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도의회, 농민단체 간담회 거쳐 공식 사과...표현 방식은 온도차

지난 17일 제주 농민단체와 면담을 갖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지난 17일 제주 농민단체와 면담을 갖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취임 100일 기자회견 과정에서 '1차산업 비중 축소' 발언으로 지역 농민들의 강한 반발을 산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다만 '유감'을 표명한 오 지사와 '죄송하다' 밝힌 김 의장의 표현에는 온도차가 뚜렷했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19일 오후 나란히 보도자료를 내고 '1차산업 축소'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합 등 농민단체와 연이어 가진 간담회에 이은 후속조치 차원이다.

오 지사는 지난 17일 도지사 집무실에서 진행된 간담회에 따른 입장자료를 내고 "'지역내총생산(GRDP)농업 비중 8% 유지'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1차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또 "취임 100일 도민보고회에서 농업이 GR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전국 평균인 3~4% 수준으로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부득이하게 GRDP 비중이 낮아지더라도 8%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변했다"고 발언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GRDP 농업 비중 8% 유지라는 발언이 1차 산업에 대한 의지가 약화되는 것으로 비춰진 점에 대해서 유감"이라며 "농산물을 활용한 식품 제조업을 육성하면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돼 농가소득이 늘어나지만 GRDP는 2차 제조업으로 집계된다. 수치보다는 농가의 실질적인 소득을 늘리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오 지사의 입장은 자신의 발언에 대한 문제는 인정하면서도, 진위가 잘못 전달된데 대한 해명에 무게가 실렸다. '마음에 차지 않아 못마땅하고 섭섭한 느낌'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는 '유감'을 표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지난 18일 제주 농민단체 대표들과 면담을 갖고 있는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지난 18일 제주 농민단체 대표들과 면담을 갖고 있는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김경학 의장은 보다 더 자세를 낮췄다. 김 의장은 지난 18일 의장실에서 가진 면담과 관련해 "1차산업과 관련한 발언에 대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에둘러 '유감'을 표명한 오 지사와는 달리 '죄송하다'는 직접적인 사과 표현을 썼다.

김 의장은 "지난 8년간 의정활동을 하면서 나름대로 농업 농촌을 지키고 농업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그러나 농촌고령화, 노동력 부족, 농자재 가격 상승, 농업예산의 감소 등을 막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지원방안이나 대안 마련 없이 농업경쟁력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무력감, 자조, 답답하고 안타까움이 있었는데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전후 설명과 표현이 부족했다"고 시인했다.

김 의장은 "농업 비중을 인위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며 "1차산업을 무시하거나 친환경농업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으나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제 불찰"이라고 거듭 사과했다.

논란의 발단은 오 지사와 김 의장의 취임 100일에 즈음한 기자회견에서 불거졌다. 당시 오 지사는 제주의 1차산업 비중이 타 지역에 비해 높게 분포돼있다는 질문에 "2020년 기준 제주 1차산업 비중은 10.9%인데 반해 전국 평균은 3% 내외"라며 "(1차산업 비중을) 다소 낮추는 것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지사는 "경관이 무너지면 제주의 청정자연환경 가치가 상실될 우려가 있다"고 전제하며 "1차산업 비중을 낮추더라도 8% 수준에서 관리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여지고, 대신 4%대 수준인 2차산업의 비중을 7~8%까지 높여나가는 것이 제주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며 산업구조 전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같은 날 김경학 의장 역시 오 지사의 이 같은 발언에 "현실적이고 용기있는 발언"이라고 평가하면서 "예전부터 1차산업 비중이 10%를 넘는 것은 과도하다고 언급해 왔고, 산업구조 재편의 필요성을 말해왔다"고 발언했다.

김 의장은 이에 더해 "기후위기, 평균기온 상승으로 전남에서 월동채소 재배되기 시작하면 제주 밭농업 경쟁력이 없어지고 있다"며 친환경 농업을 '희망고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는 농민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지난 13일에는 도청 정문 앞 천막농성으로까지 번졌다. 밤샘 농성이 진행된 후에야 제주도와 도의회는 급히 면담 일정을 나눠 농민단체와 의견을 나눴고, 이 자리에서 비공식적인 사과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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