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부동산 공약 발표서 해저터널 언급..."유럽 단거리 항공노선 폐지, 제주 해저터널 검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에서 제주까지 KTX 고속철도를 놓는 해저터널 건설 방안을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유럽의 경우 국내 단거리 항공노선을 대부분 폐지하고 있는 추세와 맞물려, 국내 노선의 경우 항공수요 상당 부분이 서울-제주노선에 집중된 상황에서 장기적인 검토사항으로 고속철도 해저터널 얘기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는 23일 오전 경기 의왕 포일어울림센터에서 수도권 부동산 공약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311만호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공급 물량의 30%를 무주택 청년에게 배정하고, 용산공원 주택 10만호에 대해 청년 기본주택으로 공급하고, 생애 첫 주택구입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90%로 완화하겠다는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이어 이 후보는 김포공항 존치를 약속하며 공항 주변에 20만호(서울 8만호, 경기도 12만호) 아파트를 공공택지개발로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제주 해저터널 검토는 기자들이 질의 응답 과정에서 나왔다.

'김포공항을 존치하게 된 배경과 김포공항 존치상태에서 신규주택 건설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 후보는 "김포공항 존치 여부는 계속 검토할 계획"이라며 "이미 유럽에선 철도 효율성과 탈탄소때문에 국내 단거리 항공노선을 폐지하고, 육상노선으로 대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KTX같은 고속철도 효율이 높아져서 비행기에서 타고 내리는 시간과 거의 같아졌다"며 "게다가 탄소제로 사회를 열고 있는데 비행기는 화석연료를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은 단거리 국내노선을 폐지하는 게 현재 추세"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국내항공 중에서 가장 큰 수요는 제주다. 장기적인 검토사항인데 전국을 KTX로 조밀하게 연결하는 안은 송영길 대표의 주장이기도 하고, 여론조사에서도 찬성이 많은데 제주도로 해저터널을 연결하는 게 오히려 비용도 크지 않고 훨씬 효율적"이라고 해저터널 얘기를 꺼내들었다.

이 후보는 "해저터널을 할 경우 서울에서 제주까지 2시간 30분이면 간다"며 "사실 비행기 타러가는 데 1시간, 대기 30분, 비행기 타고 가는 시간 1시간 하면 오히려 고속철도가 훨씬 빠르다"고 말했다.

다만 이 후보는 "제가 고민하는 부분은 '섬은 섬으로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 때문에 내부 논쟁이 치열했다"며 "이 문제(해저터널)는 시간을 두고 계속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해저터널 구상은 2007년 9월5일 김태환 제주지사와 박준영 전남지사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전남 간 해저터널 건설사업' 대정부 공동건의문을 채택하면서 공식화 됐다.

2008년 한국교통연구원이 '21세기 신국가성장축 개발을 위한 호남~제주 해저 고속철도' 구상안을 제시하면서 논의가 본격화 됐다.

교통연구원은 호남~제주 해저 고속철도 노선 구상안은 목포~해남~보길도~추자도~제주에 이르는 총 167km의 연장이다. 목포~해남 구간(66km)은 지상으로 건설하고, 해남~보길도 구간(28km)은 해상교량, 보길도~추자도~제주 구간(73km)은 해저터널로 건설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사업비는 약 14조6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호남~제주 해저고속철도의 설계속도를 호남고속철도와 같은 시속 350km로 하면, 서울에서 제주까지는 2시간 26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해저터널 고속철도 사업은 제주도가 '신공항' 건설을 적극 추진하면서 우선순위에서 배제됐고, 이낙연 전 총리가 전라남도 도지사 시절에 해저터널 고속철도 사업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찬반 논란이 이어져왔다. 

결국 유력한 대선 주자인 이재명 후보가 서울~제주 해저터널 고속철도를 장기적 검토사업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20대 대선에서 다시 한번 수면으로 떠오를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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