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행불인 사상 첫 재심 청구 해 넘겨...2019년 10월 생존수형인 재심도 공판 미정

2019년 6월3일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가 제주지방법원을 찾아 행불인수형자 대표 10명에 대한 재심청구 취지를 설명하자 한 유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9년 6월3일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가 제주지방법원을 찾아 행불인수형자 대표 10명에 대한 재심청구 취지를 설명하자 한 유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불법 군사재판을 받고 행적도 없이 사라진 제주 4.3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재심 청구가 해를 넘겼지만 재판 일정조차 잡히지 않아 유족들의 마음이 타들어 가고 있다.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는 18일 오전 10시 제주지방법원을 찾아 행방불명인(이하 행불인) 340여명에 대한 재심 청구서를 유족 대리인을 통해 접수하기로 했다.

행불인 유족들은 앞선 2019년 6월3일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전체 행불인 2500여명 중 희생자 대표 10명이 사상 첫 재심 청구에 나섰다. 1948년 군법회의 후 71년만이다.

청구 대상은 故 오형률, 김경행, 서용호, 김원갑, 이학수, 양두창, 전종식, 문희직, 진창효, 이기하씨다. 이들 모두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행불인 수형자는 4.3사건이 불거진 1948년과 이듬해 당시 불법적인 군사재판을 받아 전국 각지의 형무소로 끌려간 후 시신을 찾지 못한 희생자들이다.

전체 행방불명 희생자 3000여명 중 1949년 7월까지 군사재판으로 옥살이를 한 수형자는 2530명이다. 이중 상당수가 제주로 돌아오지 못하고 연락이 끊겼다.

생존수형인과 달리 행불인 수형자는 생존자가 없어 직계 가족이나 형제가 소송의 청구 대리인이 된다. 내일(18일) 예정된 2차 재심 청구에서도 대리인들이 직접 법원을 찾을 예정이다.

지난해 1차 재심 청구 후 8개월이 지났지만 첫 공판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법무부와 국방부, 경찰청 등에 사실확인조회를 요청했지만 회신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고유정 등 굵직한 강력사건 재판도 연이어 열리면서 제2형사부도 좀처럼 기일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법원 정기인사로 담당 재판부까지 교체될 예정이어서 일정은 더 늦춰질 전망이다.

생존수형인들은 행불인 보다 2년 앞선 2017년 4월 사상 첫 4.3사건과 관련한 재심 청구에 뛰어들었다. 2018년 9월3일 재심 개시결정까지 꼬박 1년 5개월이 걸렸다.

사실상 무죄에 해당하는 공소기각은 재심 청구 1년 9개월만인 2019년 1월17일 결정됐다. 형사보상과 손해배상소송이 이어지는 사이 현창용 할아버지와 김경인, 김순화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공소기각에 용기를 낸 또 다른 생존수형인 8명은 2019년 10월22일 법원에 추가 재심청구에 나섰다. 이들에 대한 재판 일정도 지금껏 정해지지 않았다.

그 사이 일본에 거주하던 생존수형인 송석진 할아버지도 억울함을 풀지 못한 채 지난 9일 노환으로 생을 마감했다. 향년 94세다.

2차 재심청구에 나선 생존수형인 8명이 중 김정추(89) 할머니를 제외한 7명이 모두 올해 구순을 넘긴 고령자다. 행불인 수형자의 재심청구 대리인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故김경행 할아버지의 청구대리인인 현경아 할머니는 올해로 98세다. 재판 과정에서 청구 대리인이 운명을 달리할 경우 새로운 유족대표가 재심청구를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김필문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 회장은 “청구 대리인 대부분이 고령이어서 재판 결과를 지켜보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 서둘러 개시 결정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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