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업 제주]② 빌드업이 만든 청년-기업 ‘동반 성장’
“인건비가 가장 큰 고민, 빌드업 지원으로 채용 결심”

“인건비 지원이 종료될 즈음이면 분명 그보다 더한 인건비를 주고도 남을 기업으로 성장할 겁니다. 두렵다면 성장할 수 없겠죠. 빌드업 지원사업은 분명한 효과와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주지역 콘텐츠 기업 대부분이 성장을 위해 신규 채용계획을 밝혔지만, 정작 채용은 망설이고 있다. 가뜩이나 인건비가 부담되는 상황에서 인력풀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또 청년들은 ‘인력풀’에 들기 위해 경험을 쌓아야 하지만 정작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이 없어 난감하다. 경험이 필요하지만, 경험이 없으니 채용이 되지 않는 그야말로 악순환 구조다. 

이 같은 연결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등장한 정책이 제주 콘텐츠 청년 일자리 지원사업인 ‘빌드업(Build-up)’이다. 기업은 인건비를 지원받고 청년은 경험을 쌓도록 설계한 정책이다.

[제주의소리]는 빌드업 지원을 통해 채용, 성장 발판을 쌓아가고 있는 기업과 이곳에서 경험을 쌓아 콘텐츠 분야 전문 인력으로 성장하고 있는 청년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

제주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올해 처음 추진한 빌드업 지원사업을 통해 지난달 25일 기준 65개 기업에 청년 114명이 채용됐다. 기업들은 인건비 지원으로 부담을 덜었고 청년들은 실무 경험을 쌓을 기회를 얻었다. 

채용 2개월 만이지만, 현장에서는 신제품을 개발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등 빠르게 성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도내 곳곳 어린이 놀이 공간을 소개하는 플랫폼 ‘안녕놀이터’를 운영 중인 기업 아이러니와 로봇 교육 및 체험 콘텐츠를 제공 중인 기업 ‘쪼근며느리’가 대표적이다. 

두 기업 모두 지난 8월 빌드업 사업을 통해 청년을 채용했고 2개월 만에 지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두 기업 대표는 한목소리로 “지금까지 받은 지원사업 중 가장 효과가 큰 사업”이라며 “사업 성장을 위한 확실한 발판이 된다”고 강조했다. 

# 인건비 부담이 가장 큰 고민 “빌드업으로 채용 결심했다”

제주 곳곳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나 놀이 활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안녕놀이터’ 플랫폼을 운영 중인 진은옥 아이러니 대표. ⓒ제주의소리
제주 곳곳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나 놀이 활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안녕놀이터’ 플랫폼을 운영 중인 진은옥 아이러니 대표. ⓒ제주의소리

‘일상의 놀이, 일상의 행복’이라는 슬로건 아래 제주 곳곳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나 놀이 활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안녕놀이터’. 이 플랫폼을 운영 중인 진은옥(44) 아이러니 대표는 지난해 3월 창업한 이후 인력 채용을 고민하다 빌드업 지원사업을 통해 청년 2명을 뽑았다.

사업 확장을 위해 필요했던 사람이 필요했던 진 대표는 빌드업 지원을 통해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기업의 성장을 위해 채용이 꼭 필요하지만 인건비 부담이 만만치 않았던 것. 물론 지원이 끝나면 부담이 시작이지만 진 대표는 자신이 있었다. 

그는 “빌드업 지원사업 덕분에 부담을 덜 수 있었고 이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다른 지원사업도 있지만 체감 효과가 가장 큰 사업이 빌드업”이라며 “단순한 인건비 지원이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사업을 확장할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빌드업 지원을 통해 진 대표는 실제로 호텔과 협업하고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 라이즈(RISE) 사업에도 합류할 수 있었다고 했다. 청년 채용과 함께 방송국 인터뷰도 진행하게 되는 등 좋은 일이 연이어 생기자 이들이 ‘복덩이’로 불린다고 했다.

진 대표는 “장난감 자원순환 프로젝트 ‘벨롱벨롱 장난감도서관’ 사업을 넓혀나가며 인터뷰도 하고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었다”며 “기존 사업도 있지만 신규 채용 덕분에 새롭게 시작한 사업도 있었다. 빌드업이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밝혔다.

빌드업 지원사업을 통해 아이러니에 입사한 '복덩이' 이창수 씨. ⓒ제주의소리
빌드업 지원사업을 통해 아이러니에 입사한 '복덩이' 이창수 씨. ⓒ제주의소리
아이러니가 운영 중인 정보 제공 플랫폼 '안녕놀이터'. ⓒ제주의소리
아이러니가 운영 중인 정보 제공 플랫폼 '안녕놀이터'. ⓒ제주의소리

‘복덩이’로 불린다는 청년 이창수(32) 씨는 취업한 지 이제 3개월 차다. 하지만 짧은 기간 현장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공부를 하거나 공모전 등에 참여한 경험과는 전혀 다른 ‘실무’ 경험을 쌓아가며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콘텐츠 기획 일을 하고 싶었는데 회사 소개를 보고 나와 잘 맞다고 생각해 지원했다. 빌드업 지원을 통해 채용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아직 취준생이었을 것”이라며 “일을 해보니 콘텐츠 소비자 입장과 제작자 입장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배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 사람이 아니지만 하늘이 잘 보이고 탁 트인 제주의 환경이 좋아 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찰나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며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는 사회적 문제 속 아이들을 조금 더 잘 키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끌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획자가 되고 싶다. 빌드업 지원 덕분에 이런 기회를 얻었고 경험을 쌓아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며 “또 청년들이 두려워 말고 기회를 포착해 시도해봤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진 대표는 “신입 청년들을 고용해 성장시키는 재미도 있다. 또 이런 것은 기업이 사회에 해야 하는 의무라고도 생각한다. 청년에게 기회를 줘야 일자리가 견고해지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돼 기업에 돌아오는 것이 있지 않겠나. 그런 선순환적 관점에서 바라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 들쑥날쑥 수익, 월급 줄 수 있을까 걱정 “기우였다!”

2023년 창업한 이후 AI와 로봇을 활용한 콘텐츠로 진로 교육과 다양한 체험, 공연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제주 유일 로봇 콘텐츠 기업 권윤희 쪼근며느리 대표. ⓒ제주의소리
2023년 창업한 이후 AI와 로봇을 활용한 콘텐츠로 진로 교육과 다양한 체험, 공연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제주 유일 로봇 콘텐츠 기업 권윤희 쪼근며느리 대표. ⓒ제주의소리

제주 유일 로봇 콘텐츠 기업이라는 ‘쪼근며느리’는 2023년 창업한 이후 AI와 로봇을 활용한 콘텐츠로 진로 교육과 다양한 체험, 공연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른바 ‘쪼므걸스’라는 로봇 아이돌을 만들어 공연은 물론 학교와 관공서 교육까지 진행하는 콘텐츠 기업이다.

쪼므걸스는 국내 지상파 TV 방영을 목표로 애니메이션 제작도 준비 중이다. 구성원인 6대의 로봇마다 이름과 성격, 목소리 등을 설정하며 세계관을 구축했고 AI를 기반으로 만든 자체 음원도 마련했다. 현실 세계 아이돌처럼 캐릭터마다의 개성과 칼군무도 맞췄다.

쪼근며느리가 ‘쪼므걸스’ 캐릭터 로봇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제작 및 TV 방영이라는 목표를 설정할 수 있었던 것도 ‘채용’에 있었다. 과감하게 인력을 채용하면서 사업을 튼튼하게 만들고 확장시켜 나갈 발판을 만든 셈이다. 인건비 부담도 있지만, 얻은 게 더 많다고 했다.

권윤희 쪼근며느리 대표는 “빌드업 지원 이후 인건비를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많은 기업이 고민할 것”이라며 “하지만 콘텐츠 분야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그리고 지원이 끝난 이후 분명 책임질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빌드업 지원 효과에 대해 그는 “크게 체감하고 있다”며 “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에도 탑승 로봇을 운영 중인데 덕분에 직원을 보낼 수 있게 됐고 쪼므걸스 디자인도 수정, 보완할 수 있었다. 확실히 젊은 친구들의 생각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채용된 지 불과 3개월째지만, 벌써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는 권 대표는 “청년 2명을 뽑은 이후 로봇 아이돌 프로젝트가 완성됐다. 이게 빌드업의 효과이자 성과”라며 “처음엔 고정 인건비를 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벌써 안정이 됐다”고 피력했다. 

또 “청년들이 엄청나게 빨리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하는 일이 100%라면 한 70%까지 하는 것 같다”며 “다른 기업 대표들도 지원 이후를 고민할 것 같은데 결국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거라 생각한다. 지원을 받아 정말 열심히 하면 성공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로봇에 콘텐츠를 입혀내고 있는 쪼근며느리 강한식 씨. ⓒ제주의소리
로봇에 콘텐츠를 입혀내고 있는 쪼근며느리 강한식 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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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에서 운영 중인 쪼근며느리의 탑승 로봇 모습. 사진=쪼근며느리. ⓒ제주의소리

쪼근며느리에서 엔지니어 역할을 맡아 로봇에 콘텐츠를 입혀내고 있는 강한식(36) 씨는 항공 및 자동차 기계 정비를 할 수 있는 기술자다. 하지만 영상과 SNS 콘텐츠를 통해 누군가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일에 흥미를 갖고 콘텐츠 산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쪼근며느리에 입사해 또 다른 청년인 고주연 씨와 함께 쪼므걸스의 세계관 이미지와 실물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강씨는 AI를 활용해 제주의 자연을 쪼걸스에 녹여내기도 했다. 챗GPT나 제미나이(Gemini) 등을 활용해 그래픽이나 영상 작업도 하고 있다. 

강씨는 “최근에는 제주 신화와 관련된 것들을 AI를 통해 동화로 구현하는 교육을 들었다. 생각보다 제주에서 AI 관련 교육이 많았다”며 “이 같은 교육을 통해 업무에 필요한 것들을 배우고 있다.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잘 맞다고 생각한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지금은 공연이지만, 나중에는 인공지능을 입혀 관중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만드는 고도화 작업도 해보고 싶다”며 “평소 콘텐츠를 만들 때 산책을 하거나 명상을 할 때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르는데 서울보다 제주에 있을 때 그런 상상력이 더 발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수입도 중요하지만, 회사가 조금만 더 커진다면 사회환원 사업도 펼치고 싶다. 보육원이나 장애인 시설을 찾아가 학교에서 하는 것처럼 로봇을 활용한 진로교육도 하고 싶다”며 “장애인들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크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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