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고사목 제거에서 체계적 연구조사 기반한 ‘선택과 집중’으로

제주도가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기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전략을 전면 수정하기로 했다. 관련 연구를 체계화한 뒤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제주형 방제매뉴얼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제주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대책본부는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과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이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동절기 고사목 제거에 집중하는 기존 방식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깊어지자 ‘선택과 집중을 통한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를 진행하기 위한 사전단계다.
가장 먼저 제주지역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 생활사 연구가 본격화 된다.
솔수염하늘소는 성충이 돼 활동하는 시기는 보통 5~9월로 알려져 있으나, 제주지역에서는 10월 이후에도 활동한다는 보고도 나왔다. 생활사 연구를 통해 기후·환경에 따른 매개충의 생태특성과 지역·고도별 분포와 활동기간을 규명할 예정이다.
이와 연계해 월별·계절별 고사목 발생율 조사도 이뤄진다. 지금까지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조사한 전국 평균 소나무 고사율을 제주지역에 적용해 온 결과 오차가 컸다. 고사목 발생 예측에 대한 도민의 신뢰도가 낮아지고, 예산·인력·장비 확보 등 체계적인 방제계획 수립·시행에도 차질을 빚게 된 만큼 이를 시급한 연구과제로 판단하고 있다.
고사목에 대한 발생원인 규명도 연구대상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소나무재선충병 외 다른 소나무 고사원인들에 대해서도 충분한 원인 규명을 진행해, 향후 다른 외래병해충의 침입이나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또 예방나무주사 규격별 약제주입 기준도 산정된다. 현행 예방나무주사 약제주입 기준이 ‘가슴높이 지름 1m’까지의 규격만 있어, 실제 보존이 필요한 가슴높이 지름 1m 이상의 보호수, 노거수, 마을상징목 등에는 적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나무주사는 약제의 적량이 중요하고 보존 대상목들은 노령목으로 약량의 변화에 민감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적절한 기준 마련이 필수적이다.
제주도는 이 연구를 기반으로 미래 제주 숲의 가치를 높이는 제주형 맞춤형 방제전략을 수립한다는 구상이다. 조사·연구 성과들을 바탕으로 전문가·학계·지역환경단체 등이 참여해 제주맞춤형 3차 방제전략,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제주형 방제매뉴얼을 제작·이행한다는 것.
제주도 관계자는 “소나무재선충병은 제주에 유입된지 10여년이 지나 정착화된 단계로 완전박멸은 사실상 어려워 관리가 가능한 수준으로 피해 밀도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며 “앞으로는 꼭 보존해야 할 소나무림 지역과 자연식생에 의해 수종갱신될 지역, 경제수종으로 인공조림을 할 지역 등 미래의 가치와 자연생태계를 고려해 숲을 조성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의소리>는 지난 1월부터 그 동안 진행된 제주도 소나무 재선충 방제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짚어보는 기획물을 내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