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역사의 기록] (3) [종합] 법원, 2차 생존수형인 7명 재심 전원 무죄...생존자와 유족들 법정서 환호

제주4.3 생존수형인에 대한 군법재판 재심 사건에서 사상 첫 무죄가 선고되자 21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생존수형인과 유족들이 환영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4.3 생존수형인에 대한 군법재판 재심 사건에서 사상 첫 무죄가 선고되자 21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생존수형인과 유족들이 환영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가 창간 15주년을 맞아 기획보도 한 [생존수형인 4.3을 말하다]의 당사자들이 71년간 억누르며 살아온 한을 마침내 풀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내란실행과 국방경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감 생활을 한 송순희(95) 할머니 등 7명에 대한 재심재판에서 21일 무죄를 선고했다.

오전 10시 제201호 법정에서 재판부가 피고인에 대해 전원 무죄를 주문하자, 방청석에서 숨을 죽이며 판사를 응시한 피고인과 가족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일제히 환호했다.  

법정에는 피고인 7명 중 김묘생(92) 할머니와 장병식(90) 할아버지가 참석했다. 김정추(89), 송순희(95), 김영숙(90) 할머니는 고령으로 인한 치매와 거동불편 등을 이유로 부득이 불참했다.

재판도중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故 송석진(93) 할아버지와 故 변연옥(91) 할머니는 피고인을 대신해 재심청구인인 유족들이 현장을 지켰다.

검찰은 앞선 11월1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4.3 재심사건 최초로 무죄를 구형했다. 당시 검찰은 보도연맹과 여순사건의 재심사건 무죄 재판 등 과거사의 특수성을 고려해 이 같이 결정했다.

제주4.3 생존수형인에 대한 군법재판 재심 사건에서 사상 첫 무죄가 선고되자 21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생존수형인과 유족 등 관계자들이 환영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4.3 생존수형인에 대한 군법재판 재심 사건에서 사상 첫 무죄가 선고되자 21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생존수형인과 유족 등 관계자들이 환영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4.3 생존수형인에 대한 군법재판 재심 사건에서 사상 첫 무죄가 선고되자 21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생존수형인과 유족들이 환영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4.3 생존수형인에 대한 군법재판 재심 사건에서 사상 첫 무죄가 선고되자 21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생존수형인과 유족들이 환영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못하면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소사실에 대한 유무죄를 판단하기 어렵지만 내란실행 등 과거사 사건에 대해서는 기준을 완화해 공소사실 완성된 것으로 해석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4.3 당시 군법회의가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총체적 불법행위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사법부가 인정해 달라며 무죄가 아닌 공소기각을 일관되게 요청해 왔다.

무죄나 공소기각 모두 피고인의 권리구제에는 차이가 없지만 당시 법률적 절차상의 하자를 국가와 사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온도차가 있었다.

공소기각은 형사소송법 제327조에 따라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에 위반해 무효일 경우 재판을 끝내는 절차다. 71년 전 공소제기가 잘못됐다는 의미에서 이 역시 사실상의 무죄로 해석할 수 있다.

재판부는 “국가의 사법 절차나 한국전쟁 등 역사적 상황을 고려하면 4.3 당시 재판이 이뤄졌다고 강하게 추정된다. 공소 제기를 전제로 재심 개시 결정도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판결문 등 재판기록 자체가 없지만 검찰이 수형인명부와 당시 상황, 피고인의 진술 등을 토대로 공소사실을 특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이 끝나고 소송을 이끈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는 생존수형인과 유족들의 가슴에 진실과 무죄를 뜻하는 나리꽃을 달아주며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김묘생 할머니가 21일 4.3생존수형인에 대한 사상 재심사건에서 첫 무죄 판결이 난 직후 딸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제주의소리
김묘생 할머니가 21일 4.3생존수형인에 대한 사상 재심사건에서 첫 무죄 판결이 난 직후 딸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제주의소리
故 변연옥 할머니의 딸 이소향씨가 21일 4.3생존수형인에 대한 사상 재심사건에서 첫 무죄 판결이 나자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주의소리
故 변연옥 할머니의 딸 이소향씨가 21일 4.3생존수형인에 대한 사상 재심사건에서 첫 무죄 판결이 나자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주의소리

故 변연옥 할머니의 딸 이소향씨는 “어머니를 통해 4.3과 동백꽃의 의미를 알게 됐다. 동백꽃의 꽃말은 사랑과 기다림이다. 어머니와 이 기다림의 끝을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씨는 “어머니는 살아생전에 ‘나는 죄가 없노라’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지난 70년 인생 너무 고생하고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 부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시길 바란다”며 흐느꼈다.

앞선 2017년 4월19일 1차 생존수형인 18명이 국내 최초로 4.3관련 첫 재심을 법원에 청구했다. 1년9개월에 걸친 법정공방 속에서 2019년 1월17일 무죄가 아닌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1차 생존수형인은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배상을 하라며 2019년 2월22일 형사보상을 청구했다. 이에 법원은 기한 6개월을 앞둔 그해 8월21일 53억4000여만원 배상을 결정했다. 

2019년 11월29일에는 마지막 절차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섰다. 올해 10월29일 첫 변론이 이뤄지면서 피해 입증과 배상 범위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2차 생존수형인 7명도 공소기각에 따른 후속 조치로 형사보상 청구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절차를 잇따라 밟게 된다. 검찰이 무죄를 구형한 만큼 항소없이 판결이 확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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