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광주고법, 10여년 전 소멸시효 완성 주장 정부 항소 기각

제주4.3 희생자와 유족 결정 통지 3년 이내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정부의 주장이 배척됐다. 

광주지방법원 제주제1민사부(이재신 부장)는 1920년생 현모 할머니 등 12명의 국가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정부의 항소를 12일 기각했다. 

1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로 현 할머니 등 12명에 대한 국가 손해배상이 인정된 것에 불복한 정부가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제주4.3 진상규명 과정과 명예회복, 배·보상 과정 등을 아우르면 4.3 희생자·유족 결정 이후 3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정부의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제주4.3특별법이 제정되면서 2000년부터 희생자와 유족 신청이 시작됐고, 2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추가 희생자와 유족 신고 절차가 진행중이다. 

이번 국가 손해배상 사건의 원고 현 할머니 등 12명은 2005~2006년 사이에 각각 희생자·유족으로 결정된 4.3피해자들이다. 

희생자·유족 결정 통지 때부터 손해배상 청구 권리가 발생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정부의 주장은 사실상 4.3 국가 손해배상을 정면으로 반대하는 것과 다름없다. 앞선 1심에서 4.3유족들은 손해배상 청구 권리가 없다는 주장이 인정되지 않자 항소심에 이르러 소멸시효 완성 주장까지 내세운 상황이다. 

특별법 제정 이후 대다수 피해자들이 4.3 희생자나 유족으로 결정돼 이미 20년 정도 흐른 것이 원인이다. 추가 희생자·유족 신청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의 홍보에도 가족들에게 피해가 될까봐 4.3 피해사실을 숨겼거나 망인인 자신의 가족이 4.3희생자였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는 유족들이 존재해서다. 

현 할머니 등은 2021년 1월 제주지방법원에서 재심을 통해 희생자에 대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현 할머니의 법률대리인 측은 재심이 민법상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에 포함돼 아직 소멸시효가 살아있다고 반박해 왔다. 

다행히 헌법기관인 사법부가 정부의 주장 대신 현 할머니 측의 주장을 인정해 4.3 국가 손해배상의 청구 권리와 청구 시효 등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현 할머니 등 원고들은 4.3희생자, 희생자의 배우자, 희생자의 자녀 등 희생자와의 관계에 따라 일정 수준의 배상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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