3유족들의 국가 손해배상 사건의 항소심 결과는 오는 2월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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