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탐나는가치 맵핑(1)] 마을공동목장⑲ / 서귀포시 하효마을공동목장
| 무심코 지나쳤던 제주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고 지속 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지역 문제나 의제를 주민 스스로 발굴해 해결해가는 연대의 걸음이 시작됐다. 지역 주민이 발굴한 의제를 시민사회와 전문가집단이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한 뒤 문제해결까지 이뤄내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프로젝트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와 함께하는 ‘공동기획 - 탐나는가치 맵핑’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주민참여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한 연대가 될 것이다. 이번 도민참여 솔루션이 잊히고 사라지는 제주의 가치를 발굴·공유하고 제주다움을 지켜내는 길이 될 수 있도록 도민의 참여와 관심을 당부드린다. [편집자 주] |
1960년대 까지 하효마을 소유의 목장이 없어 다른 마을의 목장을 전전하며 소를 길러야 했던 설움을 딛고 마을 곳곳에 둔덕으로 쌓여있던 검은모래를 판 돈으로 공동목장 부지를 마련한 서귀포시 하효마을회.
그때는 그저 집집마다 농사에 꼭 필요한 마소를 키우기 위해 마을목장을 마련했던 것이 지금은 마을의 중요 공동자원이 됐다. 50년 이상 지켜온 마을목장이 지금은 마을주민들의 자부심이 됐다.
인근 마을의 경우 골프장 개발 업자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공동목장을 매각, 당시로선 큰돈을 벌어들였던 것으로 보였으나 지금 와서는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 돈은 쓰면 그만이었고, 마을공동체를 한 데 묶어주는 목장이 사라지고 나니 마을 구심체도, 마을발전의 밑천도 사라진 처지가 된 것.
농업환경과 축산 방식의 변화로 지금은 마을공동목장에 마소를 방목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민 공동자원인 마을목장은 여전히 마을의 미래 청사진을 그려나갈 수 있는 중요한 자원임에 틀림없다. 지켜온 마을과 그렇지 못한 마을의 차이는 극명하다.
서귀포시 하효마을회는 마을공동목장 활용 방안을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자연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마을 후손들에게 어떻게 물려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열 번째 방문지로 서귀포시 하효마을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https://cdn.jejusori.net/news/photo/202204/402227_403490_3153.jpg)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열 번째 방문지로 서귀포시 하효마을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지난 16일 오전 10시 탐나는가치 맵핑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강익현 하효 마을회장과 권기홍 전 노인회장의 설명을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도형 하효청년회장도 현장을 찾아 탐방을 도왔다.
하효마을공동목장은 약 79만3388㎡(12만여 평)의 부지가 서귀포시 상효동 선덕사 인근에 분포한다. 대부분이 임야로 이뤄져 목장 기능은 없는 상태로 초지 약 1만6528㎡(5000여 평) 역시 사실상 방치된 상황이다.
쇠소깍을 끼고 있는 해안가 마을인 하효는 1960년대 새마을운동에 의한 시멘트 건축과 마을길 포장 등 건축과 건설현장에 필요한 모래를 판 돈으로 인근 마을인 상효마을의 목장 땅을 구입했다.
쇠소깍은 한라산에서 흘러내려 온 물줄기가 제주 남쪽으로 흐르는 효돈천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효돈천의 담수와 해수가 만나 생긴 깊은 웅덩이가 바로 쇠소깍이다. '쇠소'는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의 연못'을, '깍'은 '마지막 끝'을 의미한다.
바로 쇠소깍 주변 곳곳에 누대로 흘러내려온 검은모래가 둔덕을 이룬 곳이 많았다. 당시는 초가집에서 슬레이트집으로 지붕개량이 급증하고, 새로운 건축물이 들어서며, 비포장 마을길을 시멘트로 포장하는 등 1960년대 서귀포 일대의 건축·건설 현장에 투입된 대부분의 모래가 바료 하효마을 쇠소깍 일대의 검은모래다.
마을 곳곳에 흔하게 쌓여있던 검은모래가 이렇게 마을의 또다른 공동자원을 마련해줄 것이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러나 당시 주민들은 모래를 팔아 마련한 재원으로 돈내코 인근인 상효동 약 80만㎡에 이르는 마을목장을 마련하는 선견지명을 보여줬다.
당시 하효마을 사람들은 목장 부지를 구입하고 소를 방목하면서 한쪽 부지에는 어린 편백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국가에서 시범 개념으로 편백나무 숲을 조성할 때 적극 참여, 수천 그루의 나무를 심어 지금은 울창한 편백숲을 이루고 있다. 이 역시 선견지명이었다.
권 전 노인회장은 당시 마을 선배들과 함께 어린 묘목에 비료를 줄 만큼 애정을 가지고 편백나무들을 키웠다고 했다. 그렇게 키워낸 나무들은 현재 50여 년 수령의 피톤치드를 뿜어내는 건강하고 울창한 삼림을 형성하고 있다.
후배들은 선배들의 노력을 살려 편백나무 숲을 활용한 생태탐방 휴양림 사업도 진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마을을 한데 묶어준 마을목장의 순기능을 유지하면서 마을 발전에도 보탬 되는 방안을 찾아 나서겠다는 것이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열 번째 방문지로 서귀포시 하효마을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https://cdn.jejusori.net/news/photo/202204/402227_403493_3157.jpg)
하효마을목장은 다른 공동목장과 달리 목장조합이 따로 없고 마을회가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제주도나 관련 기관의 조사에 포함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고 목장 주인은 마을 구성원 모두다.
하효마을은 현재 약 3000여 명이 살고 있는 큰 마을로 세대수만 1000여 세대가 넘는다고 한다. 마을회를 중심으로 한 쇠소깍협동조합이 여러가지 마을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 어르신들을 위한 점심을 매일 무료로 제공하고 행사에 빠짐없이 지원하는 등 탄탄한 공동체가 형성된 곳이다.
이런 마을주민들은 목장에 상당한 애정도 가지고 있었다. 1981년 마을주민 6명은 목장으로 들어가는 길을 포장하기 위해 도시락을 싸다니며 트럭으로 자갈과 시멘트를 섞어 도로를 만들었다. 왜 고생을 했냐고 물으니 강익현 마을회장은 “책임감”이라고 답변했다.
마을이 목장을 구입한 이후부터 개발업자에 판매해 수입을 올리는 방법이 아닌, 적어도 마을의 미래를 위해 후손들에게 든든한 배경은 있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목장을 보전해온 것이다.
이런 마음은 마을 규약에도 나타나는데 마을회는 목장을 매각하기 위해 마을 구성원 모두의 3분의 2 이상, 70%의 동의를 거쳐야만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대표격인 운영위원회 3분의 2가 아니라 마을주민 전체의 3분의 2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이기에 그 누구도 목장을 매각하자는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고, 인근 마을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잘 지켜나가고 있다.


강 마을회장은 “마을목장 매각은 우리 마을 구조상 쉽지 않다. 그리고 목장을 처분하게 되면 아마 죽을 때까지 역적이 될 것”이라며 “규약을 조금씩 바꾸긴 하지만 목장 매각 관련 규약은 그대로다. 우리가 계속 지켜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마을 목장이 주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물어보니 “목장을 지켜왔다는 자부심, 우리 선배님들이 여기를 잘 지켜왔다는 자부심”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권 전 노인회장은 “우리 마을은 예전에 빈털터리였다. 쇠소깍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지도 않던 시절, 돈 십 원이 없어서 많은 설움을 겪었다”며 “그런데 이제는 그 어디 마을보다 잘살고 있다. 목장이 있다는 사실은 마을에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마을 목장이 없었던 시절 다른 마을 목장에 소를 방목했던 눈칫밥을 더 이상 먹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선배로서 자연 유산을 남겨준다는 의미, 마을공동체가 한데 모여 자립할 수 있다는 의미가 가슴 깊이 담긴 말이었다.
마을목장은 하효마을 사람들에게 하나의 자부심이 됐고, 든든한 배경이 됐다. 목장을 매각하라는 유혹도 있었지만, 끝까지 버텨온 덕분에 마을공동목장은 자산으로 남았다. 마을회는 목장 명당자리에 공동묘지도 조성, 마을 사람들이 묘를 세울 수 있게도 했다.
강 마을회장은 “목장 활용 방안에 대해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공익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라며 “우리 목장을 잘 가꾸고 보전해 차기 마을회를 이끌 후배들에게 물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열 번째 방문지로 서귀포시 하효마을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https://cdn.jejusori.net/news/photo/202204/402227_403492_3155.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