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생 현모 할머니 등 12명, 정부 상대 소송 제기 일부 승소 확정

제주4.3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유족들의 청구 권리가 확보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1920년생 현모 할머니 등 12명이 제기한 국가 손해배상 사건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최근 확정됐다. 

지난 5일 현 할머니 등 원고들의 법률대리인에게 판결 확정증명서도 발급됐다. 

현 할머니 측이 확정 판결을 받아내면서 원고가 제주4.3 유족들만으로 구성돼도 국가로부터 배상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제주4.3특별법 전면개정 등으로 4.3희생자에 대한 배·보상이 시작되면서 제주에서는 4.3 관련 국가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랐다. 

4.3 손해배상 사건에 대해 법원은 희생자 1억원, 희생자의 배우자 5000만원, 희생자의 자녀 1000만원이라는 손해배상 기준을 세웠다. 다만, 원고에는 ‘4.3희생자’가 포함돼 왔다. 

제주4.3 희생자와 유족은 국무총리 소속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에서 결정된 피해자들이다. 

4.3으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피해자 전원을 ‘희생자’와 ‘유족’이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4.3특별법 제정 이후 여러 정권이 들어섰고, 이들 정권의 정치적 성향, 이념과 관계없이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위원회에서 희생자와 유족으로 결정돼야 한다. 

현 할머니 등이 제기한 이번 소송은 원고 중에 4.3희생자가 없어 관심을 모았다. 10여년 전 서울에서 대전형무소 행방불명 4.3희생자 유족들만의 손해배상 소송이 있었지만, 제주에서는 현 할머니 사례가 처음이다. 

4.3희생자가 포함된 손해배상 소송의 기준점이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유족으로만 구성됐다는 이유로 청구권리가 배제될 가능성 우려도 공존했다. 

제주지법 1심 재판부는 4.3특별법 개정 취지와 진행 과정, 앞선 판례 등을 종합해 현 할머니 등 12명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모두 인정해 국가의 배상을 결정했다. 

유족들의 기쁨은 손해배상을 반대하는 정부의 항소로 오래 가지 못했다. 정부는 유족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났다는 소멸시효 주장까지 내세우면서 법원 판결에 어깃장을 놨다. 

민법상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의 기준을 희생자와 유족 결정 시점으로 잡으면 2005~2006년 사이 유족으로 결정된 현 할머니 등 원고 12명은 청구 권리를 잃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현 할머니 측은 4.3희생자 배·보상의 근거가 된 4.3특별법 개정·시행 시점 등을 아우르면 20여년 전인 희생자, 유족 결정 통지부터 청구 시효가 시작된다는 정부의 주장은 과하다고 반박했다. 

현 할머니의 경우 고(故) 오형률의 아내로, 29세의 나이로 남편을 잃은 4.3유족이다. 1948년 11월 아라동 구산마을이 토벌대에 의해 초토화되면서 셋째를 임신한 상태에서 아들, 딸과 함께 이도동으로 피신했다. 

남편(오형률)이 경찰에 끌려갔다는 소식을 끝으로 행방불명됐으며, 오형률은 2021년 1월 제주지법에서 재심 재판을 받아 명예를 회복했다. 

다행히 광주고등법원 제주재판부도 유족들만으로 구성된 이번 손해배상 사건에 대한 시효 등 청구 권리를 인정해 정부의 배상을 결정했다. 

정부가 기간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으면서 원고 일부 승소한 이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고, 4.3유족들의 손해배상 청구 권리의 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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