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돌담의 세계화] ④ 2026년 학술세미나 제주개최→2030년 3차 확장 등재 가능성
제주도는 제주 돌담의 가치를 전 세계인들과 공유하기 위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22년 석공들의 돌담 쌓는 기술에 대한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가능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던 제주돌담보전회가 등재 추진의 일환으로 지난달 20일부터 오스트리아 크렘스에서 열린 ‘19th International Congress on Dry Stone Construction & Workshop 2025’에 참가해 현장 분위기와 진행되는 프로그램 내용을 보내왔다. 이번 국제학술세미나에서 제기된 핵심 아젠다와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위한 전략과 과제, 대표 등재국들의 고언, 등재 후 과제 등을 다섯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
S.P.S.(Society Scientifique Internationale Pour Ietude Pluridisciplire de la Pierre Seche-dryston) 국제메쌓기학회 아다 아코비초티-아모(Ada Acovitsioti-Hameau) 사무총장이 “22th International Congress DRY STONE CONSTRUCTION & Workshop & Congress 2031”의 한국 개최를 제안했다.
올해 오스트리아 다음으로 2027년 차기 개최지로 싸이프러스가 확정된 데 이어 2029년에는 영국에서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2031년 행사를 “한국에서 개최해 보겠느냐?”라는 제안이다. 이는 그동안 민간 영역에서 전 세계 석공들과 꾸준히 교류해 온 결과이다. 유럽의 고집스런 문화는 한 번에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다. 평소 유대관계를 지속하고 오랜 우정을 쌓아가는 끈끈한 의리가 필요하다.
2030년 가칭 ‘메쌓기의 지식과 기술 & 도구(연장)’ 「Art of dry stone walling, knowledge, techniques and tools」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확장 등재 완료하고, 그 이듬해인 2031년에 한국(제주)에서 행사를 유치하면 좋겠다는 의미로 느껴졌다.

# 2026년 10월 국제학술세미나 제주개최 계획
제주돌담보전회는 2026년 S.P.S.(국제메쌓기학회) 회장 및 핵심 임원들과 싸이프러스, 독일, 영국, 몰타를 초청해 국제학술세미나를 개최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3차 확장 등재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발판을 마련하고 연대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협의가 된다면 국제석공 워크숍과 병행해 행사를 개최해 볼 계획이다.

이 행사의 취지는 민간 차원에서 국제적 학술 교류와 ‘K-돌담’의 메쌓기 확대에 대한 국제 석공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국제적 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메쌓기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긴 하나, 등재 신청서를 포함한 절차적인 부분은 제주특별자치도가 해야 할 역할이다. 국가유산청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의 협의 과정도 마찬가지다.
민간 차원의 교류는 다른 영역이다. 민간단체 활동은 등재 과정의 지원과 협력, 그리고 등재 이후의 ‘제주 돌담’ 나아가 ‘K-돌담’ 가치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있다.
이번 워크숍과 세미나에 참가하려면 개인당 490유로의 참가비가 필요했다. 식대나 숙박비는 당연히 개인 부담이다. 세미나와 석공 워크숍에는 관련 민간단체, 개인, 석공, 학자(연구자) 위주로 참가했다. 개인적인 부담에도 불구하고 ‘제주 돌담’ 나아가 ‘K-돌담’의 세계화라는 자부심과 관심은 그 어떠한 것도 막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주도적인 행사 참여로 양질의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었다.
# “외국에도 제주보다 더 제주스러운 화산섬과 돌담이 있더라.”
주변에서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제주 현무암 돌담은 특별하다. 오직 제주에만 있는 독특한 문화다. 정말 중요한 가치이며 세계적 자랑거리다.”
과연 그럴까?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라고 생각한다.
포르투갈 아조레스 제도의 플로레스섬, 피쿠섬, 코르부섬 등은 제주도와 지리적으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만,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자연환경 덕분에 놀라울 만큼 유사한 돌 문화와 삶의 방식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며 쌓아 올린 돌담과 이를 만든 석공들의 지혜는 섬의 공통된 유산이다.

오름이 있고, 정낭이 있고, 귤이 있고, 맷돌과 송이가 지천이고,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밭담이 즐비하다. 밭담 안 빌레에는 무화과, 포도나무가 자란다. 수국과 신사라(신서란)가 즐비하고 돌담길 돌담에는 다육이가 자란다. 돌 카페, 돌 호텔이 흔하고 돌집에서 삶을 즐긴다.
제주가 아닌 곳에서 너무나 제주다운 풍광과 문화를 접한다. ‘제주’라는 지명만 걷어내면 너무나 유사한 화산섬 문화의 동질성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치야말로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갖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피쿠섬의 포도밭 돌담은 그 뛰어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4년 피쿠섬 포도밭 문화경관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어쩌면 제주보다 더 가치를 인정받은 건 아닐까?

이제는 열린 사고로 전 세계 화산섬들의 다양성을 연구하고, 우리 것만 최고라는 ‘우물 안 개구리’ 식의 인식도 버려야 한다. 전 세계에 흩어진 화산섬들의 다양한 돌 문화를 인정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히 “제주 돌담만 가치 있다. 훌륭하다”가 아니라 그 가치를 고민하고 설명할 수 있는 학술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제주도를 비롯한 공공기관과 민간이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포럼, 세미나 등을 개최해 제주 돌 문화·돌담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고 더 진전된 논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통해 제주의 화산섬과 돌담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계기로 학자들은 인류학, 문화, 경관, 관광 등 다양한 관점의 연구와 풍부한 학술자료를 만들어 내고, 석공 교육을 통한 전승과 계승에 대한 체계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지속가능한 축제도 연구하고 도전해 볼 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은 등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등재 이후 제주 돌 문화의 가치를 찾고 유지하고자 함이 아닐까. / 제주돌담보전회 이사장 조경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