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탐나는가치맵핑] 지속가능한 마을공동목장 대안 모색 토론회서 다양한 제언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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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3시 제주시소통협력센터 5층 다목적홀에서 생중계 방식으로 개최된 ‘2021 지속가능한 마을공동목장 이용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는 제주의 공동자원인 마을공동목장 활성화 방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제주의소리

공동체에서 탈퇴하더라도 가지고 있던 지분을 처분할 수 없는 공동소유 형태인 ‘총유제도’를 통해 마을공동목장을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목축환경의 변화로 마소를 키우지 않아 발생하는 이용가치와 경관적 가치의 소멸과 해를 거듭할수록 각종 세금 부담이 늘어 개발유혹에 노출되는 위기를 막아내자는 것이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와 함께 지난 16일 ‘2021 지속가능한 마을공동목장 이용 대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오후 3시 제주시소통협력센터 5층 다목적홀에서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된 토론회는 마을공동체의 자산이자, 제주도 특유의 목축경관을 간직한 천혜의 보고로 평가되는 제주 공동자원 ‘마을공동목장’ 보전을 위한 정책 마련과 생태적 활용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는 김평선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사무국장 ‘제주 마을공동목장 운영 실태와 활성화 과제’, 강만익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 특별연구원 ‘제주도 마을공동목장 활성화 방향’의 두 차례 주제발표로 시작됐다. 

종합토론에는 △송부홍 금당목장 조합장 △이상봉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김자경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이 참석했다. 좌장은 김봉현 제주의소리 편집국장이 맡았다.

김평선 사무국장은 탐나는가치 맵핑 현장 탐방한 마을공동목장을 국내외 사례 비교를 통해 문제점을 짚어냈고, 오랫동안 마을공동목장과 목축문화를 연구해온 강만익 특별연구원은 마을목장 지원조례 제정이나 지원협의체 구성 등 다양한 활성화 방안에 대해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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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목장을 이끌고 있는 송부홍 금당목장 조합장(사진 왼쪽)과 탐나는가치 맵핑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 활동 당시 마을공동목장 탐방을 바탕으로 1부 주제발표에 한 김평선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사무국장. ⓒ제주의소리

 마을공동목장 보전 무대책 무방비

종합토론 첫 번째 발언에 나선 송부홍 금당목장 조합장은 온갖 규제로 묶여 자구책을 마련할 수 없는 마을공동목장의 현실적 문제를 당사자 입장에서 설명하고 마을공동목장협의체 조직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 조합장은 “마을공동목장은 자연경관보존지구와 생태보전지구, 지하수보전지구 등 규제로 묶여 본래 목적인 가축사육조차 할 수 없게 됐다”며 “그럼에도 행정은 경관직불금을 축소시키고 세금은 현실을 반영한다며 차곡차곡 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마을공동목장은 고사리 철만 되면 방문객이 늘어난다. 조합원들이 늘 조심해달라, 철조망만 끊지 말아달라 해도 꼭 티를 내고 간다”며 “바다의 경우 수협의 협력 아래 지원도 받고 자원을 보존하는 데 권한도 갖고 있지만 마을공동목장은 무방비, 무대책이다”라고 말했다.

또 “마을공동목장 특성화 사업 지원 신청 당시 가축을 기르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지원에서 제외됐었다”라면서 “그래서 말을 기르기 시작하니 방문객들이 오름에 말이 있다는 민원이 접수된다며 행정에서 전화가 오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가축을 기르지 않아 지원할 수 없다고 해 실제로 말을 키우기 시작하니 민원이 접수된다며 전화가 왔다는 것이다. 마을공동목장을 운영하고 싶어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주장이다. 

송 조합장은 “어촌계의 경우 공동목장이 아닌 바다에도 함부로 못 들어가게 하는 등 강력하게 자원을 보호하는데 마을공동목장은 그런 조직도 전혀 없어 고사리 철만 되면 늘 쓰레기를 치우고 철망을 보수하기 바쁘다”고 한탄했다.

이어 “마음대로 이용할 수 없어 가치가 떨어지면서 마을공동목장에는 관목만 무성한 버려진 땅이 돼가고 있다”며 “모두와 동반성장 할 수 있도록 도민들과 행정, 조합 모두의 관심을 바탕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을공동목장이 목초 재배 역할만 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원래 목적인 마소도 방목할 수 있게 하고 관광객들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 공익적 가치를 유지하며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마을목장 관심 흐지부지 곤란…협의체 구성 우선

이상봉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은 토론회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일회성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행정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2018년 대규모 개발에 따른 행정사무조사 당시 개발이 이뤄진 대부분은 마을공동목장에서 이뤄졌다”며 “그렇기 때문에 초지의 중요성과 중산간 경관가치 보전 등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또 “행정사무조사가 끝나고 조례를 만들어보자 했는데 흐지부지됐다. 오히려 조합장들께서 협의체를 만들고 그에 대한 지원조례를 요청하는 방식이면 빠르게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협의체가 구성된다면 목장 실태조사 등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이 생길 것”이라고 제언했다. 

협의체를 통해 지속가능한 마을공동목장 운영 구심체를 만들고, 각 조합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과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는 등 협의체 속에서 풀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세금 문제에 대해서는 형평성 문제로 당장은 제한적이라며 토론회를 계기로 도 축산부서와 세정부서 등을 포함한 전체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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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 참석에 도의회 차원의 노력을 약속한 이상봉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사진 왼쪽)과 공동자원 연구 전문가 김자경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전임연구원. ⓒ제주의소리

이 위원장은 “공동자원 가치를 지닌 마을공동목장의 세금 감면 혜택 문제는 과세 형평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전체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며 “서로가 문제를 공유하고 논의하지 않고서는 집행부가 받아들이기가 제한적”이라고 의견을 내놨다.

이어 “마을공동목장협의체를 빨리 만들어서 제주도에 단체 등록을 한 뒤 공동목장 연구나 실태조사, 활용 프로그램 기획 등 예산 차원의 실질적인 뒷받침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도의회 차원에서도 고민해보겠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가 조례 제정을 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조금 더 빠르게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총유제도’ ‘저탄소농업’ ‘만인권’ 등 대안 수두룩

공동자원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온 김자경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은 총유(總有)제도를 통해 마을공동목장을 우선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총유란 하나의 목적물을 여럿이 공동으로 가지는 공동 소유의 한 형태를 말한다. 

총유제도는 조합원이 조합을 탈퇴하더라도 자신이 가진 지분을 처분할 수 없는 형태의 공동소유를 말하는데 마을공동목장 재산이 이에 해당하는 형태라는 것이다. 마을공동체 소유 목장을 총유로 재확인하고 이에 대한 인식 확산과 조세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김 전임연구원은 “총유재산은 공동소유자들이 단체를 결성해 소유자 개인이 아닌 단체가 재산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것”이라며 “소유자 개인은 이용권만 있되 관리나 처분권이 없는 형태로 종교집단이나 종친회 등이 전형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재산은 모임의 목적에 따라 사용되는 사용가치를 중심으로 보는 것이 마땅하며, 모임을 떠나도 지분을 요구할 수 없다”며 “종친회가 소유한 집안의 선산을 후손이 종친회에서 탈퇴한다고 해서 분할 판매할 수 없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영국의 경우 2011년 지역주권법을 제정해 마을공동체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사유·공공재산을 총유재산화 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재산이 처분될 때는 마을공동체에게 우선 입찰 기회를 준다거나 유휴 공공부지에 대한 마을공동체의 사용신청권을 우선한다는 등 권한이다. 이 같은 총유제도 도입은 현재 위기를 맞은 마을공동목장 유지의 첫 길이라는 것. 

더불어 초지를 통해 드넓은 탄소흡수원을 확보한 만큼 정부 탄소중립 정책에 맞춰 ‘저탄소 농업’으로 인정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탄소배출권을 부여해 외부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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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3시 제주시소통협력센터 5층 다목적홀에서 생중계 방식으로 개최된 ‘2021 지속가능한 마을공동목장 이용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제주의 공동자원인 마을공동목장 활성화 방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제주의소리

이밖에도 김 전임연구원은 ‘만인권’ 개념을 통해 마을공동목장에 방치된 자연녹지를 되살리고 공동체가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일본 홋카이도의 사례로 설명했다.

만인권은 자연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로 생존을 위한 공동체의 토지이용권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토지소유자의 재산권과 자연보호가 지켜지는 범위에서 타인의 토지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일본 홋카이도 남서부 토마코마이 지역은 기업 소유지를 마을 사람들과 시민단체들이 자유롭게 산림 트레킹 하며 자연보호를 위한 봉사활동도 왕성하게 하고 있다. 

만인권을 적용한 회사 ㈜토마토우는 공업단지 부지에 대한 소유와 이용을 분리한 뒤 마을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방치된 부지의 자연녹지를 되살리고 공동체 활동에도 보탬이 됐다. 

김 전임연구원은 “방치되고 있거나 이용 용도를 찾지 못해 개발업자들에게 매각하려는 다양한 공유지 사례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인권을 마을공동목장에 적용해 가치를 알린 뒤 다음 단계로 도민들과 목장 활성화 방안을 공론화했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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