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 제주도정이 야심차게 제시했던 '제주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지정' 절차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제22대 정기국회 제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는 당초 계획은 물 건너갔고, 아직 구체안을 확립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도가 국내 최초 도입을 추진중인 생태법인(生態法人, eco legal person)은 인간 이외의 존재 중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자연환경이나 동식물 등 대상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재산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재단법인', 단체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사단법인'과 같이 자연에 법인을 부여하는 식이다.

기존 법치주의에서 사용하는 개념을 도입해 자연에도 법적 권리 주체를 인정하는 것으로, 이미 해외에서는 뉴질랜드의 왕가누이강, 스페인의 석호 등의 법인격을 인정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생태법인 제도에 관심을 가져왔던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민선8기 도정 출범 직후 아이디어 차원에서 겉돌던 생태법인 논의를 본격화 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학계, 법조계, 해양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생태법인 제도화 워킹그룹'을 운영하고 △제주특별법 개정안에 생태법인 창설 특례를 포함하는 안 △제주남방큰돌고래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안 등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오 지사가 직접 생태법인 제도 도입 제도를 공식화한지 9개월이 지나도록 관련 논의는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제22대 정기국회에 법률안을 상정해 여·야 합의 제1호 법안으로 발의되도록 추진하겠다는 오 지사의 포부도 공수표가 됐다.

특히 워킹그룹이 제시했던 두 가지 안에 대한 결론조차 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워킹그룹이 제시한 두 가지 안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제주특별법에 '생태법인 창설 특례'를 명시하는 첫번째 안은 제주도지사가 도의회의 동의를 받아 특정 생물종 또는 핵심 생태계를 법인으로 지정하는 안으로, 이상적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다소 뒤쳐지는 안으로 해석됐다.

반면, '남방큰돌고래 법인격 부여' 법안은 중앙정치권을 설득하는 과정이 보다 수월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법적인 보편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문제에 직면한다. 생태법인 부여의 대상이 왜 남방큰돌고래여야만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부딪히는 구조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관계자는 "아직 어떤 방안으로 법안 발의를 추진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앞으로 국회와 입법 협의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 법안은 의원 발의 형태로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국회의원(서귀포시)과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생태법인 추진 절차가 미뤄진데 대해 오 지사는 지난 19일 주재한 정책회의에서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으로 지정해 보호하는 법안 추진이 늦어지고 있어 송구스럽다"며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개정 법률안과 관련된 토론이 이뤄지고 연내 입법이 이뤄지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생태법인 지정과 관련해서도 사전에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며 "어업 활동 제한과 그에 따른 보상을 비롯해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만 생태법인 지정의 의미가 있을 것이므로 꼼꼼히 챙기면서 입법 작업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9월 2일부터 10일 1일까지 제주도 홈페이지를 통해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지정을 위한 서포터즈를 공개 모집하고 정책 제언, 정보 교환, 홍보 도우미 역할을 맡길 예정이다.

또 생태법인 지정을 위한 토론회, 설명회 등을 개최해 공감대를 넓히고, 생태법인 제도 도입시 예상되는 다양한 분야의 영향을 조사·분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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