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법, 광주지검의 고 한상용 재심 사건 즉시항고 5일 기각

제주4.3과 관련된 재심의 최대 사각지대로 꼽히는 고(故) 한상용 재심 개시 결정이 정당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검찰의 즉시 항고 이후 6개월만에 결정이다. 

광주고등법원은 광주지방법원의 한상용 사건 재심 결정에 대한 검찰의 즉시항고를 8월5일 기각했다.

검찰은 아직 4.3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한상용에 대해 재심 절차를 밟을 수 없다며 항고했지만, 광주고법은 검찰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피해자 유족들의 발언과 4.3희생자 신청·결정 과정 등을 아우르면 한상용이 재심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취지다. 

한상용 사건에 대한 검찰의 일관적인 태도를 봤을 때 대법원에서 판단을 받기 위해 재항고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한상용에 대한 재심 청구는 2022년 10월 제주지방법원에서 이뤄져 곧 2년째에 접어든다. 2년 가까이 유족들의 속앓이만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4.3 당시 성산읍 수산리에 살던 한상용은 신원불상의 남로당원을 도왔다는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을 뒤집어써 1950년 2월28일 광주지법에서 징역 2년형을 받았다. 

출소해 고향 제주로 돌아온 한상용은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이렇다 할 경제활동을 하지도 못하다 2017년 생을 마감했다. 

한상용의 아내가 물질 등을 통해 가족의 생계를 꾸렸으며, 한상용은 트라우마로 인해 일생을 거의 집에서만 보냈다. 

한상용은 술을 마시면 아내와 자녀들에게 4.3 때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유족들이 이번 재심을 청구했다. 

유족들은 ‘술을 마셔 취기가 오르면 믿을 수 있는 사람 앞에서만 4.3 때 고문으로 사람이 죽는 것을 목격해 겁에 질렸던 자신의 모습, 살고 싶어서 군경이 묻는 말에 그저 ‘네’, ‘네’라고만 허위 자백한 모습, 형무소 생활 등을 얘기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해 왔다. 

다른 지역에 사는 한상용의 자녀들은 4.3 희생자 신청 관련 절차조차 모르다가 4.3 관련 재심이 활발해질 때 쯤 관련 언론보도를 보고 4.3 재심 청구를 결심했다. 

이들은 2022년 10월 제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2023년 1월 한상용을 4.3희생자로 결정해달라고 신청했다. 아직 4.3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았으며, 4.3희생자 결정까지 2~3년이 소요된다. 

제주지법은 한상용 유족들의 증언이 일관된다고 판단해 재심 개시를 결정했는데, 검찰이 즉시항고했다. 

제주지검은 한상용이 4.3희생자가 아니라서 희생자 결정에 준하는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 또 관련 법률상 한상용 재심 관할 법원은 제주가 아니라 광주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점 등을 들었다. 

제주지검 주장에 대해 광주고법 제주재판부와 대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2심과 3심은 한상용 재심의 관할 법원은 광주지법이라는 판단만 했다. 

돌고돌아 광주지법에 배당된 한상용 재심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심문기일을 통해 유족들의 증언을 들었고, 올해 2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이에 반발한 광주지검은 4.3희생자가 아닌 한상용에 대한 재심 자체를 반대해 항고했고, 변호인 측은 재심 자체를 반대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재심 본안 때 한상용의 4.3 연관성을 판단하면 되는데, 검찰에서 재심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의견이다. 

6개월간 이뤄진 심리 끝에 광주고법이 오늘(5일) 광주지검의 항고를 기각했다. 

이번 사건은 4.3 관련 재심의 최대 사각지대의 첫 사례다. 일반재판 4.3 피해자 중 수백명이 다른 지역에 끌려가 재판을 받았는데, 아직 4.3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았다면 70여년전 재판을 받았던 지역 법원이 관할이 되는 상황이다. 

아직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4.3 피해자에 대한 재심은 4.3 관련 재심 사건 중 가장 까다로운 사건으로 분류되는데, 이는 제주지법 4.3 재심 전담재판부 신설 취지와도 어긋난다. 이로 인해 4.3특별법 개정 등 후속 조치를 통해 관할 법원을 제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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