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제주, 도교육청 ‘교원 인식 조사’ 결과 분석 발표
“번호 공개 금지 섣불러, 실질적 소통 플랫폼 마련해야”

제주도교육청이 이달 초 교원 인식 조사를 토대로 ‘교원 교육활동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전교조 제주지부가 섣부른 조치 대신 근본적, 실질적 대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제주지부는 26일 오전, 제주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교육청이 실시한 ‘교원 인식 조사’ 분석을 통한 실태 진단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 6월 교육청이 지난 6월 도내 교원 15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이다.
조사 결과 응답자 교사 4명 중 1명(24.59%)은 교내 민원대응팀의 존재를 몰랐으며, 또 절반 가까이는 민원 응대 자료가 교내 배포된 사실을 모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해 전교조 제주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민원 대응 매뉴얼이 마련됐고, 지난 5월 현승준 교사 사망 사건 직후 관련 설문조사가 진행됐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매뉴얼과 제도가 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방증이며 기존 체계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철저한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결과”라며 “실효성 없는 제도는 교사들을 또다시 고립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청은 이번 조사 이후 교원 개인 연락처 공개를 일절 금지하고 각 학교별 공식 민원창구를 마련하는 내용이 담긴 ‘교원 교육활동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민원을 학교 대표전화나 온라인 시스템 등 지정된 창구를 통해서만 하도록 하고 접수된 민원은 학교장 책임 아래 교감과 행정실장이 중심인 ‘학교민원대응팀’이 처리토록 원칙을 세웠다.

조사 응답자 중 개인 연락처를 공개하는 교원은 476명으로 전체의 30.32%에 이르렀다. 학교급별 공개 비율을 살펴보면 특수학교가 68.18%, 고등학교 56.13%, 중학교 40.71%였다.
유·초등 교원의 공개 비율은 각각 2.94%, 11.42%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는데 이는 개인 번호 대신 ‘하이클래스’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소통하고 있는 이유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공개하는 이유로는 ‘학생과의 소통을 위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다른 소통 방법이 없어서’. ‘학부모 요청에 의해’ 등 응답이 나왔다. 전교조 제주는 “중고교 교원들은 번호 공개 없이 소통할 수 있는 대안이 부족해 공개 비율이 높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 교원들은 개인 번호 공개 불이익을 알면서도 공개한다. 대안이 부족한 상황에서 개인 번호 공개 금지 선언은 섣부른 조치가 될 수 있다”며 “핵심은 금지 선언이 아니라 번호를 공개하지 않고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또 “교사 개인 연락처 노출 방지를 위한 지금까지의 대안은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게 없다. 어떤 대안이 실효성 있는지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단순히 번호 공개 금지 여부만을 둘러싼 이분법적 논의에서 벗어나 실질적 소통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제주는 “교육청이 내놓은 ‘교육활동 보호 정책 강화 방안’은 또다시 제도를 나열했을 뿐, 왜 기존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성찰은 없다”며 “제대로 된 진단 없이 발표한 대책들은 형식적 제도 마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사들이 민원 대응 관련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학교나 교육지원청 차원의 적극적 개입과 법적·제도적 장치였다”며 “악성민원에 대한 엄정한 대응, 교육청의 적극적 대응, 학교 민원팀의 대응 응답이 많다는 것은 현재 교사들이 느끼는 불안과 부담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보장된 교사의 권리는 단순한 안내를 넘어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조건과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또 이번 조사에서는 교육공동체 문화 복원이나 관계 회복에 대한 의견을 묻는 항목은 전혀 없었다. 제도적 보완에만 집중할 뿐 문화나 관계 회복에 대한 의지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 제주는 “학교 내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구축, 교사가 민원에 혼자 맞서지 않고 학교 공동체가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현장의 높은 불안감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