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역사의 기록] (113) 희생자·유족 청구재심 2건 3명 ‘무죄’
제주4.3 광풍에 휘말린 아버지가 끌려가는 모습을 목격한 6살 아이가 여든이 넘은 노인이 됐지만,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말을 또렷이 기억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는 11일 오후 희생자·유족 청구재심 2건을 심리해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 등 검사가 청구하는 직권재심과 달리 희생자·유족 청구재심은 4.3희생자나 유족들이 직접 변호인을 선임해 청구한 재심이다.
이날 다뤄진 재심은 유족들이 청구했으며, 1건은 군사재판 희생자 2명, 나머지 1건은 일반재판 희생자 1명이다.
고(故) 정창종은 1948년쯤 비밀리에 집회를 열기로 결의하거나 무허가 시위 행렬에 가담, 전신주를 절단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950년 광주지방법원에서 일반재판을 받아 징역형을 받았으며, 그 뒤로 소식이 끊겼다.
정창종의 아들 정모(82)씨는 고령임에도 직접 법정을 찾아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6살 때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말을 또렷이 기억했다.
아들 정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6살 때 기억이 또렷하다. 학교에 있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찾아왔다. 아버지가 ‘너는 아무런 생각하지 말고 그저 열심히 살아라’고 말하고 끌려가셨다. 끌려가는 와중에 마지막으로 저의 얼굴을 보고 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날 이후로 아버지를 본 적이 없고, 4.3때 정말 힘들었다.할머니와 함께 큰삼촌이 키우는 소 우리에 숨은 적도 있다. 그때 인기척이 느껴지자 할머니가 저를 숨기면서 울지 말라고 다그쳤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아버지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아버지가 죽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때 제가 나이가 어려서 제대로 사실을 확인할 수도 없었다”며 “아버지가 죄를 지었다면 대가를 받아야 하지만, 죄가 없다면 선처해주길 바란다”며 아버지의 명예 회복을 원했다.
희생자와 유족이 청구한 재심을 담당하는 제주지방검찰청 소속 권인표 검사는 4.3희생자들인 피고인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재판부는 재심 대상자들 공소사실에 대한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 대상자(2건에 3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음은 제주4.3특별법 전면 개정 이후 희생자, 유족 청구재심 명예회복 명단.
2022년 3월29일
김정유, 고태명, 이경천, 정양추, 오성창, 홍만선, 강석주, 강병주, 강익수, 김경욱, 양치선, 김경종, 현태집, 김재은, 문성보, 문성언, 박남섭, 양계운, 양운종, 장진봉, 한신화, 양규석, 강상호, 강병식, 강동구, 고명옥, 고윤섭, 변병출, 박원길, 박갑돈, 이재인, 장임생, 한순재
2022년 5월31일
강승하, 김두창, 한창석, 이경원
2022년 6월14일
고창옥
2022년 6월21일
현봉집, 홍숙, 문재옥, 박경생, 양서학, 강상문, 이남구, 양석구, 김천종, 고우삼, 고한수, 강상휴, 김영문
2022년 6월21일
현상순
2022년 8월30일
박원길(2022년 3월29일 명예회복 박원길과 동일인)
2022년 9월6일
김병두, 강일범
2022년 9월13일
오창운, 양부연, 김희중
2022년 9월13일
안의길, 배두봉(호적상 배창아), 김정윤
2022년 10월4일
이보연, 양완택, 양완후, 문종수, 현춘화, 문성환, 오군정, 오동정, 오자신, 현기방, 현기운, 박중화, 김승종, 장문빈, 오임길, 양성준, 김윤일, 김계진, 오두길, 현달평, 현영수, 오인호, 오한생, 김영수, 김봉현, 한형용, 오병규, 오인표, 오문옥, 오두찬, 오두진, 송두림, 문석도, 문옥주, 강병선, 강창온, 현태화, 현창제, 임세봉, 임원전, 이대성, 오자춘, 김익현, 김경두, 고문택, 문종우, 강용수, 강창협, 고종민, 김민학, 김상효, 김영주, 김영창, 김찬배, 김덕문, 박세림, 박필휴, 부성찬, 이양도, 이창효, 현우방, 강도원, 이맹복, 부을생, 송종수, 한탁섭
2023년 1월31일
김희두, 양치수, 양경칠, 고을선, 부한영, 임효봉, 임방혁, 김근일, 이근효
2023년 4월4일
윤인관, 김일현, 박정생, 강기옥
2023년 5월30일
부오경, 임태혁, 오문정, 김태언, 강윤화, 김두옥, 김규훈, 김신훈, 문성주, 이유환, 김용택
2023년 8월29일
김한홍, 황계봉, 고행문, 양종호, 강태진, 김정화, 한충남
2023년 11월14일
김남일, 윤인규, 강태휴, 김정수
2024년 7월16일
고문찬
2024년 9월3일
임덕수, 강동열
2025년 2월11일
강상룡, 고옥규
2025년 2월11일
정창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