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역사의 기록] (121) 26차 일반재판 직권재심 20명 무죄

억울한 죄를 뒤집어쓴 것으로도 모자라 행방불명된 아버지. 아픔을 뒤로하고 어떻게든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남겨진 고통을 오롯이 감내해야 했던 어머니.
제주4.3 희생자 고(故) 강창우의 딸 강순재 씨의 흐느낌에 법정은 한순간에 숙연해졌다.
23일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노현미 부장)는 오전에 이어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합동수행단)’이 청구한 제26차 일반재판 직권재심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故김봉호 등 피고인인 희생자 20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를 선고받은 이들은 모두 1947~1948년에 누명을 뒤집어쓰고 징역형과 벌금형 등을 선고받은 죄 없는 죄인이었다. 죄를 증명할 증거 없이 끌려가 유죄를 선고받은 것이다.
법정에서 발언 기회를 얻은 유족 강순재 씨는 “나보다 몇백 배, 몇천 배 큰 아픔을 겪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여기 앉아 이야기를 듣기 힘들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흐느꼈다.
분위기가 숙연해진 가운데 강씨는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태어났고 이 세상에서 아버지 이름을 불러보지도 못했다”며 “4.3에 대한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고 신원조회 당할까봐 마음을 졸였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는 감옥에 다녀온 뒤 다시 잡혀가 행방불명되셨다. 이런 일들이 지금에야 세상에 밝혀지고 있는데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다”며 “오늘 판결이 아픔을 오롯이 겪고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날 재판도 다른 직권재심 사건과 마찬가지로 합동수행단은 무죄를 구형, 변호인은 무죄를 항변했다. 재판부 역시 공소사실을 증명할 수 없다며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재판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이들은 김봉호, 강창우, 양영춘, 현순종, 고성춘, 한우섭, 홍두표, 이동준, 임백기, 고원식, 조경호, 임기방, 이경문, 문기남, 김순경, 강을생, 윤수형, 이승택, 기경출, 송휴진 등 20명이다.
노 부장판사는 “희생자들에게 맺힌 억울함과 가족들의 숨죽임이 얼마일지 가늠하기 힘들다. 지난 재판에서 날아갈 것 같다고 한 유족의 말로 그동안 짓눌린 억울함이 얼마일지 조금이나마 가늠해볼 수 있겠다”며 “이 판결이 짓눌린 억울함을 푸는 선고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을 포함해 이날 하루 동안 직권재심 일반재판 재심을 통해 명예를 회복한 4.3피해자는 모두 40명이다. 누적으로는 총 361명으로 집계된다.
다음은 직권재심 명예회복 명단(최근 10개 사건)
18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4년 12월10일)
한상섭, 한진섭, 김태중, 김원준, 박성택, 양귀, 강중하, 문혁하, 백인명, 오인백, 오병문, 임정길, 오태문, 김갑순, 강재반, 김용숙, 양석보, 김상두, 현창식, 김지담
19~20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5년 2월11일)
김영주, 강병순, 김승림, 고석부, 현필현, 김용문, 양봉언, 이운경, 박달천, 고태붕, 고승호, 박중원, 김태봉, 강순교, 양창주, 김묘현, 고기백, 고창현, 고두선, 문상림, 김시화, 문창석, 박윤옥, 김호선, 양원민, 오용범, 강대형, 김관진, 김용원, 이승조, 정남흥, 안재흥, 김기석, 임록협, 한명석, 양태옥, 김진호, 김경호, 박기출, 김하균
58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5년 2월11일)
김장암, 현봉추, 현진옥, 김공현, 김여량, 양영구, 고성봉, 현진, 임영호, 정명순, 강윤부, 김두천, 문자언, 안한봉, 안해봉, 고점필, 홍찬효, 현병익, 강근택, 강위보, 정관휘, 김택환, 이하윤, 강성희, 이상호, 강순현, 오치홍, 이경수, 김진주, 문수명
59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5년 4월8일)
이기찬, 전영윤, 홍중보, 장도현, 김병화, 김군산, 고춘생, 김전호, 현기추, 송인현, 변만조, 고영문, 고일철, 김방하, 이복순, 김범진, 박화춘, 안임생, 김춘화
23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5년 4월8일)
임동야, 이상봉, 현봉규, 현두평, 조재두, 정창옥, 고태규, 강석규, 강관주, 안창규, 김태인
장성근, 현철종, 김시보, 우성대, 강진희, 이봉휴, 고신순, 황승휴, 김창순
21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5년 7월8일)
김한석, 우정생, 정옥련, 문도훈, 김명국, 강원선, 강몽필, 송남규, 양기형, 오남곤, 김태우, 김완봉, 진생남, 고대호, 김봉우, 서인수, 고재철, 김진국, 김탁하, 문팽용
22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5년 7월8일)
오도흠, 김병화, 부규방, 양동직, 문종옥, 오남숙, 오영호, 김종하, 김양선, 강인현, 고성학, 김두석, 고창잠, 고두옥, 양성수, 송만표, 강위옥, 양병오, 강순옥, 김태준
24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5년 7월8일)
김정택, 현봉석, 최운길, 강희진, 문성순, 홍성태, 김홍집, 강순열(이명 강순옥), 채수삼, 김덕수, 오동식, 김기식, 오기봉, 진영숙, 김두규, 고방전, 부덕삼, 안상숙, 오창서, 고군옥
25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5년 9월23일)
김태규, 홍종봉, 박신원, 지문옥, 오태전, 김옥선, 홍중화, 오태순, 오태보, 김윤평, 김희관, 한형조, 정홍남, 강인식, 고한성, 좌우보, 김두만, 김성훈, 조원배, 안대규
26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5년 9월23일)
김봉호, 강창우, 양영춘, 현순종, 고성춘, 한우섭, 홍두표, 이동준, 임백기, 고원식, 조경호, 임기방, 이경문, 문기남, 김순경, 강을생, 윤수형, 이승택, 기경출, 송휴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