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최후 보루, 바다를 지키자] ② 이제 제주도의 적극적 역할 중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과 해양생물다양성 보전협약에 의해 전세계는 2030년까지 해양보호구역을 전체 해역에 30%까지 확대해야 한다. 이는 기후위기, 불법어업, 해양오염 등으로 무너져가는 해양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고 있다. 제주도 역시 해양보호구역 확대가 절실한 지역으로 4회에 걸쳐 제주지역의 해양보호구역의 확대의 필요성과 해양보호구역 지정이 필요한 후보지를 소개하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제주도는 2016년 아후 7년동안 새로운 해양보호구역 지정은 없었다. 특별히 지정할 계획도 마땅한 후보지도 거론되지 않았다. 

해양보호구역 지정이 이렇듯 답보상태에 놓였을 때 물꼬를 튼 것은 다름 아닌 지역의 주민들이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오조리 마을회다. 제주도의 대표적 연안습지인 오조리 연안습지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달라는 요청을 마을회가 직접하고 나선 것이다.

오조리 연안습지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연안습지 중 하나로, 동쪽 성산일출봉과 이어진 육계사주에 의해 만이 형성되면서 오조리 연안습지가 만들어졌다. 원래는 바다와 연결된 내만의 형태였으나 오조리와 성산리를 잇는 갑문다리가 만들어지면서 저수지의 형태를 띄게 됐다. 

오조리 연안습지의 내부 면적은 1.55㎢에 달하며 평균 수심은 120㎝ 정도다. 오조리와 성산리를 잇는 갑문을 통해 바닷물이 유입되고, 고성천과 갈대밭 주변의 용천수 등에서 담수가 흘러나와 만나는 기수지역으로 생물다양성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조리 연안습지 전경
오조리 연안습지 전경

특히 잘 형성된 습지에는 해마다 겨울철새가 날아와 장관을 이룰만큼 상당한 개체수가 이곳에 도래한다. 특히 주변으로 넓게 형성된 갈대밭과 해송숲이 바람막이 역할과 함께 천적을 피할 수 있는 좋은 피난처가 되면서 많은 철새가 이곳을 찾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정보호종인 저어새의 최대 월동지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매, 황새, 고니, 흑기러기, 말똥가리 등 보호해야 할 멸종위기종이 다수 관찰되는 지역이다. 

국내 멸종위기 조류는 1급 12종과 2급 49종이 지정되어 있는데 오조리 철새도래지에는 1급 6종과 2급 26종이 기록되어 있어 멸종위기종이 다수 서식하고 있음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노랑부리백로 @사진제공 강희만
노랑부리백로 @사진제공 강희만

 

노랑부리저어새 @사진제공 강희만
노랑부리저어새 @사진제공 강희만

또한 논병아리류, 오리류, 물닭 등 다양한 겨울철새들이 월동하는데 이곳을 찾는 겨울철새는 연간 평균 4천마리 내외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오조리 연안습지를 끼고 있는 식산봉은 과거 제주도 동부 저지대의 원식생이 자생하고 있는 유일한 지역으로 이곳에서 조사된 식물만 108종에 이른다. 연안습지 주변으로는 멸종위기에서 성공적으로 복원된 황근이 자생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국내에서 가장 큰 황근의 집단서식지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오조리 연안습지<br data-cke-eol="1">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오조리 연안습지

그리고 성산일출봉을 가장 아름답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인데다 식산봉 등 다수의 경관자원이 있어 경관적 가치도 큰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뛰어난 자연환경과 경관으로 인해 오조리 연안습지 주변부로 개발압력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러한 개발압력은 습지에 대한 매립행위를 동반하기 때문에 습지 파괴에 대한 우려가 크다. 게다가 습지의 파괴와 매립은 기존 물길을 바꿔 마을 내 침수피해 등 재해로 이어지고 나아가 습지로 오염물질을 유입을 확대시켜 수질 악화와 습지 기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오조리 연안습지에서 인접해 지속적으로 건축행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오조리 연안습지에서 인접해 지속적으로 건축행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br>오조리 연안습지를 매립해 건축물을 올린 모습

오조리 연안습지를 매립해 건축물을 올린 모습

이런 이유로 오조리 마을은 해당 연안습지를 연안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조치에 나서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4월 제주 동부지역 오조리 연안습지 보전관리방안 토론회를 마을회 주최로 개최하며 오조리 연안습지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달라는 요구를 직접적 해양수산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제주지역 해양보호구역 후보지를 정리한 보고서를 제작하고 이를 해양수산부에 요구하면서 오조리 연안습지에 대한 해양보호구역 지정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마을회 차원에서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해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는 드문 경우다. 그만큼 탄탄한 주민수용성이 담보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를 해양수산부도 중요하게 받아드려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호응해 왔고, 현장 실사 및 주민 공청회를 거쳐 올해 안으로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실제 지난 4월 28일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이 제주를 찾아 현장을 방문하고 지역 해양환경단체와의 간담회를 통해 오조리 연안습지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다시금 강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이로써 7년 만에 제주지역에 새로운 해양보호구역이 지정될 예정이다. 좋은 자연환경과 생태계, 경관을 통해 오조리 마을의 미래를 새롭게 가꿔나가려는 오조리 마을 주민들의 숙원도 결실을 거두게 됐다. 

오조리 마을은 오조리 연안습지를 생태관광과 생태교육의 장으로 활용해 마을의 미래동력으로 나아가 청년과 미래세대가 꾸준히 찾고 안착하는 오조리 마을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오조리 마을에서 개최한 오조리 연안습지 보전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오조리 마을에서 개최한 오조리 연안습지 보전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환경보전이 곧 미래먹거리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말을 부정할 수 없는 기후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오조리 연안습지 해양보호구역 지정과 이를 위해 노력한 오조리 마을 주민들의 노고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제주도의 적극적인 호응이다. 마을주민과 환경단체, 해양수산부가 아무리 적극적으로 나선다 하더라도 해양보호구역 지정의 중요한 주체인 제주도가 적극적이지 않으면 최선의 결과물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해양보호구역 지정이라는 결실을 수확하기에 앞서 적극적인 의지와 실행이라는 거름을 뿌릴 차례다. 제주도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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