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의 자산이자, 제주도 특유의 목축경관을 간직한 천혜의 보고로 평가되는 제주 공동자원 ‘마을공동목장’을 보전하기 위한 정책 마련과 생태적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논의의 장이 펼쳐졌다.

16일 오후 3시 제주시소통협력센터 5층 다목적홀에서는 ‘2021 지속가능한 마을공동목장 이용 대안 모색 토론회’가 생중계 방식으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연구센터, (사)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가 공동 주최했다. 

토론회는 김평선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사무국장 ‘제주 마을공동목장 운영 실태와 활성화 과제’, 강만익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 특별연구원 ‘제주도 마을공동목장 활성화 방향’의 두 차례 주제발표로 시작됐다. 

종합토론에는 △송부홍 금당목장 조합장 △이상봉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김자경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이 참석했다. 좌장은 김봉현 제주의소리 편집국장이 맡았다. 

#전국 초지 45% 제주에…마을공동목장 보전 중요하다

김평선 사무국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마을공동목장 초지의 중요성과 현장 탐방을 통해 바라본 마을공동목장 조합의 어려움을 짚어냈다.

김 사무국장은 마을공동목장 초지가 동물복지 실현, 토양 유실 방지, 야생생물 서식처 제공, 목축 유산 유지, 탄소 저장, 먹거리 체계 유지 등 다양한 공공재를 산출한다고 주장했다. 

토양 유실을 막으며 동식물의 서식처를 제공하는 등 환경 관리 기능을 하고 있으며, 제주도 중산간 초지의 경우 노루 서식처 역할을 하며 농업 작물 피해를 줄여주는 완충지대 역할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초지가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의한 제주투자진흥지구 지정으로 제도 변화와 같은 정책적 포기와 부동산 개발 붐에 따른 골프장과 리조트 건설 등으로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제주지역 초지와 이를 소유한 마을공동목장 10여 곳 중 대부분이 골프장으로 개발됐고 일부는 관광호텔과 리조트로 변했다는 것. 

초지를 보유한 마을공동목장의 개발은 제주의 허파를 품은 중산간과 곶자왈의 상당 부분이 마을공동목장에 속해있거나 맞닿아 있어 생태적 다양성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사무국장은 “20세기 초 제주에서 탄생한 마을공동목장은 토지 운영이 제한적이나 현재도 유지되고 있는 공동자원”이라며 “각종 개발사업으로 면적이 감소함에 따라 사회적 문제도 대두됐지만, 보전과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는 상당히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탐나는가치 맵핑 프로젝트팀은 7곳의 마을공동목장을 다녀왔다. 목장들은 정책적 지원이 부족한 상태의 매각 위험 속에서도 스스로 지켜내기 위해 자구책 찾으며 회복탄력성을 유지 하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마을공동목장을 유지하는데 조합의 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조합원의 고령화와 축산 운영방식의 변화 등 위협 요인이 꾸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공동체가 외부 위협을 흡수하며 재조직화하는 회복탄력성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견해다. 

또 개발과 매각 압력에 대응하는 회복탄력성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법 제도 개선 노력과 더불어 목장 조합 간 경험과 학습 공유, 발전을 위한 혁신적 방안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국장은 “대부분 마을공동목장이 방목형 목축을 중심으로 운영됐기에 현재는 대체 소득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며 “목장이 소유한 초지는 미래 대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중요한 토지이기 때문에 마을의 자산이 아닌 모두의 자산으로 인식하고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유럽과 미국은 초지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면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나라마다 특성있는 초지 관리를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제주도는 전국 초지의 45%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사업 수준의 지원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제주도 초지는 중산간에 있어 경관 가치를 제공하며,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를 완화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며 “마을공동목장을 잘 활용한다면 농업에 활력을 부여할 수 있으며 빈부격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잠재적 역할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인식을 재고하기 위해서라도 마을공동목장조합이 서로 연대하고 마을공동목장의 가치를 알려내면서 이를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광범위한 연대 협력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을공동목장의 위기, 공통 화두는 ‘세금폭탄’

강만익 특별연구원은 제주 마을공동목장이 처한 위기에 대해 마소를 키우지 않는 축산방식의 변화와 초지 전용 어려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세금 증가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강 특별연구원은 코로나 방역 문제로 현장 주제발표에 참여하지 못하고 실시간 화상대화 방식으로 발표했다.

그는 자본 규모가 열악한 마을공동목장의 재정난에 주목했다며 재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목장의 존립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동목장용지를 소유한 마을회나 마을공동목장조합의 경우, 목장을 통한 수입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공동목장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지방자치단체와 국가에 납부해야 하는 세금의 규모가 늘어나 존립 자체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것.

강 특별연구원은 “공동목장을 매각하지 않고 마을의 미래를 생각하며 지켰던 마을공동목장조합들은 세금부담액 증가라는 대형 악재를 만나고 있다”며 “목장조합이 자력으로 세금 마련을 위해 공동목장에서 수익사업을 하려고 해도 초지법이라는 거대한 장벽이 가로막고 있어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재산권 행사 차원에서 초지를 전용해 수익을 올리고 싶어도 개정된 초지법에 따라 불가능하고, 초지보호와 지하수 보존이라는 환경권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늘어나 사실상 자체개발을 할 수 없는 곳이 되고 말았다는 설명이다.

설상가상으로 제주 전역에 불어닥친 개발 붐에 따라 땅값이 과거보다 더 상승해 목장조합이 납부해야 할 조세 부담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세금납부 능력이 부족한 조합은 대출을 받아 세금을 내거나 목장 일부를 팔아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앞으로 세금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 조합은 어쩔 수 없이 조상 대대로 지켜온 마을공동목장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가격 상승과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 개정 초지법에 따라 역대급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무엇보다 세금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법 때문에 제주도 공동목장이 종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공동목장은 오직 제주도에만 남아있다. 이는 법제처 공무원이나 육지 출신 국회의원, 정부 관료들은 제주도의 마을공동목장이 뭔지 모른다는 의미”라며 “목장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세금을 감면할 아이디어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마을공동목장은 중산간 마을 공동체를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더불어 초지보호, 지하수 보존, 토양침식 방지 등 공공재적 역할을 한다”며 “특히 목장 초지는 탄소를 격리해 지구온난화 방지에도 기여한다”고 말했다.

강 특별연구원은 △토종닭 기르기 △우마 방목 확대 △방목형 산지 생태 축산 도입 △국가농업유산 지정 △들불축제 재현 △조사료 생산단지 구축 △생태계 서비스 직불제 활용 △공동목장 축제 △보호 및 지원조례 제정 등 다양한 마을공동목장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우마가 사라진 초지에 토종닭을 키우도록 해 초지를 유지하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하거나 조합이 정부가 추진하는 방목형 산지 생태 축산 농장 조성정책에 관심을 가진다면 어렵지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제언이다. 

또 국가농업유산으로 지정될 자격이 충분하기 때문에 중단된 지원 논의를 살려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들불축제의 원형인 방앳불 놓기를 통해 가시덤불을 제공하는 동시에 관심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품질 좋은 건초를 생산할 수 있는 조사료 생산단지를 만들거나 공동목장이 품고 있는 자연 인문자원을 활용해 관광객을 견인할 수 있는 축제도 좋다고 덧붙였다. 

강 특별연구원은 “공동목장은 세금 걱정 없이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지속가능하다. 그렇지 않는다면 결국 매각되고 말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마을공동목장에 관심을 가지고 공동목장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회의원과 법률전문가, 도의원, 행정당국, 축산전문가, 목장조합 구성원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을공동목장 조합간 연대가 구축되었으면 한다. 뭉쳐야 산다. 제주도목장조합연합회 등의 조직을 통해 한목소리로 공동목장의 문제점을 알리는 큰 목소리를 내야 정부와 지역사회에서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