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국가보안법 위반 징역 2년형 만기출소 고(故) 한상용 자녀들 재심 청구

제주4.3 당시 일반재판을 받아 억울하게 옥살이했음에도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고인의 유족이 재심을 청구했다. 4.3 관련 재심 중 첫 사례로, 어떤 판례로 남느냐에 따라 추후 재심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5일 제주지방법원 형사4-1부는 고(故) 한상용의 자녀 한모씨가 청구한 재심사건의 심문기일을 가졌다.
성산읍 수산리에 살던 한상용은 1949년쯤 남로당원을 도왔다는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기소돼 1950년 2월28일 법원에서 징역 2년형에 처해졌다.
공주형무소와 광주형무소에서 복역하다 만기출소한 한상용은 고향 제주로 돌아왔지만, 고문 후유증으로 별다른 생계활동을 하지 못했다. 한상용의 아내는 물질과 농사를 통해 가장의 역할을 했다.
2017년 7월 생사를 달리한 한상용은 슬하에 2남1녀를 뒀는데, 평상시에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다 술을 마시면 4.3 당시 상황을 자녀들에게 털어놨다.
아들 한씨는 아버지(한상용)가 4.3 당시 고문에 따른 허위 자백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만큼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며 재심을 청구했다.
한씨는 “아버지는 함께 끌려간 사람들이 갖은 고문에 시달려 죽는 모습을 목격했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경찰들이 묻는 말에 그저 ‘네’, ‘네’라고 대답해 경찰에게 그나마 덜 맞았다고 했다. 아버지는 경찰들이 몽둥이로 사정없이 구타했다고도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만기출소한 아버지는 고문 후유증에 시달렸다. 오른쪽 대퇴부에 문제가 있어 수술도 받았다”며 “매년 검찰과 경찰이 아버지를 한번씩 찾아와 사찰했다. 해외에 가려면 신원조회를 받아야 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저는 연좌제로 신원조회만 하면 해외 출국이 불가했다”고 증언했다.
유족들이 4.3희생자 신고를 하지 않으면서 한상용은 4.3특별법상 희생자가 아니다.
이에 대해 한씨는 “육지에 살고 있어 4.3특별법 등에 무지해 4.3희생자 신고하는 것을 실기했다. 곧바로 4.3희생자로 신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상용은 여러 형태의 제주4.3 관련 재심 중 첫 사례다. 한상용 재심 결과가 선례로 남아 추후 비슷한 재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4.3특별법 전면개정 전 일반재판이나 군사재판(군법회의)를 받은 4.3 ‘희생자’들은 공소기각이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또 4.3특별법이 개정되면서 특별재심과 직권재심이 도입됐다.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들은 특별재심 대상자며, 희생자가 아닌 사람은 특별재심보다 절차가 까다로운 일반적인 형사소송법에 따른 재심 절차를 밟아야 한다.
직권재심은 수형인명부에 기재된 4.3 피해자 2530명을 대상으로 하며,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단장 이제관, 이하 합동수행단)’이 주도하고 있다.
합동수행단은 희생자 결정 순서대로 유족과 연락이 닿는 등의 상황을 토대로 직권재심을 청구해 왔다.
다만, 최근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생존수형인 박화춘 할머니가 확인되면서 우선적으로 직권재심이 청구됐다. 수형인명부에 이름이 올라 있는 박 할머니는 직권재심 대상자이지만, 희생자가 아니라 특별재심이 아닌 형사소송법에 따른 재심을 받아야 한다.
한상용은 직권재심도, 특별재심 대상자도 아닌 첫 사례라서 검찰이 고민에 빠졌다. 검찰은 일반재판을 받은 한상용이 4.3희생자로 결정돼 있지 않아 재심을 위한 세세한 법률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심문기일도 한상용이 형소법상 재심 대상자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열렸다. 검찰은 “오는 12월초까지 한상용 재심 사건에 대한 의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검찰처럼 함께 고민에 빠진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을 토대로 오는 12월 한상용의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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