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탐나는가치 맵핑(1)] 마을공동목장⑱ /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목장 

무심코 지나쳤던 제주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고 지속 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지역 문제나 의제를 주민 스스로 발굴해 해결해가는 연대의 걸음이 시작됐다. 지역 주민이 발굴한 의제를 시민사회와 전문가집단이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한 뒤 문제해결까지 이뤄내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프로젝트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와 함께하는 ‘공동기획 - 탐나는가치 맵핑’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주민참여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한 연대가 될 것이다. 이번 도민참여 솔루션이 잊히고 사라지는 제주의 가치를 발굴·공유하고 제주다움을 지켜내는 길이 될 수 있도록 도민의 참여와 관심을 당부드린다.  [편집자 주]

“마을공동목장 부지지만 임야로 설정돼 나무를 베고 초지를 조성하려 해도 아무것도 못 합니다. 과거에는 소가 뜯어먹어 땅이 정리됐는데 가만히 두니까 나무가 하늘 높이 자라버리고 가시넝쿨이 생겨나 쓸모없이 방치된 땅이 됐죠. 그러나 보니 팔아서 돈이라도 마련하자는 의견도 생겨납니다.”(문승하 고성리목장 조합장 인터뷰 중)

목축 문화의 변화는 마을공동목장에 많은 변화를 불렀다. 소나 말을 더 이상 풀어놓고 키우지 않다 보니 풀이 자라 파도같이 일렁이던 초지는 어느새 가시넝쿨과 높이 자란 나무들로 가득한 곶자왈이 됐다. 

축사라도 지어 소나 말을 다시 기르려 해도 마을공동목장이 제주 자연의 핵심인 중산간에 있는 탓에 목장부지가 1급 수원지 보전지역으로 설정되는 등 규제에 가로막혔고, 조합은 그냥 놔둘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목초를 생산해볼까 땅을 정비하고자 해도 조합 형성 이후 생겨난 각종 규제에 막혀 아무것도 시도할 수 없는 형편이 됐고, 이 같은 이용가치의 하락은 결국 매각을 논의하게 되는 씨앗이 되기도 한다.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2일 오전 아홉 번째 방문지인 제주시 애월읍 고산리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2일 오전 아홉 번째 방문지인 제주시 애월읍 고산리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목장 전경. ⓒ제주의소리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목장 전경.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아홉 번째 방문지인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목장을 탐방했다.

지난 2일 오전 9시 30분 탐나는가치 맵핑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 팀은 문승하 고성리목장 조합장의 설명을 따라 목장이 처한 현실을 들어봤다.

고성리목장은 약 122만 3140㎡(37만여 평)의 부지가 산세미오름 산록도로를 중심으로 나눠져 있다. 임야로 된 필지가 20여 곳, 초지가 21필지며 실질 조합원은 약 120명이다. 

목장부지가 넓은 데다 떨어져 있어 관리에 어려움이 따르며, 사용하지 않는 땅의 경우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이유로 활용가치가 떨어져 사실상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예전에는 수백 마리의 소가 방목돼 80년대 초반까지 목감이 활동하기도 했으며, 조합원들이 순서를 정해 소들을 관리하기도 했단다. 집집마다 소를 목장에 올려 풀을 뜯어 먹게 했으며, 목감은 20일 간격으로 소를 이동시키며 고루 뜯어먹을 수 있게 관리했다. 

그러나 축산 환경이 집약적 목축으로 변하면서 목장은 활용가치가 없어졌고 결국 지금의 모습을 맞게 됐다.

사진 가운데 빈 집은 80년대 초까지 방목된 소들을 관리하던 목감이 머물던 건물이다. 고성리조합은 옛 목감집을 없애지 않고 교육 등 활용방안을 모색하며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사진 가운데 빈 집은 80년대 초까지 방목된 소들을 관리하던 목감이 머물던 건물이다. 고성리조합은 옛 목감집을 없애지 않고 교육 등 활용방안을 모색하며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방목 목축 활동이 끊기자 광활했던 초지도 조금씩 숲으로 변하면서 목장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임야를 개간해 초지를 조성하고자 해도 나무 하나 마음대로 자를 수 없는 현실이다. 고성리목장 부지. ⓒ제주의소리
방목 목축 활동이 끊기자 광활했던 초지도 조금씩 숲으로 변하면서 목장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임야를 개간해 초지를 조성하고자 해도 나무 하나 마음대로 자를 수 없는 현실이다. 고성리목장 부지. ⓒ제주의소리
문승하 고성리목장조합장. 그는 마을공동목장 매각에 따른 마을공동체 해체를 우려하며 목장의 존재는 마을의 행복과 직결된다고 피력했다. 고성리목장조합은 목장을 매각하지 않고 어떻게든 활용하기 위한 자구책을 고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문승하 고성리목장조합장. 그는 마을공동목장 매각에 따른 마을공동체 해체를 우려하며 목장의 존재는 마을의 행복과 직결된다고 피력했다. 고성리목장조합은 목장을 매각하지 않고 어떻게든 활용하기 위한 자구책을 고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조합이 활용하지 않는 임야를 개간해 초지를 조성하고자 해도 나무 하나 마음대로 자를 수 없는 형편이다. 일부 초지를 개간하고자 해도 1만 평당 3000만 원 이상의 거액이 들다 보니 쉽게 추진하기도 힘들다. 

임야의 경우 현재 관리할 방법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개간 작업을 통해 소들이 먹을 수 있는 목초를 생산하고 경관 가치를 살리려고 해도 임야로 지정돼 있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목장이 소유하고 있는 부지지만 마음대로 건들 수 없는 상황인 것. 

이처럼 활용할 수 없는 땅을 어떻게든 팔지 않고 자연 그대로 둬 보전하고자 해도 날아드는 세금 고지서를 맞닥뜨리면 갈등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활용할 수도 없는 땅이니 팔아서 마을을 위해 쓰자는 의견이 대두되는 것이다. 

그나마 고성리목장조합은 규약에 땅을 함부로 팔 수 없게 해둬 실질적인 매각으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목장에 지금보다 더 큰 위기가 찾아올 경우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놓인다.

결국 제주 자연 보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중산간 지대 마을 목장부지가 팔린다면 마을공동체 해체와 자연 훼손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된다. 

문승하 조합장은 이날 탐방 과정에서 매각에 따른 마을공동체 해체를 우려하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지속가능한 마을공동목장 이용 대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한 문 조합장은 목장 매각에 따라 마을공동체가 해체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크게 공감했단다. 

현재 고성리목장은 임대와 목초재배 등을 통해 수입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렇게 벌어들인 수입은 세금을 제외하고 마을을 위해 사용하는 중이다. 마을 체육대회나 부녀회 봉사활동 등에 지원하기도 한다는 것. 

결국 마을공동목장의 존재는 마을의 행복과 직결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고성리목장조합은 어떻게든 마을공동목장의 명맥을 잇기 위해 활용 가능한 부지를 임대주고 있다. 현재 고성리목장에는 경주용 마를 생산하는 임대업자가 장기 임대를 통해 말을 기르고 있다. 

임대업자는 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목장에 축사를 짓고 있기도 하다. 뒤로는 한라산의 정기가 내려오고, 드넓은 초지 앞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어 목축하기엔 더없이 좋은 환경인 것. 

고성리목장에서 길러지고 있는 경주마. 임대업자는 말을 길러 수입을 얻고, 목장조합은 임대료를 받아 수입을 얻는다. ⓒ제주의소리
고성리목장에서 길러지고 있는 경주마. 임대업자는 말을 길러 수입을 얻고, 목장조합은 임대료를 받아 수입을 얻는다. ⓒ제주의소리
고성리목장에 지어지고 있는 축사. 임대업자는 장기 임대 계약을 체결하는 대신 축사를 지어 목축하고, 계약이 끝난 뒤 건물을 기부채납 형식으로 조합에 돌려줄 예정이다. ⓒ제주의소리
고성리목장에 지어지고 있는 축사. 임대업자는 장기 임대 계약을 체결하는 대신 축사를 지어 목축하고, 계약이 끝난 뒤 건물을 기부채납 형식으로 조합에 돌려줄 예정이다. ⓒ제주의소리
문승하 조합장의 설명을 들으며 목장을 탐방 중인 탐나는가치 맵핑 프로젝트팀. ⓒ제주의소리
문승하 조합장의 설명을 들으며 목장을 탐방 중인 탐나는가치 맵핑 프로젝트팀. ⓒ제주의소리

조합은 임대의 경우도 개발업자가 탐낼 수 없도록 목장 운영 목적에 맞는 계획이 있어야만 가능하도록 했다. 사육을 하거나 초지를 조성해 목초를 재배할 목적이 아니라면 애초에 임대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한 것.

이어 문 조합장은 최근 목장부지에서 광고 촬영을 해도 되느냐는 문의도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푸른 목초가 살랑이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기에 가능했던 것. 요가 관계자들도 촬영 문의를 해온단다. 

이처럼 자연환경이 좋다 보니 개발업자들의 유혹도 늘 있었다고 했다. 골프장을 짓기 위해 개발업자들이 부지를 팔아달라고 많이 요청한 것. 그러나 목장 조합은 목장과 마을공동체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팔지 않고 어떻게든 자구책을 찾고 있다. 

그러나 조합 형성 이후에 생겨난 규제들로 인해 행정의 도움 없이는 관리할 수 없는 곳이 많아 애를 먹고 있다. 방목할 때는 소들이 풀을 먹어버려 관리가 됐는데 방목을 하지 않다 보니 사람도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가시넝쿨이 가득해진 것. 

사람의 왕래가 줄어들다 보니 목장은 자연스레 곶자왈의 형태로 변해갔다. 그런 와중에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은 목장 한구석에다 각종 쓰레기를 투기하기도 했다. 

이날 탐나는가치 맵핑 프로젝트팀이 목장을 살펴볼 때도 곳곳에서 욕조, 천장 건축 자재, 포대 등 각종 폐기물이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누군가 아무도 몰래 버리고 도망간 것. 

더불어 나무를 몰래 벌목해가는 사람들도 생겨나 고성리목장 조합은 행정의 도움을 받아 도로를 포장하고 곶자왈로 변해버린 초지를 개간하려는 중이다. 

문 조합장은 “어려움이 많이 있지만, 목장이 있는 마을은 그나마 행복하다. 목장을 다 팔아버린 마을은 목장이 없어 힘들다고 하더라”며 “마을 운영과 주민들을 위한 행사에 힘을 보태는 일은 마을공동체의 회복을 위한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목장 운영 계획서에도 독거노인 김치전달, 체육대회, 마을잔치 등 행사가 담겨 있다. 마을을 위해 돈을 사용하는 만큼 목장도 수입이 있어야 하는데 세금과 규제 등 문제로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목장 명맥을 이어 마을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게 하고 싶다. 나름대로 자구책을 찾아보고 있지만,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쉽지 않다”며 “행정이 지원 사업도 늘려주고 방치된 땅을 자연 보전이라는 큰 틀 안에서 조금이나마 활용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고성리목장 한편에 쌓인 쓰레기들. 목장이 방치되다 보니 건축용 폐자재를 비롯한 생활쓰레기들이 불법 투기되고 있었다. ⓒ제주의소리
고성리목장 한편에 쌓인 쓰레기들. 목장이 방치되다 보니 건축용 폐자재를 비롯한 생활쓰레기들이 불법 투기되고 있었다. ⓒ제주의소리
고성리목장 한편에 쌓인 쓰레기들. 목장이 방치되다 보니 건축용 폐자재를 비롯한 생활쓰레기들이 불법 투기되고 있었다. ⓒ제주의소리
고성리목장 한편에 쌓인 쓰레기들. 목장이 방치되다 보니 건축용 폐자재를 비롯한 생활쓰레기들이 불법 투기되고 있었다. ⓒ제주의소리
문승하 조합장이 탐나는가치 맵핑 프로젝트팀에 고성리목장이 처한 현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문승하 조합장이 탐나는가치 맵핑 프로젝트팀에 고성리목장이 처한 현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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