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최후 보루, 바다를 지키자]③ 체계적인 보호 로드맵 마련해야

유엔 생물다양성협약에 의해 전세계는 2030년까지 해양보호구역을 전체 해역에 30%까지 확대해야 한다. 이는 기후위기, 불법어업, 해양오염 등으로 무너져가는 해양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고 있다. 제주도 역시 해양보호구역 확대가 절실한 지역으로 4회에 걸쳐 제주지역의 해양보호구역의 확대의 필요성과 해양보호구역 지정이 필요한 후보지를 소개하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토끼섬 해양보호구역 전경
토끼섬 해양보호구역 전경

제주도에는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한 해양보호구역이 총 세곳이 지정돼 있다. 

지정된 곳은 서귀포시 문섬 일대, 구좌읍 하도리 토끼섬, 추자도 일부로 각각 중요한 생물자원이 분포하고 있다. 문섬은 연산호와 각종 해조류의 생물종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서 지정되었고, 추자도와 토끼섬은 천연잘피(거머리말)의 보호를 위해 지정됐다. 

이 중 토끼섬 주변해역은 중요한 해양보호구역으로 거론된다. 천연잘피의 한 종류인 거머리말의 보호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이곳은 제주남방큰돌고래가 서식하는 제주도의 중요거점지역 중 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해양보호구역으로써 철저한 관리와 더불어 확대 지정 등이 충분히 논의돼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토끼섬 주변해역 해양보호구역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토끼섬 주변해역 해양보호구역은 제주도에서 가장 나중에 지정된 해양보호구역이다. 2016년 12월29일에 지정됐고, 지정면적은 제주도에서 가장 적은 0.593㎢다. 지정된 목적은 추자도 주변해역 해양보호구역과 마찬가지로 천연잘피의 보호다. 이곳에 보호대상해양생물인 거머리말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끼섬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당연히 제대로 된 관리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실제 토끼섬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을 토끼섬 주변 도로와 공원 등 사람이 접근하기 용이한 곳에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토끼섬 해양보호구역에 서식하는 거머리말
토끼섬 해양보호구역에 서식하는 거머리말

표지석이 눈에 띄는 곳에 설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모니터링과 생태계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관리부실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양보호구역은 해양수산부가 지정하기 때문에 일차적 관리주체는 정부다. 하지만 기본계획에 따른 사업의 수행은 지방자치단체가 맡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기본계획 역시 지역관리위원회에서 심의해 결정하는 사항으로 지역관리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가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당연히 기본계획에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이 명확하게 담긴다는 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주 세곳의 해양보호구역 관리기본계획은 5년단위 계획으로 다양한 시책추진이 명시돼 있다. 

토끼섬 주변해역 해양보호구역을 포함해 제주도에 지정된 3곳의 해양보호구역 관리기본계획에 공통으로 들어가 있는 내용만 하더라도 지역관리위원회 구성운영, 방문자센터 건립, 안내판 설치, 해양보호구역 및 주변해역 모니터링, 해양폐기물 수거사업, 해양보호구역 네트워크 참여, 주민참여사업 시행, 각종 편의시설 설치, 대중 인식 증진프로그램 시행, 선진지 견학, 성과점검 및 환류체계 구축 등이 있다. 이외에 각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특성화 사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 

토끼섬 해양보호구역 전경
토끼섬 해양보호구역 전경

하지만 지난 2016년부터 현재까지 진행된 사업은 탐방로와 안내판을 일부 시설하고 주민들에 대한 선진지 견학, 해양쓰레기 사업 지원 정도가 전부다. 심지어 2019년부터 2020년 2년간은 해양쓰레기 수거사업만 진행했고 예산은 고작 3000만원 수준이다. 

대중인식 증진을 위한 홍보나 교육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주민관련 선진지 견학을 제외하곤 찾을 수도 없다. 그 흔한 홍보책자나 웹포스터 하나 제대로 만들어진게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해양보호구역 관리기본계획 수립과 변경, 연차별 세부계획 수립과 변경, 관리 사업 시행과 성과에 대해 평가하고 심의해야 하는 지역관리위원회가 제주도에서는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만들어만 놓고 운영은 되지 않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셈이다. 

이렇게 해양보호와 관련해 핵심적인 해양보호구역의 관리에 소홀한 이유는 결국 해양환경을 주체적으로 관리할 조직이 제주도에 부재하기 때문이다. 전문적으로 대응할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예산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규정을 가지고 있어도 이를 받아 안을 조직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결국 유의미한 변화나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토끼섬 해양보호구역 안내판
토끼섬 해양보호구역 안내판

최근 해양수산부는 제주동북부 지역이 제주남방큰돌고래의 주요서식지임을 확인하고 토끼섬 주변해역 해양보호구역을 확대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남방큰돌고래의 서식지 보전을 위해 해양보호구역 지정이 필요하다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는데 이미 기지정된 토끼섬을 제주남방큰돌고래의 서식지 보호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제주남방큰돌고래 서식지 보전을 위한 해양보호구역 지정이 답보상태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최근 들어 해양보호구역 지정, 제주남방큰돌고래 보전 등 제주도의 해양환경 보호를 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중요한 시기에 제주도에 해양환경을 전담한 조직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미 기지정된 해양보호구역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관리할 인력이 부재에서 출발한다는 점은 명확하다. 이제는 제주도가 제주도에 집중된 해양보전에 대한 기대에 응답할 시간이다. 그 시작은 사면이 바다인 제주도의 해양환경을 제대로 관리한 부서를 설치하는 것이어야 한다. / 제주환경연합 정책국장 김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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