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내부 공유 1시간후 재난문자 발송
일부 도민들 헛걸음...공직자도 동원령

제주도가 ‘차 없는 거리’ 취소를 공직자들에게 먼저 알리고 뒤늦게 도민들에게 행사 취소를 통보하면서 시민들이 헛걸음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27일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날 예정된 ‘2025 차 없는 거리 자전거&걷기 행사’를 전격 취소하고 안전안내문자(재난문자)를 통해 행사 취소를 공지했다.
제주도는 오전 7시20분 제주 북부에 호의주의보가 발효되자 7시30분 상황판단회의를 진행했다. 빗길 자전거 안전사고 문제 등이 거론되면서 7시50분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회의 직후 제주도는 내부 메신저 알리미를 통해 공직자들에게 행사 취소를 알렸다. 각 부서와 산하 기관 카카오톡 메신저에서도 취소 내용이 공유됐다.
이어 오전 7시58분 사전 신청자 4800여명에 행사 취소를 문자메시지로 알렸다. 자전거 행사 신청자 700여명에도 안내가 이뤄졌다.


반면 도민들에게는 행사 시작 11분 전인 오전 8시49분 재난문자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이는 공직자들에게 전파된 후 1시간이 지난 시점이다.
뒤늦은 공지로 행사장인 제주시 애향운동장에는 헛걸음하는 시민들이 속출했다. 행사 진행을 위해 일찍 현장을 찾은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연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우리)단체에서 참가하라고 해서 버스까지 타고 왔는데 도착한 이후에 재난문자가 왔다”며 “일찍이라도 알려줘야지. 헛수고 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시민도 “새벽에 비가 많이 왔지만 빗줄기가 점차 줄어들어서 찾아왔다. 행사를 할 줄 알았는데 나중에 휴대폰을 보니 문자가 덩그러니 와 있었다”며 난처해 했다.


현장에 동원된 일부 공직자도 불만을 터트렸다. 한 공무원은 새벽부터 서귀포시에서 비를 뚫고 제주시로 넘어왔다며 동료 직원들에게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제주도는 행사의 성공적 운영을 이유로 산하 기관에 동원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모 지방공기업에서는 ‘부서별 2인 필수 참석’ 명단 제출까지 이뤄졌다.
애꿎은 주변 상인들도 피해를 입었다. 제주도는 차량 통제로 인한 상인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상가를 직접 찾아 사전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일부 사업장은 오전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행사장 인근의 식당가에서는 공직자와 자원봉사자, 참가자의 방문을 기대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행사장 인근 모 식당 운영자는 “사람들이 밀릴 줄 알고 음식을 많이 준비했다”며 “아침 일찍 공무원이 문자로 행사 취소 사실을 알려왔다. 아쉽지만 어찌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당초 이날 오전 9시부터 낮 12시30분까지 연삼로 일대에서 차 없는 거리 행사를 열기로 했다. 이에 제주시보건소~옛 마리나호텔 사거리까지 도로 통제를 계획했다.
도민들의 불편이 우려되자 이례적으로 행사 전날인 26일 전 도민을 대상으로 재난문자까지 발송했다. 이를 통해 연삼로 진입차량은 연북로와 서광로로 우회하라고 안내했다.
이날 걷기와 자전거 행사를 위해 투입된 예산은 최소 2억5000만원이다. 기상악화로 내일(28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해안도로에서 열리는 라이딩 행사도 취소 가능성이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재난문자 발송을 위한 승인 절차 과정에서 전파가 늦어졌다”며 “내일 예정된 김녕해안도로 투어라이딩 행사는 아직 취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