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 묶여 활용은 못 하는데 세금만 부과” 축산-비축산 목장 활용난
31일 마을공동목장 보존과 지원방안 연구용역 ‘서귀포 지역’ 간담회 개최

공동체 자산을 활용해 수입을 창출, 세금이라도 마음 편히 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간절한 호소가 나왔다. 제주 특유의 축산 형태 ‘마을공동목장’에서 나온 외침이다.

세금 문제는 활용 문제와 연결된다. 있는 그대로 활용하고 싶어도 각종 규제로 묶어두면서 세금만 늘려가니 곡소리가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마소를 방목하는 축산 목장이나 목축이 중단된 비축산 목장 모두 마찬가지다.

제주에만 존재하는 ‘마을공동목장’이 처한 현실은 이처럼 녹록지 않다. 세금을 줄여달라, 지원방안을 찾아달라는 주장은 수입을 얻어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해달라는 호소에 가깝다. 

그렇다고 자연을 파괴하는 방식의 활용을 허가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개발 업자에게 목장을 넘기지 않고 유지하면서 조그맣게 관광형 목장을 운영하거나 축산을 위한 기반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대다수다.

관련해 제주도는 ‘마을공동목장 보존과 지원방안 연구’ 용역을 추진 중이다. 용역은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용역진은 지난 24일 제주시 지역 간담회에 이어 31일 오후 3시 서귀포시청 3층 셋마당에서 ‘서귀포시 마을공동목장 간담회’를 열어 기본적인 연구용역 내용을 설명하고 목장조합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각 마을공동목장 조합장을 비롯해 마을공동목장 협의체 자문위원이자 지역구 국회의원인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특별자치도 친환경축산정책과, 서귀포시 청정축산과, 공원녹지과 등 관계자도 참석했다.

마을공동목장 보존과 지원방안 연구 용역진은 제주시 지역 목장조합 간담회에 이어 지난 1월 31일 오후 3시 서귀포시청 본관 3층 셋마당에서 ‘서귀포시 마을공동목장 간담회’를 열고 목장조합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용역은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주축이 됐다. ⓒ제주의소리
마을공동목장 보존과 지원방안 연구 용역진은 제주시 지역 목장조합 간담회에 이어 지난 1월 31일 오후 3시 서귀포시청 본관 3층 셋마당에서 ‘서귀포시 마을공동목장 간담회’를 열고 목장조합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용역은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주축이 됐다. ⓒ제주의소리

# 사라져가는 공동체 자산, 축산-비축산 대책은?

용역진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의 마을공동목장은 제주시 40곳, 서귀포시 37곳 등 모두 77곳으로 파악된다. 당초 143곳에 달했지만, 부동산 개발 붐과 목축환경의 변화가 맞물려 매각, 방치, 사유화 등 문제를 맞닥뜨리며 점점 사라졌다.

마을공동목장의 역사는 고려 말기 몽고 지배 당시 ‘탐라목장’부터 조선시대 국영목장을 10개 구역으로 나눠 관리한 ‘10소장(所場)’ 체계, 일제강점기 목축자원을 수탈하기 위한 목장 등 길게 이어져 왔다. 그만큼 제주 공동체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고유의 목축문화이자 자원이다.

현재 마을공동목장의 가장 큰 현안은 세금과 임차료 문제다. 목장의 공동체성과 공공성을 반영한 감면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용역진은 마을공동목장 운영과 유지에 재정적인 부담인 조세와 관련, 세금감면 방안에 대한 정당성 확보와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안 및 제도개선안을 축산 과제와 비축산 과제로 나눠 설명했다. 축산 과제는 △축산농가 감소로 인한 초지관리 어려움 △농업용수 사용 허가 및 기반시설 부재 △축사 신축 △액상비료 살포에 따른 문제 △생태축산 확산 △가축사육제한지역 설정에 따른 방목 포기 등이다.

비축산 과제는 목장보전과 활용, 두 가지로 설명했다. 목장보전정책은 △경관보전직불금 확대 △생태계지불제 대상 확대 △초지 마을관리 위탁 △마을공동목장 특성화 사업비 확대 △탄소흡수원 가치 제고 등이다. 

목장 활용 정책으로는 △가칭 제주생태원 설립 △목장-생태관광 연계 △목장 활용을 위한 개발 시 전용 기준 마련 등이 제시됐다.

# “세금 축내는 목장 필요없다” 매각 목소리에 위기 놓인 제주 ‘환경’

마을공동목장은 제주도 전체 초지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넓다. 나아가 제주도의 초지는 대한민국 전체 초지 약 3만2000㏊ 가운데 50%에 육박하는 1만5600여ha를 차지한다.

드넓은 초지는 빼어난 경관을 제공하면서 기후위기 시대 중요한 화두인 ‘탄소’ 흡수원의 기능도 도맡는다. 이 밖에도 중산간 지역의 환경 완충지대 등 공익적 기능도 수행하며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다. 

넓은 초지를 보유한 목장이 사라질 때마다 제주도의 생태환경도 위협받게 되는 셈이다. 팔려나간 목장들이 리조트나 골프장 등으로 개발되면서 기능을 잃기 때문이다. 

축산 중인 목장이나 축산을 하지 않는 목장 모두 어려움에 처해 있다. 대부분은 각종 규제로 목장을 활용할 수 없게 해놓고 나날이 세금만 높여간다고 토로한다. 보전과 활용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이 진행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을공동목장 보존과 지원방안 연구 용역진은 제주시 지역 목장조합 간담회에 이어 지난 1월 31일 오후 3시 서귀포시청 본관 3층 셋마당에서 ‘서귀포시 마을공동목장 간담회’를 열고 목장조합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용역은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주축이 됐다. ⓒ제주의소리
마을공동목장 보존과 지원방안 연구 용역진은 제주시 지역 목장조합 간담회에 이어 지난 1월 31일 오후 3시 서귀포시청 본관 3층 셋마당에서 ‘서귀포시 마을공동목장 간담회’를 열고 목장조합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용역은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주축이 됐다. ⓒ제주의소리
마을공동목장 보존과 지원방안 연구 용역진은 제주시 지역 목장조합 간담회에 이어 지난 1월 31일 오후 3시 서귀포시청 본관 3층 셋마당에서 ‘서귀포시 마을공동목장 간담회’를 열고 목장조합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용역은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주축이 됐다. ⓒ제주의소리
마을공동목장 보존과 지원방안 연구 용역진은 제주시 지역 목장조합 간담회에 이어 지난 1월 31일 오후 3시 서귀포시청 본관 3층 셋마당에서 ‘서귀포시 마을공동목장 간담회’를 열고 목장조합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용역은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주축이 됐다. ⓒ제주의소리

축산 중인 A목장 조합장은 “방목 생태 목장을 운영 중인데 너무 어렵다. 8명이 소를 키우는데 평균 나이가 75세로 목장 운영도 어렵고 임대료 부담도 크다”며 “그렇다고 공동체 자산을 포기할 수도 없으니 종자구입비나 사일리지 제조비 지원사업을 확대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B목장 조합장은 “마을공동목장의 존재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며 목장을 보전하면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용역진에 요청했다. 

B목장 조합장은 “방목이 줄어들면서 나무가 엄청나게 자랐고, 이를 잘라내려니 또 행정에서는 안 된다고 한다”며 “목장인지 곶자왈인지도 모를 만큼인데 뭐라도 하려고 하니 아무것도 못 하게 한다. 관광형 목장을 운영하려고 수없이 컨설팅을 받았는데 안 된단다”고 토로했다. 

이어 “환경을 지키는 역할도 하는데 환경보전직불금 같은 것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장이 언제까지 존재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10년 전 총회에서는 구성원 80%가 매각에 동의한 바 있다. 개발업자가 수없이 다녀가기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관광형 목장으로 먹고 살고 세금도 내려는데 안 된다고만 하니 세금만 내는 목장이 무슨 소용이냐는 자조 섞인 하소연이 나오는 것”이라며 “젊은 사람들도 축산을 하지 않으려니 목장 존재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축산을 하지 않는 C목장 조합장은 “목장부지를 빌려줘 사업을 하는데 행정에서 법적인 행위를 해야 한다며 고발했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소나 말을 키우란다”며 “목장을 활용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대책을 세워달라 호소해도 도돌이표 같은 답변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관련해 위성곤 의원은 틀에 갇히지 않은 넓은 상상력이 필요하다며 용역진을 향해 목장별 실태조사를 꼼꼼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위 의원은 “각 목장의 상황이 어떤지 조사가 이뤄지면 정책 개선사업도 이를 근거로 추진할 수 있다”며 “규모가 파악되지 않으면 정책 당국자가 정책을 결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 용역에서 실태조사가 꼼꼼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산세와 관련해서는 “당국은 세금을 감면해줬다가 나중에 목장을 매각하게 되면 결국 개인에게 이익이 돌아간다고 우려한다”며 “그래서 재산세를 매각 시점에 부과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제안도 했다. 또 먼 미래 목장을 팔 때 그동안 얻은 이익 일부를 세금으로 내는 방식도 논의할 수 있겠다”고 제언했다.

이어 “마을공동목장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설정하고 지킬 것인지 정책 목표를 정하고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며 “당장 농림부는 마을공동목장을 초지 관리수준으로 보고 있다. 그게 아니라 우리는 더 높은 가치를 놓고 보지 않나. 그 가치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강원명 제주도 친환경축산정책과장은 “나름대로 축산과 비축산 목장의 활용방안에 초점을 맞춰 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제주시 간담회 이후 다른 부서에서 전지훈련용 시설을 유치하는 것은 어떻냐는 제안도 오는 상황이다. 오영훈 지사께서는 목장이 가진 탄소흡수원 역할을 잘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첫술에 배부르긴 어렵지만, 용역이 잘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마을공동목장을 꾸준히 연구해 온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소속 김자경 박사. 용역 책임을 맡았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마을공동목장을 꾸준히 연구해 온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소속 김자경 박사. 용역 책임을 맡았다. ⓒ제주의소리
마을공동목장 보존과 지원방안 연구 용역진은 제주시 지역 목장조합 간담회에 이어 지난 1월 31일 오후 3시 서귀포시청 본관 3층 셋마당에서 ‘서귀포시 마을공동목장 간담회’를 열고 목장조합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용역은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주축이 됐다. ⓒ제주의소리
마을공동목장 보존과 지원방안 연구 용역진은 제주시 지역 목장조합 간담회에 이어 지난 1월 31일 오후 3시 서귀포시청 본관 3층 셋마당에서 ‘서귀포시 마을공동목장 간담회’를 열고 목장조합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용역은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주축이 됐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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