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707창진호 전복 3명 사망-1명 실종...기관장 이모씨 당시 상황 생생히 묘사

 

25일 새벽 제주 마라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중 전복된 통영선적 장어잡이 연승어선 707창진호(24톤, 승선원 14명)의 기관장 이모씨가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25일 새벽 제주 마라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중 전복된 통영선적 장어잡이 연승어선 707창진호(24톤, 승선원 14명)의 기관장 이모씨가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갑자기 파도가 치더니 냉장고까지 넘어갔어요. 아, 이제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어요”

2시간 넘게 바다에 표류하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던 통영선적 장어잡이 연승어선 707창진호(24톤, 승선원 14명)의 기관장 이모(40)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이씨에 따르면 풍랑특보가 발효된 오늘 새벽 사고 해역은 최대 4m의 파도가 몰아쳤다. 그 수간 기관실 문으로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물이 들어왔다.

“물이 평소 때 들어오던 수준을 넘었어요. 냉장고고 뭐고 다 넘어갔어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밖으로 나가보니 이미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였어요. 그때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사고 직후 선원들은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했다. 선장 황모(62.통영)씨는 오전 6시5분 조타실로 들어가 초단파무선통신기(VHF)로 서귀포해양경찰서에 구조신호를 보냈다.

이씨는 기관실에서 나와 구명벌(구조보트) 작동을 시도했지만 지지대 문제로 작동되지 않았다.

“배에 구명벌이 하나 있어요. 처음부터 구명벌을 작동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는데 터지지 않았아요. 그 순간 바다에 휩쓸렸어요. 아, 이제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죠”

나중에야 구명벌이 터지면서 선원 4명이 이 곳에 몸을 숨겼다. 반면 이씨를 포함해 9명은 그대로 파도에 휩쓸려 바다로 떠밀렸다.

25일 새벽 제주 마라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중 전복된 통영선적 장어잡이 연승어선 707창진호(24톤, 승선원 14명)의 기관장 이모씨가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25일 새벽 제주 마라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중 전복된 통영선적 장어잡이 연승어선 707창진호(24톤, 승선원 14명)의 기관장 이모씨가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25일 제주 마라도 인근 해역에서 전복된 통영선적 장어잡이 연승어선 707창진호(24톤, 승선원 14명) 구조 모습 ⓒ제주의소리
25일 제주 마라도 인근 해역에서 전복된 통영선적 장어잡이 연승어선 707창진호(24톤, 승선원 14명) 구조 모습 ⓒ제주의소리

당시 어선에는 선장 황씨 등 내국인 8명과 인도네시아 선원 6명 등 14명이 타고 있었다. 이중 13명이 구조됐지만 황씨와 선원 2명 등 3명은 숨졌다. 나머지 1명은 실종 상태다. 

“선장은 침몰 직전까지 조타실에 있었어요. 구조 신호를 계속 보내고 나중에 선원들과 나왔는데 그 이후는 기억이 안나요. 돌아가신 분도 10년 넘게 같이 일하던 분들인데...마음이 참...”

서귀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25일 오전 6시5분쯤 제주 마라도 남서쪽 63km 해상에서 근해 장어연승어선인 707창진호(24톤,통영,14명)가 침수 중이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서귀포해경은 5000톤급 경비함정과 공군 헬기 등을 비롯해 가용세력을 총동원해 수색 활동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오전 7시19분 인근 어선이 뒤집힌 707창진호를 발견했다. 

해경은 오전 7시55분 3006함이 표류중인 구명벌을 발견하고 곧바로 구조 작업에 나섰다. 

구명벌에 있던 생존자들은 신호봉을 흔들며 필사적으로 구조를 요청했다. 당시 해상에서는 초속 19m의 바람이 불고 4m가 넘는 파도가 치고 있었다.

25일 제주 마라도 인근 해역에서 전복된 통영선적 장어잡이 연승어선 707창진호(24톤, 승선원 14명) 구조 모습 ⓒ제주의소리
25일 제주 마라도 인근 해역에서 전복된 통영선적 장어잡이 연승어선 707창진호(24톤, 승선원 14명) 수중 수색 모습 ⓒ제주의소리
25일 제주 마라도 인근 해역에서 전복된 통영선적 장어잡이 연승어선 707창진호(24톤, 승선원 14명)에서 구조한 응급환자가 제주시내 모 종합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구조자 13명 중 의식불명 상태로 긴급 이송된 선장 황모(62.경남 통영)씨는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오전 10시20분쯤 제주시내 한라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미 숨진 뒤였다.

선원 강모(70.경남 고성)씨도 헬기로 이송돼 제주시 S-중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오전 11시38분쯤 사망 판정이 내려졌다. 서귀포의료원에 이송된 김모(61.제주시)씨도 의식이 없는 상태다.

나머지 선원들은 모두 저체온중을 호소해 응급처리가 이뤄지고 있다. 소방안전본부는 구조 선원들을 도내 5개 병원으로 분산 이송해 대응하고 있다.

사고 선박은 1일 경남 통영항에서 출항했다. 조업 중간 완도항에 들러 16일 오전 7시30분 완도해양파출소에 신고후 다시 출항했다. 당초 26일 오후 8시 통영 동호항으로 입항 예정이었다. 

707창진호는 이날 오전 6시40분까지 주변 어선과 교신했다. 마지막 교신 내용은 “배가 넘어질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어선은 투승한 낚시를 회수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파도에 선체를 가격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선실에 2명이 들어갔지만 1명은 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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