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적으로 적용되는 보험금 지급과는 달라야” 주문

정부가 우여곡절 끝에 제주4.3 희생자 300명에 대한 국가보상금 지급 결정을 한 데 대해 제주지역 4.3 관련 단체들이 “환영” 입장을 밝혔다. 다만, 후유장애인에 대한 차등 지급에 대해서는 “명백한 잘못”이라며 아쉽다는 반응을 함께 내놨다.

제주4.3연구소, 제주민예총, 제주통일청년회,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28일 공동 논평을 내고 “어제(27일) 4.3 중앙위원회 보상금심의분과위원회가 우여곡절 끝에 4.3 희생자 300명에 대한 국가보상금 지급 결정을 내렸다. 보상금심의분과의 결정으로 오는 11월 4.3 희생자에 대한 첫 국가보상금이 지급된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 5시간 가까이 진행된 보상분과위원회 결정은 생존희생자 등에 대한 보상금 심의를 더는 늦출 수 없었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후유 장애인에 대한 차등지급 결정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이라며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 단체는 “4.3기념사업위원회는 4.3특별법 개정 과정 등을 통해 4.3 국가보상금 지급과 관련해 ‘선별 보상, 차등 지급’을 반대해왔다”며 “이런 연장선에서 어제 진행된 보상금심의분과의 후유장애인에 대한 차등지급 결정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심사에는 후유장애자 77명 중 보상금 9000만원을 지급받게 되는 1구간 희생자는 13명(17%)에 그쳤고, 7500만원이 지급되는 2구간 희생자는 41명(53%), 5000만원이 지급되는 3구간 희생자는 23명(30%)으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 이들 단체는 “후유장애인에 대해 보험금 심사하듯 매겨진 금액도 이상하지만 실체적으로도 1등급은 17%(13명), 2등급은 53%(41명), 3등급은 30%(23명) 비중으로 결정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보상금심의분과의 결정이 곧 4.3 중앙위원회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일부 심의위원들의 인식과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또 “4.3 후유장애인과 유족 입장에서는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에 대해 그 대가를 금원으로 환원하는 것 자체가 가늠할 수 없는 일”이라며 “후유장애인에 대한 차등지급 결정은 4.3특별법 개정 과정에서 현실에 미치지 못하는 보상금액임에도 희생자와 유족들이 대승적으로 수용해 이뤄졌다는 점을 망각한 결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도적으로는 보상금 지급 결정이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한 달 이내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고 한다”며 “청구권자 등 당사자의 재심의 요청이 이뤄진다면 보상금심의분과위원회는 4.3특별법 개정의 취지를 감안하고, 역사적인 의무를 가지고 제대로 심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 4.3 관련 단체들은 “보상심의분과는 앞으로 지속될 보상금 심의과정에서 차등지급 결정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몸에 새겨진 기억을 견뎌 온 70여 년의 세월과 4.3이라는 역사의 무게를 잊지 말아야 한다. 기계적으로 적용되는 보험금 지급과는 달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과 같은 당 송재호 국회의원(제주시갑)도 “첫 보상금 지급 대상자 결정을 시작으로 70여년간 숨죽여 지내야 했던 모든 희생자와 유족들의 가슴 속 응어리가 완전히 해소되는 그날까지 더욱 촘촘히 살펴 나가겠다”고 환영 메시지를 냈다.

제주4.3평화재단도 이날 별도의 논평을 내고 “통한의 세월을 견뎌온 유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을 주는 국가의 조치여서 이를 전적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평생을 죽음보다 더한 고통과 상처를 안고 살아온 후유장애 희생자들에 대한 장애등급을 3구간으로 나눠 차등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가보상금 지급이 결정된 300명의 희생자는 향후 제주도에 보상금 지급을 청구하면 즉시 보상금을 지급받게 된다. 보상금 지급 결정 내역을 통지받은 희생자는 30일 이내 제주도청 또는 읍면동으로 보상금 지급을 청구하면 된다.

제주도는 이달 말까지 1차 보상금 신청자 1945명 중 1260명을 대상으로 실무위원회 심사를 마무리하고 중앙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연내에 신청자 모두를 심사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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