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업 제주]① 콘텐츠 기업 급성장, 제주는 인력난 ‘허덕’
기업도 청년도 필요한 ‘경험’, 빌드업으로 ‘맞춤 인재’ 양성

K-콘텐츠가 2023년 기준 약 17조원의 수출액을 기록하는 등 전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정작 콘텐츠 소재가 될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제주는 이 흐름에서 소외될 위기에 처했다.
꾸준히 성장 중인 제주의 콘텐츠 산업을 뒷받침할 인력이 없기 때문인데 기업들은 경력자를 선호하는 반면, 청년들은 실무 경험이 부족해 취업할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제주콘텐츠진흥원이 도내 콘텐츠 산업체를 대상으로 한 채용 수요 조사 결과, 응답 기업 95곳 중 80곳(84%)이 “신규 채용”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정작 채용은 주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들이 사업 확장을 위한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지 않고 주저하는 이유는 ‘전문인력 부족’과 ‘임금 부담’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인력 채용에 있어 예상되는 어려움이 무엇이냐는 문항에 1순위는 ‘임금 부담’ 36%, 2순위는 ‘콘텐츠 관련 직무 인력풀 부족’ 23%, 3순위는 ‘지원자 경력 부족’ 17%였다.
그러나 인력 관련 문제인 2~3순위를 더하면 ‘전문인력 부족’에 따른 어려움은 40%로 1순위가 된다. 임금도 부담이지만 그만큼 현장에 투입할 전문인력이 없다는 얘기다.
이 문제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23년 조사에서도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던 항목은 ‘인력풀 부족’과 ‘임금 부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등장한 사업이 제주 콘텐츠 청년 일자리 지원사업인 ‘빌드업(Build-up)’이다. 인건비 지원을 통해 기업은 청년을 채용하고, 해당 청년은 실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인 셈.
기초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려 역량을 강화하는 ‘빌드업’ 지원사업을 통해 기업은 채용난을 해소하고 청년은 경력을 개발, 장기적으로 제주의 콘텐츠 산업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 세계를 움직이는 K-콘텐츠, 제주도 뒤처질 수 없다!
2022년 기준 국내 콘텐츠 산업은 사업체 수 11만4769개, 매출액 151조772억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으로 이미 세계에서는 ‘K-콘텐츠’ 브랜드가 세계 문화산업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가운데 제주는 다채로운 전설과 신화, 자연 등 콘텐츠가 될 이야깃거리가 풍부해 성장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과거는 물론 최근에도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의 흥행으로 입증됐다.
그러나 훌륭하고 다양한 재료를 다룰 요리사를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업들은 전문인력을 찾는데 청년들은 정작 경력을 쌓을 기회가 없어 도외로 나가는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제주 콘텐츠 산업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맴도는 가운데 등장한 정책이 ‘빌드업’ 지원사업이다. 청년들이 기업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인건비와 교육을 지원,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경력직’을 양성해 지속가능한 제주 콘텐츠 산업 기반을 쌓는 일이다.
K-콘텐츠가 세계 문화산업의 중심부를 파고드는 가운데 제주 역시 자체적인 콘텐츠 산업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콘텐츠 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제주는 청년 인구 유출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지역에 남은 청년들은 실무 경험이 부족해 취업에 애를 먹고 있다.
실제로 채용 수요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7%는 최소 1년 이상의 경력자를 원했으며, 2년 이상 경력자를 원하는 기업은 전체의 43%에 달했다. 그러나 정작 채용 공고 시 지원자 평균 경력은 2년 미만의 사회초년생이 64%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와 실제 구직자 간 엇박자를 제대로 맞추기 위한 해법으로는 고용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큰 1년 이상 경력직을 발굴하는 일. 1년 미만 사회초년생을 육성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이 필수다.
이에 제주콘텐츠진흥원은 기업들이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주요 이유인 ‘인건비’를 지원해 청년을 채용, 청년들이 경험을 쌓도록 했다. 이를 통해 경험을 쌓은 청년들은 ‘경력직’으로 성장하게 된다. 장기적으로 제주 콘텐츠 산업 전문 인력풀이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셈이다.


# 떠나는 청년, 남겨진 기업…콘텐츠 산업 주춧돌 될 ‘빌드업’
지난해 기준 제주 청년의 실업률은 7.6%로 전국 평균인 5.6%보다 높다. 더군다나 콘텐츠 산업군에서는 이 문제가 더 심각하게 와닿는다. 도내 인력풀이 부족하고 원하는 인재가 없다는 기업들의 응답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청년들은 도내에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타시도로 나가고 있다. 취업하려면 경험이 필요하다고 하니 당연한 수순으로 읽힌다. 제주 청년 인구의 전출 사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직업’이다.
이에 제주콘텐츠진흥원은 도내 콘텐츠 산업에서 긴급 수혈이 필요한 직무와 채용 수요를 파악하고 이에 특화된 청년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 ‘시스템’ 필요성을 절감, ‘빌드업’ 지원사업을 만들어냈다. 청년과 기업의 ‘동반 성장’을 꾀할 수 있는 해법인 셈이다.
‘빌드업’은 문화기술(CT) 관련 도내 기업의 청년 채용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빅데이터 등 CT기술 기반 직무부터 홍보·마케팅 콘텐츠 활용, 공연·전시 기획 및 운영, 영화·음악·게임·애니메이션 등 문화산업 분야 전반에 걸쳐 지원한다.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기업은 매달 최대 180만원의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여기에 기업 부담금을 포함하면 청년은 최저임금 이상 임금을 받을 수 있다. 또 진흥원에서 추진하는 직무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 교통비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올해 처음 추진되는 사업에 콘텐츠 관련 기업들의 신청이 잇달았고, 진흥원은 실제 채용 의사 등을 파악해 최근 78곳을 선정했다. 이어 도내 기업들은 채용에 나섰고 지난 9월 25일 기준 총 114명이 65곳에 채용돼 역량을 키우고 있다. 나머지 기업은 채용 중이거나 준비 중이다.
표면적으로는 기업에 인건비를 단순히 지원하는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청년들이 실무 경험을 쌓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한다. ‘빌드업’ 사업을 통해 기업이 채용하는 청년들은 모두 ‘정규직’이다. 이는 소위 ‘먹튀’ 논란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현재 제주 콘텐츠 산업 기업은 총 1300여 곳, 종사자 수는 6000명이 넘는다. 콘텐츠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반면, 취업 기회 부족과 인력 유출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콘텐츠 산업 경쟁력 강화와 실업 문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빌드업’ 지원사업이 주목된다.
# 다음 기사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