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역사의 기록] (118) 22차 일반재판 직권재심 전원 무죄

아무 죄도 없이 끌려가 흠씬 두들겨 맞은 뒤 빨간줄이 그어졌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집행유예를 받아 옥살이는 면했다. 그러나 실형으로 형무소에 간 이들의 소식은 영원히 들을 수 없었다.
8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노현미 부장)는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합동수행단)’이 청구한 제22차 일반재판 직권재심 대상자 20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무죄를 선고받은 이들은 모두 망인(亡人)으로 4.3 당시 농사를 짓거나 생계를 이어가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군경에 의해 불법 연행된 이후 ‘죄 없는 죄인’이 됐다.
이번 재판도 다른 직권재심 사건과 마찬가지로 합동수행단은 무죄를 구형, 변호인은 무죄를 항변했다. 재판부 역시 공소사실을 증명할 수 없다며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법정에서 고(故) 김병화의 장남 김용식 씨는 “4.3 당시 모친이 ‘느네 아방은 아무 죄도 없이 끌려갔져’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친은 두들겨 맞은 후유증으로 아파하면서도 1950년 6.25 전쟁에 뛰어들어 나라를 지켰다고 강조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故 김병화는 1950년 2월4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법령 19호 위반, 내란방조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검찰은 고인이 반정부 조직을 강화하기 위한 토의에 나선 뒤 시위를 감행하고 삐라를 살포했으며 폭도의 식량을 운반했다는 등 혐의를 뒤집어 씌웠다.
김씨는 “본적은 노형동인데 4.3 당시 집이 모두 불타면서 남의 집을 전전하며 살았다”며 “내도동까지 옮겨가 살면서 매일 1시간씩 걸어가 노형동에서 농사를 지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큰아들인 제게 농사를 지어야 하니 동생들을 잘 돌보라고 했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이어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취업을 위해 호적등본을 뗐는데 그때 빨간줄이 있었고 직장도 들어갈 수 없었다”며 “그렇지만 이제는 제주도에 평화가 왔고 조금은 살맛나는 것 같다. 앞으로 이런 비극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재판부에 감사를 표했다.
이번 재판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이들은 오도흠, 김병화, 부규방, 양동직, 문종옥, 오남숙, 오영호, 김종하, 김양선, 강인현, 고성학, 김두석, 고창잠, 고두옥, 양성수, 송만표, 강위옥, 양병오, 강순옥, 김태준 등 20명이다.
이들 대부분 제주4.3 당시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지만, 일부는 징역 실형으로 육지 형무소에 보내지기도 했다. 이른바 폭도에게 식량과 자금을 제공했다거나 삐라를 살포했다는 등 혐의를 받았다. 부상자 80명을 치료했다는 혐의로 금고형을 선고받은 피해자도 있었다.
다음은 직권재심 명예회복 명단(최근 10개 사건)
56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4년11월19일)
강창규, 고기숙, 이달순, 오봉춘, 김명선, 전생금, 문두현, 김영숙, 김여화, 양상진, 강남주, 강길수, 윤동혁, 문종담, 김영찬, 허림, 김순선, 강선여, 김희익, 고승화, 전학종, 김치영, 이정인, 김태호, 이완배, 고난향, 김태경, 강중석, 부덕현(부영진), 전인하
17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4년11월19일)
양상진, 고승현, 문달화, 양병기, 김원체, 오두석, 문상호, 김태석, 전봉주, 김형택, 김팔부, 장인관, 이을생, 이평규, 이인순, 백문수, 백문옥, 강세규, 진원택, 김영욱
57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4년 12월10일)
김묘생, 박생운, 김여선, 고영규, 김평후, 이창현, 양경하, 고정규, 정병오, 김선익, 김대규, 한만년, 좌중희, 고봉철, 김봉후, 김형인, 현채옥, 이승홍, 이군방, 문계현, 오병현, 윤공례, 이종주, 이종인, 정병하, 양을생, 김용승, 임성범, 진달근, 김영숙
18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4년 12월10일)
한상섭, 한진섭, 김태중, 김원준, 박성택, 양귀, 강중하, 문혁하, 백인명, 오인백, 오병문, 임정길, 오태문, 김갑순, 강재반, 김용숙, 양석보, 김상두, 현창식, 김지담
19~20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5년 2월11일)
김영주, 강병순, 김승림, 고석부, 현필현, 김용문, 양봉언, 이운경, 박달천, 고태붕, 고승호, 박중원, 김태봉, 강순교, 양창주, 김묘현, 고기백, 고창현, 고두선, 문상림, 김시화, 문창석, 박윤옥, 김호선, 양원민, 오용범, 강대형, 김관진, 김용원, 이승조, 정남흥, 안재흥, 김기석, 임록협, 한명석, 양태옥, 김진호, 김경호, 박기출, 김하균
58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5년 2월11일)
김장암, 현봉추, 현진옥, 김공현, 김여량, 양영구, 고성봉, 현진, 임영호, 정명순, 강윤부, 김두천, 문자언, 안한봉, 안해봉, 고점필, 홍찬효, 현병익, 강근택, 강위보, 정관휘, 김택환, 이하윤, 강성희, 이상호, 강순현, 오치홍, 이경수, 김진주, 문수명
59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5년 4월8일)
이기찬, 전영윤, 홍중보, 장도현, 김병화, 김군산, 고춘생, 김전호, 현기추, 송인현, 변만조, 고영문, 고일철, 김방하, 이복순, 김범진, 박화춘, 안임생, 김춘화
23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5년 4월8일)
임동야, 이상봉, 현봉규, 현두평, 조재두, 정창옥, 고태규, 강석규, 강관주, 안창규, 김태인
장성근, 현철종, 김시보, 우성대, 강진희, 이봉휴, 고신순, 황승휴, 김창순
21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5년 7월8일)
김한석, 우정생, 정옥련, 문도훈, 김명국, 강원선, 강몽필, 송남규, 양기형, 오남곤, 김태우, 김완봉, 진생남, 고대호, 김봉우, 서인수, 고재철, 김진국, 김탁하, 문팽용
22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5년 7월8일)
오도흠, 김병화, 부규방, 양동직, 문종옥, 오남숙, 오영호, 김종하, 김양선, 강인현, 고성학, 김두석, 고창잠, 고두옥, 양성수, 송만표, 강위옥, 양병오, 강순옥, 김태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