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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多] (21) 이용객 집계 '주먹구구' 페르미 추정도 ‘제각각’...눈대중 한계 “빅데이터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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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더위를 식히기 위해 제주도민들과 관광객들이 도내 해수욕장을 찾아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 해수욕장으로 향하는 피서객도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무더운 날씨 탓에 관광객들이 해수욕장을 피해 서늘한 곳을 찾아다닌다는 언론 보도도 많은데요. 정작 올해 제주지역 해수욕장 이용객은 지난해보다 늘었습니다.

시간을 1년 전으로 되돌려 보죠. 지난해에도 무더위는 강렬했습니다. 2017년 해수욕장 이용객은 2016년과 비교해 무려 120만명 이상 줄며 역대 최대 감소폭을 보였습니다.

제주도는 중국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라는 분석을 내놓았지만 정작 2017년 제주 관광객 감소율은 6%에 불과했습니다. 내국인 관광객은 오히려 10%나 늘었죠.

해수욕장 방문객 통계를 먼저 보시죠. 제주도가 집계한 도내 지정해수욕장 11곳의 이용객은 2014년 193만8870명에서 2015년 293만5190명, 2016년 400만8460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지난해에는 278만8309명으로 1년 사이 122만명이나 줄었습니다. 제주도의 분석대로 사드와 무더위 여파라면 해수욕장별로 유사한 방문객 감소 흐름을 보여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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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덕해수욕장은 2016년 99만2200명에서 2017년 41만7420명으로 이용객이 절반이상이 줄어든 반면 삼양은 20만7510명에서 24만4650명으로 도리어 늘었습니다.

협재해수욕장도 96만9440명에서 64만1880명으로 줄었지만 바로 옆 300m 거리에 위치한 금능해수욕장은 23만3000명에서 30만1800명으로 증가폭이 컸습니다.

이 정도면 통계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을 텐데요. 그럼 해수욕장 이용객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판단하고 집계하는 걸까요. 그리고 그 통계는 과연 믿을 수 있을까요.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2조(보고)에는 같은 법 시행규칙 제17조(보고사항)에 따라 해수욕장별 이용객 현황을 매해 10월까지 해수부장관에게 보고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제주도는 이 법령에 따라 ‘해수욕장 방문객 집계 기준’을 마련하고 도내 지정해수욕장 11곳(곽지, 금능, 김녕, 삼양, 이호, 함덕, 협재, 신양, 중문, 표선, 화순)의 이용객을 파악합니다.

방식은 해수욕장 방문객 집계 기준 제6조(조사방식)에 따라 추정법을 사용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추정법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페르미 추정(Fermi Estimat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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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는 해수욕장 이용객 통계를 작성하기 위해 페르미 측정을 사용합니다. 페르미 측정은 빨간선 처럼 특정 구역의 인원수를 파악하고 이를 전체 면적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전체 이용객을 추정하는 기법입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페르미 추정은 단위 면적 당 인원으로 전체 방문객을 추정하는 방식입니다. 제주의 경우 해수욕장 내 가로, 세로 10m의 사각형을 표본 구역으로 정해 계산합니다.

표본 구역은 백사장 9곳, 해수면 3곳 등 모두 12곳입니다. 이들 지점의 인원수를 파악해 평균을 내고 이를 전체 면적에 적용합니다. 

조사는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진행해 그 숫자를 더합니다. 야간해수욕장의 경우 오후 6시 이후에 한차례 더 페르미 추정을 합하면 하루 방문객이 나옵니다.

문제는 이 방식이 추상적이고 관측 기준도 애매해 허수가 많다는 점입니다. 해수욕장마다 방식을 달리하고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산출 기준도 바뀌면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실제 함덕해수욕장의 경우 페르미 추정 대신 주차장 차량 대수를 이용해 방문객을 산출하고 있습니다. 주차장 880면의 실제 주차 차량을 파악하고 1대당 3명 곱하는 방식이죠.

▲ 제주도는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2조(보고)와 같은 법 시행규칙 제17조(보고사항)에 따라 해수욕장 이용객을 파악해 해양수산부장관에 보고해야 합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페르미 추정보다 정확도를 높일 수 있지만 불법주차 차량과 버스이용객, 도보로 찾은 주변 숙소 이용객 등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호해수욕장의 경우는 페르미 추정법에 따라 12개 표본 구역을 정하지 않고 1개의 대표 구역만 정해 이를 전체 면적에 곱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1개의 구역이 어딘지에 따라 이용객 숫자는 크게 달라집니다.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해당 구역도 변경돼 일관성도 없습니다. 10년치 통계에 의문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통계에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부산시는 지난해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페르미 추정과 휴대전화 기지국을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집계 방식을 동시에 실시해 이용객을 파악했습니다.

그 결과 페르미 추정은 1365만9000명인 반면 빅데이터는 절반인 695만3300명에 불과했습니다. 이를 적용하면 해수욕장 이용객 1등 자리는 대천해수욕장(1350만명)에 내줘야 합니다.

각 지자체마다 빅데이터 방식 도입시 통계상 30~40%의 이용객 감소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제주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 부산시는 SK텔레콤과 협약을 맺어 2017년부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기지국으로 방문객을 추정하는 빅데이터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SK텔레콤>
해운대가 도입한 기술은 SK텔레콤 이동통신 기지국을 활용해 해수욕장을 50m×50m 크기로 구분해 30분 이상 구역 내에 머문 가입자 휴대전화 수를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이 수치에 KT, U+ 통신사별 시장점유율과 휴대전화 미소지자 비율 등을 적용해 오차를 조정하고 최종적으로 해수욕장 이용객 수를 산출하게 됩니다.

도내 각 해수욕장 상황실 관계자들도 눈대중 대신 IT기술을 접목한 빅데이터 방식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1곳당 2000만~30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합니다.

해수부조차 무인계측(빅데이터)이나 추정법(페르미 추정)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어 제주도가 빅데이터 도입에 선뜻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해수욕장 이용객 통계는 시설 관리와 안전인력 배치 등과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기초통계가 허수면 대책도 부실해 질 수 있습니다. 굳이 눈대중 경쟁에 앞설 필요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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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더위를 식히기 위해 제주도민들과 관광객들이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을 찾아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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