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재심 개시 결정 검찰 항고 4개월째 광주고법 감감무소식

제주4.3 피해자 고(故) 한상용 가족들이 재심 청구 20개월째 애만 태우고 있다.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 법원으로 재배당된 상황에서 개시 결정이 이뤄졌지만, 검찰이 계속 반대하면서다. 

올해 2월 광주지방법원 제12형사부가 일반재판 4.3 피해자 한상용에 대한 재심개시 결정을 내린 가운데, 검찰은 즉시항고장을 제출해 반대했다. 

검찰의 항고로 사건이 올해 2월16일 광주고법으로 넘어가면서 지난 3월 한상용 가족의 변호인이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4개월째 감감무소식이다. 

2022년 10월 재심이 청구돼 무려 20개월째 이렇다 할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한상용 사건 재심을 반대하는 이유는 아직 국무총리 소속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4.3중앙위원회)’에서 4.3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한상용 사건 재심을 반대하는 검찰은 희생자 결정에 준하는 판단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내세우고 있다.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 살다보니 4.3 희생자 신청 등 절차를 몰랐던 가족들은 더욱 속앓이하고 있다. 

한상용 사건은 제주4.3 재심 사각지대의 첫 사례로, 4.3유족은 물론 관련 단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4.3특별법 개정을 통해 재심 관할 법원을 제주지법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4.3특별법상 4.3 희생자는 특별재심 대상자가 돼 제주지법이 관할한다. 또 군사재판 피해자는 희생자 여부와 관계없이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이 청구해 제주지법에서 심리가 이뤄진다. 

결국 일반재판 4.3피해자 중 아직 희생자가 아닌 경우, 한상용처럼 과거 재판을 받았던 지역에서 심리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이는 전문적이고 빠른 심리를 위해 제주지법에 4.3재심 전담재판부를 신설한 취지와 어긋난다. 

한상용은 4.3 당시 서귀포시 성산에서 경찰에 끌려가 옥살이한 4.3 피해자다. 1950년 2월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광주지법에서 징역 2년에 처해졌으며, 만기 출소해 제주에서 3남매를 뒀다. 

고문 후유증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한 한상용 대신 그의 아내가 물질 등으로 3남매를 포함한 가족의 생계를 꾸렸다. 

트라우마에 시달린 한상용은 평소 4.3에 대해 함구하다 술을 마시면 가족들에게만 몰래 속마음을 털었다. 그는 바로 옆에서 고문을 당한 사람이 죽는 걸 목격했고, 두려움에 경찰이 묻는 말에 ‘네’, ‘네’라고만 대답하니 교도소에 갇혔다는 취지로 언급하다 2017년 생을 마감했다. 

다른 지역에 사는 한상용의 가족들은 제주4.3 관련 재심이 본격화되면서 2022년 10월 이번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개시에 앞선 심문 과정에서 4.3희생자 신청 절차 등을 몰랐던 가족들은 한상용을 4.3희생자로 결정해달라고 신청했다. 통상적으로 4.3희생자 결정은 2년 넘게 걸린다. 

한상용 측은 4.3희생자 결정의 경우 유족과 당시 마을 원로의 증언 등을 토대로 결정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또 일반재판의 경우 당시 판결문만 확인해도 한상용이 4.3때 피해를 겪은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가족 측의 의견을 받아들인 제주지법은 한상용 사건에 대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는데, 제주 검찰이 항고했다. 검찰은 4.3 희생자가 아닌 한상용 재심 자체를 반대하면서 특별재심 대상자가 아닌 한상용은 제주가 아닌 광주에서 재심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고법 제주부와 대법원은 한상용 재심 관할 법원은 제주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4.3 희생자 결정을 기다릴지, 광주에서 재심 계속할지 고민하던 한상용 가족 측은 광주지법에서 재심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광주지법도 한상용 사건에대한 재심 개시를 결정했지만, 이마저도 광주 검찰이 4.3희생자가 아니라며 재심을 반대하면서 이번 사건은 4개월째 광주고법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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