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정신건강에 대해 말하다] ⑦ 11월 음주폐해 예방의 달

정영은 제주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 ⓒ제주의소리
정영은 제주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 ⓒ제주의소리

매년 11월은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정한 ‘음주폐해 예방의 달’이다. 연말로 접어들며 술자리가 잦아지는 시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음주 관행을 되돌아보고 절주의 중요성을 환기하기 위한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제주에서는 이러한 절주 메시지가 더욱 절실하다.

제주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공동체 결속이 강하고, 친분 중심의 모임 문화가 발달해 있다. 여기에 관광객 유입이 많고, 지역 주류산업과 음주 문화가 결합되어 음주가 사회적 유대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개인의 건강과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가 존재하며, 음주로 인한 피해는 결코 가볍지 않다. 

2024년 지역사회건강조사 자료(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제주지역의 고위험 음주율은 13.8%로 전국 평균 12.6%보다 높다. 이러한 높은 음주율은 단순한 개인의 습관을 넘어, 지역의 사회문화적 요인과 깊게 연결된 문제다. 잦은 음주는 간 질환, 심혈관 질환, 우울감 등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생산성과 관계의 질을 저하시켜 가족과 공동체의 삶의 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제주의 음주 문제는 개인의 절제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화적 과제로 봐야 한다. 술이 중심이 아닌 관계, 절제가 자연스러운 일상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제주가 건강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무엇보다 절주는 ‘누구를 위한 통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보호’라는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술이 없으면 어색한 자리, 술이 있어야 친해지는 모임이라는 오래된 관행을 바꿔 나갈 때, 제주는 진정으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다.

올해 11월, ‘음주폐해 예방의 달’을 맞아 우리 모두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결심을 세워보자. 하루 한 잔 덜 마시기, 술 권하지 않기, 음주운전 절대 하지 않기 등 작지만 실천 가능한 행동들이 모여 절주의 바람을 일으키고, 그 바람이 제주의 문화를 바꿀 것이다. 

“술이 아닌 사람으로, 습관이 아닌 건강으로”

이달의 절주 메시지가 제주 전역에 따뜻한 변화의 불씨로 번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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