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문 서귀포시장 “도민사회 논란엔 송구…의견 더 들어보고 철거-보존 결정”

서귀포 최초의 극장인 옛 관광극장(왼쪽)과 이중섭미술관 신축 공사현장 출입구가 붙어 있다. ⓒ제주의소리
서귀포 최초의 극장인 옛 관광극장(왼쪽)과 이중섭미술관 신축 공사현장 출입구가 붙어 있다. ⓒ제주의소리

서귀포시가 6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제주 이중섭로 옛 관광극장을 공론화 과정 없이 철거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과 관련해 “안전상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이 문제로 도민사회에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서는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향후 철거·보존 문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며 두루뭉수리 넘어갔다.

오순문 서귀포시장은 24일 오전 10시 30분부터 ‘관광극장 현안 관련 브리핑’을 갖고 철거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관광극장 철거는 이중섭미술관 신축 공사가 본격화되면서 공론화 절차도 없이 올해 결정됐다.

서귀동 532-1번지 일대 새로운 이중섭미술관은 기존 부지를 포함해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계획됐다. 연면적은 5982㎡로, 옛 미술관보다 약 10배 이상 크다. 

이중섭미술관 지하층 마련을 위한 터파기 공사가 진행되면 관광극장이 문제가 된다는 의견이 나와 서귀포시는 올해 5월 정밀안전진단을 진행했다. 

정밀안전진단 결과 ‘E등급’이 나왔고, 용역진은 철거보다 보수·보강 비용이 더욱 많이 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귀포시는 이러한 용역진의 의견을 토대로 관광극장 철거를 결정했다. 이후 관광극장 철거계획에 대한 설명회를 올해 6월부터 9월까지 총 3차례(6.12, 7.30, 9.9) 진행했다.

지난 19일 외벽 철거공사가 시작됐고, 이튿날인 20일 제주도건축사회 등의 민원 제기로 공사가 일시 중단됐다.

관광극장 외벽 철거 공사가 중단돼 있다. ⓒ제주의소리
관광극장 외벽 철거 공사가 중단돼 있다. ⓒ제주의소리

이와 관련해 오순문 시장은 “안전을 전제로 한 합리적 보존·활용 가능성, 철거 후 활용 방안 등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그 과정에서 지역주민과 문화예술단체,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건축사회와 일부 시민들이 서귀포 최초의 극장과 홑담 구조의 근대 건축물인 관광극장 보존을 ‘주장’하고 있다. 안전을 담보한 보존·활용 방안을 제안해달라고 건축사회에 요청했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극장 철거 여부가 이중섭미술관 신축 공사에 영향을 끼치면 안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며 이중섭미술관 신축 공사는 기존대로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다양한 질의에도 관광극장 철거·보존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철거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의 당위성 설명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오 시장은 ‘철거 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올해 5월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했는데, 특수공법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현실적으로 보존이 어렵다고 판단해 철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건축사회에서 관광극장 보존을 위한 공법 등을 제안해도 정밀안전진단 용역진처럼 특수공법을 제시할 수 밖에 없어 서귀포시의 ‘철거’ 방침은 유지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오순문 서귀포시장이 24일 관광극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오순문 서귀포시장이 24일 관광극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다만, 공유재산 처분 심의 절차를 생략한 점에 대해서 ‘실수’를 인정했다.

오 시장은 “행정재산인 관광극장 멸실(철거)을 위해서는 건축물 전체 부지를 봐야 하는데, (철거가 이뤄진) 외벽만 별도로 판단한 실수가 있다. 외벽만 보면 신고 대상이라서 신고필증을 받고 철거공사가 시작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건축사회가 대안을 제안하면 ‘안전’을 전제로 보존·활용 가능성, 철거 후 활용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1960년 준공된 관광극장은 서귀포지역 최초의 극장으로 1963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1999년에 36년간 이어진 영업이 끝났고, 서귀포시는 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는 목표로 2013년부터 무상임대로 사용해오다 2023년 12월 관광극장을 공유재산으로 매입했다.

당시 정밀안전진단 D등급을 받았음에도 작가의 산책길, 전시실 등으로 활용되어 왔다. 4년 전에는 ‘제주다운 건축상’을 수상한 바 있다. 

관광극장 외벽 철거 당시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관광극장 외벽 철거 당시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