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빈소에 생존수형인 김평국 할머니 등 5명 조문...유족 “늦었지만 명예회복 다행”

24일 제주부민장례식장 4분향실에 생존수형인 故김순화(1933~2019) 할머니의 빈소가 마련됐다. 김 할머니는 23일 폐렴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다. ⓒ제주의소리
24일 제주부민장례식장 4분향실에 생존수형인 故김순화(1933~2019) 할머니의 빈소가 마련됐다. 김 할머니는 23일 폐렴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다. ⓒ제주의소리

4.3광풍 속에서 부모를 잃고 억울하게 옥살이까지 한 생존수형인 故김순화(1933~2019) 할머니가 23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다.

4.3재심청구인 18인 중 2월 먼저 영면에 든 故 현창용 할아버지, 9월 세상을 떠난 故 김경인 할머니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장례다.

빈소는 제주부민장례식장 4분향실에 마련됐다. 일포인 24일 오전부터 장례식장에는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등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4.3재심 청구인 18명 중 거동이 가능한 김평국 할머니와 양근방, 현우룡, 오영종, 조병태 할아버지 등 5명의 생존수형인이 직접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제주시 삼양동 출신인 고인은 1949년 4.3사건에 휘말렸다. 조용하던 마을에 군경이 밀려들면서 사람들을 죽인다는 소식이 퍼졌다. 고인은 곧바로 중산간에 몸을 피했다. 당시 나이 17세였다.

함께 마을 떠난 부모님과 군경에 잡혀 경찰서로 향했다. 영문도 모른 채 부모님은 총살형에 처해졌다. 당시 할아버지가 부모님의 시신을 찾아와 가까스로 장례를 치렀다.

4.3생존수형인 5명이 24일 제주부민장례식장 4분향실에 마련된 생존수형인 故김순화(1933~2019)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4.3생존수형인 5명이 24일 제주부민장례식장 4분향실에 마련된 생존수형인 故김순화(1933~2019)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양근방(87) 할아버지가 24일 제주부민장례식장 4분향실에 마련된 생존수형인 故김순화(1933~2019)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생존수형인을 대신해 조의금을 전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양근방(87) 할아버지가 24일 제주부민장례식장 4분향실에 마련된 생존수형인 故김순화(1933~2019)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생존수형인을 대신해 조의금을 전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그 이후로도 부모님이 왜 죽었는지 대해 이야기해주는 이는 없었다. 그해 7월 고인은 불법적인 군법회의를 거쳐 징역 1년에 처해졌다. 4.3수형인명부에 기록된 판결일은 1949년 7월7일이다.

당시 군경은 고인이 1948년 10월부터 1949년 4월까지 당시 제주읍 삼양리 인근 야산에서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무장대에게 직·간접으로 무기, 탄약, 양식을 제공했다며 거짓 혐의를 씌웠다.

적을 지원하거나 고의로 적을 은닉, 보호, 정보 제공에 나섰다며 마구잡이식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공소장 작성 등 적법적인 재판 절차는 없었다.

고인은 전주형무소를 거쳐 서대문형무소로 이감됐다. 이 곳에서 4.3생존수형인 중 한명인 故 김경인(1932~2019) 할머니를 만났다. 두 사람은 같은 방에 생활하며 정표의 의미로 왼쪽 팔에 바늘로 문신을 새기기도 했다.

고인의 장남인 김영건(68)씨는 “정부의 제주4.3진상조사위원회 조사가 있기 전까지 어머니는 4.3에 대해 일절 입에 올리지 않았다”며 “자식들도 아픈 기억을 떠올리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늦었지만 생전에 공소기각 판정으로 명예를 회복한 것이 다행”이라며 “유족들을 대신해 남은 생존수형인들도 부디 건강하게 오래 생활해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4.3생존수형인 5명이 24일 제주부민장례식장 4분향실에 마련된 생존수형인 故김순화(1933~2019)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장남 김영건(68)씨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4.3생존수형인 5명이 24일 제주부민장례식장 4분향실에 마련된 생존수형인 故김순화(1933~2019)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장남 김영건(68)씨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양동윤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대표가 24일 제주부민장례식장 4분향실에 마련된 4.3생존수형인 故김순화(1933~2019)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양동윤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대표가 24일 제주부민장례식장 4분향실에 마련된 4.3생존수형인 故김순화(1933~2019)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양동윤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대표는 고인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며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 법률안’ 처리를 주문했다.

양 대표는 “너무 슬픈 일이다. 올해에만 3명의 생존수형인이 우리 곁을 떠났다”며 “생전에 재심 공소기각 판결로 짐을 덜었지만 국가배상까지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형생존인은 물론 유족들도 이제는 고령으로 물리적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4.3특별법 개정안이 처리돼 4.3희생자들의 명예가 서둘러 회복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생존수형인 18인은 올해 1월17일 역사적인 공소기각 결정을 이끌어 냈다. 생존수형인들은 이를 근거로 형사보상을 청구해 올해 8월21일 법원에서 53억4000여만원 배상을 결정까지 받았다.

지난 11월에는 국가를 상대로 총 103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추가로 제기했다. 이와 별도로 또 다른 생존수형인 8명이 70년 만에 재심을 청구해 재심 개시 결정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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