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부까지 교체되면서 검찰의 항고로 시작된 제주4.3 고(故) 한상용 유족들의 기다림이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2022년 10월4일 청구된 고 한상용에 대한 재심 사건이 오늘(2023년 3월3일)까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올해 1월19일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이 이뤄지고 일주일 정도 지나 검찰이 즉시항고(2023년 1월26일)한 이후로 1개월 이상 지났다.
검찰의 즉시항고에 따라 고 한상용 재심 사건은 4.3 재심 전담 재판부인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가 아니라 광주고등법원 제주재판부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성산읍 수산리에 살던 고 한상용은 1949년쯤 남로당원을 도왔다는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1950년 2월28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징역 2년형에 처해졌다.
2년간 복역하다 만기출소한 고 한상용은 고문 후유증으로 고향 제주로 돌아와서도 별다른 생계활동을 이어가지 못했다.
고 한상용은 3명의 자녀를 둬 2017년 7월 생사를 달리했다.
아들 한씨는 아버지(한상용)가 4.3 당시 고문에 따른 허위 자백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만큼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며 지난해 10월 재심을 청구했다.
같은해 11월15일 고 한상용 재심 사건 증인으로 출석한 한씨는 “평소 말이 없던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4.3 당시 상황을 얘기했다. 아버지는 함께 끌려간 사람들이 갖은 고문에 시달려 죽는 모습을 목격했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경찰들이 묻는 말에 그저 ‘네’, ‘네’라고 대답해 경찰에게 그나마 덜 맞았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네’라고만 대답한 것이 자백이 돼 교도소 생활을 하게 됐고, 2년간 징역 생활을 했다. 어린 시절 검찰과 경찰이 아버지를 한번씩 사찰한 기억이 있다. 아들인 저는 연좌제로 신원조회만 하면 해외 출국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또 한씨는 “육지에 살고 있어 4.3특별법 등에 무지해 4.3희생자 신고하는 것을 실기했다. 곧바로 4.3희생자로 신고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최근 4.3 희생자로 결정해달라고 신청하기도 했다.
제주4.3특별법상 고 한상용은 특별재심과 직권재심 대상자가 아니다. 일반재판 4.3 피해자에 대한 직권재심 업무가 확대됐지만, 법무부와 검찰은 ‘희생자’로 결정된 일반재판 피해자를 직권재심에 포함시켰다. 고 한상용은 제외대상이다.
지난달 중순 고 한상용의 재심 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인이 검찰 항고와 재심 사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고, 검찰이 2월28일 항고이유서(보충)를 제출했다.
검찰은 4.3 희생자가 아닌 고 한상용의 재심을 위해서는 희생자 결정에 준하는 판단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세워 항고했다. 유족들의 증언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취지다.
또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받아 제주지법이 아닌 광주지법에서 재심 사건을 다뤄야 한다는 의견도 내세우고 있다.
심지어 검찰의 즉시항고 바로 다음 날인 2023년 1월27일 대법원은 2월20일자 법원장과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인사를 단행했고, 해당 인사로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재판장이 교체됐다.
인사이동에 따라 각 재판부 업무 파악 등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으로, 검찰 항고에 이어 법관 인사까지 겹치면서 고 한상용의 유족들의 기다림이 더욱 길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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