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교통정책] ④자전거 이용
수송분담 0.43%-활성화 속수무책

제주는 1990년대 본격적인 마이카시대를 맞아 차량이 급증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각종 택지개발로 인구도 늘었다. 2010년대에는 관광객까지 밀려들면서 교통인프라가 포화 상태에 놓였다. 주요 도로는 막히고 도심지 곳곳에서 주차 전쟁이 벌어졌다. 교통량을 분산하기 위해 2017년 버스준공영제가 도입됐다. 렌터카총량제와 차고지증명제 등 각종 정책도 쏟아졌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수송 분담률은 제자리걸음이다. 갖은 교통정책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창간 21주년을 맞아 제주 교통정책의 현주소를 순차적으로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편집자 주]


1998년 1월24일 제주시청 공무원들이 '자전거 타기 동우회 발대식'을 열고 자전거로 출근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구두를 신고 빨간색 목장갑을 끼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출처-제주시 사진DB] 
1998년 1월24일 제주시청 공무원들이 '자전거 타기 동우회 발대식'을 열고 자전거로 출근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구두를 신고 빨간색 목장갑을 끼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출처-제주시 사진DB] 

1998년 1월 24일. 제주시청 앞에서 자전거 타기 동우회 발대식이 열렸다. 공직자들이 정책 추진에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자전거 동원령이 내려졌다.

당일 아침 시청 앞에서 공직자들이 구두를 신고 빨간색 반코팅 목장갑을 낀 채로 자전거를 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가슴팍에는 ‘자전거를 이용합시다’라는 문구까지 내걸렸다.

10년 뒤인 2008년 4월 2일. 제주시 공무원 자전거 출퇴근의 날이 부활했다. 다시 9년 뒤인 2017년 3월 30일에는 자전거 시범운영 협약식이 열렸다. 이번에는 전기자전거가 등장했다.

시청사에 전기자전거 30대를 배치하고 보관소까지 만들었다. 시장은 공무원들의 자발적인 출퇴근을 당부했다. 하지만 자전거는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현재까지 방치돼 있다.

2025년 2월 24일. 제주도청에서 전기자전거 출퇴근 시범사업 발대식이 또 열렸다. 이번에는 공유자전거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면 대여 요금을 지원하는 당근책을 꺼내 들었다.

30년 가까이 보여주기식 캠페인이 반복하는 이유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 때문이다. 분위기 조성을 위해 공직사회가 나서고 있지만 도민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2010년부터 357억원을 투입해 제주 해안도로 일대에 조성한 환상자전거길.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이용률이 낮고 보수 공사가 반복되면서 막대한 혈세가 재투입되고 있다. [사진출처-제주시 사진DB]
2010년부터 357억원을 투입해 제주 해안도로 일대에 조성한 환상자전거길.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이용률이 낮고 보수 공사가 반복되면서 막대한 혈세가 재투입되고 있다. [사진출처-제주시 사진DB]

무동력 자전거는 가장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이다. 도심지의 내연기관 차량 이동량을 낮춰 탄소중립에 부합한다. 교통혼잡을 줄이고 운전자의 건강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다.

1995년 ‘자전거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제주에서도 관련 정책들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그해 제주도는 도로정비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자전거도로 조성을 본격화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이후에는 ‘자전거 이용시설 정비계획’을 마련하고 2013년까지 1222km의 자전거도로 확충 목표까지 제시했다.

2010년부터는 국비와 지방비 각각 178억8000만원씩 총 357억6000만원을 투입해 대대적인 자전거길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환상 자전거길’ 조성의 시작이었다.

동시에 자전거 보급률과 교통 분담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이 추진됐다. 2010년 2억7000만원을 들여 공영버스 46대에 자전거 운반 장치까지 설치했다.

분담률 10%라는 야심찬 목표까지 내걸었다. 당시 우리나라의 자전거 분담률은 1.2%에 불과했다. 자전거 이용이 보편화 된 일본과 독일이 25%이던 시절이다.

제주시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2011년부터 공공자전거를 도입하고 6곳에 스테이션을 설치했다. 2024년 기존 공공자전거가 사라지면서 한라도서관 앞에 설치된 스테이션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br>
제주시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2011년부터 공공자전거를 도입하고 6곳에 스테이션을 설치했다. 2024년 기존 공공자전거가 사라지면서 한라도서관 앞에 설치된 스테이션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결과는 처참했다. 해안가에 조성된 환상 자전거길 곳곳이 끊기고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면서 ‘환장의 자전거길’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자전거길 보수에도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됐다.

도심지에는 경사도가 심해 이용 자체가 어려웠다. 도로 단절과 안전사고 위험, 미흡한 표지판, 보관대 부족, 도난사고, 수리점 부족, 헬멧 불편, 직장 샤워시설 부족 등 불만이 속출했다.

제주시는 이용자들의 불편을 고려해 공공자전거 개념을 도입했다. 도심지 곳곳에 스테이션을 설치하고 무료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사전 예약 서비스도 도입했다. 

그 사이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 공유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공공자전거는 찬밥 신세가 됐다. 도난과 파손도 잇따르면서 지난해부터는 기존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10년간 수백억 원의 혈세를 쏟아부었지만 자전거 분담률은 0.43%로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2023년 목표로 했던 1.5%에도 한참 미치지 못했다.

제주시가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2025년 3월부터 새롭게 도입한 공공 전기자전거. 기존 무료 이용과 달리 기본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민간 공유자전거 대비 가격을 낮게 책정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br>
제주시가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2025년 3월부터 새롭게 도입한 공공 전기자전거. 기존 무료 이용과 달리 기본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민간 공유자전거 대비 가격을 낮게 책정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정책도 후퇴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자전거이용 활성화 추진계획’(2023~2027)을 수정하고 자전거 전용도로 목표를 기존 155.7km에서 91.2km로 축소했다.

경사도를 고려해 남북 방향 도로를 계획에서 제외했다. 대신 경사가 완만한 동서 도로를 자전거 전용도로 후보지로 내세웠다. 우선 대상은 연삼로와 연북로, 전농로 등이다.

제주도는 15분 도시와 연계해 제주시내 도심지를 가로지르는 연북로 또는 연삼로 1개 차선을 자전거 전용도로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전거도로 구축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용역’도 발주했다. 과업기간은 2026년 3월까지 1년이다. 용역비만 2억8640만원이다.

제주도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 추진계획을 통해 2027년까지 자전거 분담률을 3%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향후 3년간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투입되는 예산은 220억원이다.

기사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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