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정신건강에 대해 말하다③

정영은 제주특별자치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
정영은 제주특별자치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힘들고, 외롭다.”

가장 빛나야 할 청년세대가 외치는 이 고통은 이제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적인 불안정, 학업·취업의 높은 경쟁으로 인한 좌절감, 잦은 실패의 경험으로 인한 자존감 저하, 사회적 고립 등 다양한 요인들이 청년세대의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최근 조사 결과는 이러한 현실을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 [2024년 제주특별자치도 청년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주특별자치도 청년 100명 중 약 32.9명(15.6%)이 우울을, 약 29.3명(13.4%)이 불안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과 비교했을 때 각각 2.7%p, 9.3%p 증가한 수치로, 청년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더욱 심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전국 기준 50만4000명의 청년들이 일을 쉬고 있으며, 이는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이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 또한 44.3%로 전년 동월 대비 1.7%p 하락하며,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 실업자 증가세가 확인되고 있다.

이처럼 수많은 청년이 사회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다. 그 결과 외부와의 교류를 단절하고 고립된 생활을 이어가는 ‘고립·은둔 청년’도 증가하고 있다. [2024년 제주특별자치도 청년실태조사]에서는 사회적 고립·은둔 성향을 보인 청년이 전체의 23.3%로 나타났다. [2023년 제주특별자치도 사회적 고립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은둔·고립 생활의 주요 외부 계기는 ‘취업이 잘되지 않아서(38.5%)’, 내부 계기는 ‘우울함이나 무기력함(43.7%)’이 가장 컸다. 특히, 사회적 고립 청년 중 48.9%는 아동·청소년기에 적어도 하나 이상의 위기를 경험했던 것으로 파악되어, 문제의 복합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심각한 상황에 대응해 제주특별자치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청년 정신건강 문제의 조기 발견과 예방을 위한 ‘제주청년마인드링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청년마인드링크’는 청년 정신건강 특화 사업으로, 정신질환이 본격적으로 발병하기 이전 또는 초기 단계에서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등의 조기중재 서비스를 제공한다. 개별 사례 관리, 정신건강 교육, 대인관계 기술훈련, 가족 지원 서비스, 자조 모임 등의 통합적인 접근을 통해 증상 악화를 막고 청년들의 전인적인 회복을 돕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정신질환은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사이에 첫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는 교육, 직업, 관계 형성 등 한 사람의 인생에서 중요한 발달과업을 달성해야 하는 결정적인 시기이다. 이 시기의 정신건강 문제를 방치할 경우 삶 전반에 걸쳐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반대로 조기 개입이 이루어지면 회복률과 사회복귀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청년 정신건강 문제는 단순히 청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신체적으로 건강한 청년들이라 하더라도 혼자만의 힘으로 일어설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사회가 인정하고, 청년들이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선제적 접근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모두의 따뜻한 관심과 노력이 청년들의 밝은 미래를 여는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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