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 금지 분리대 설치, 차선 도색 등 막바지 정비
기존 정류장 폐지·변경 뒤섞여…당분간 혼잡 불가피

제주형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고급화 사업으로 설치된 ‘섬식정류장’ 개통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최초’를 앞세운 도정 정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섬식정류장은 중앙차로제가 도입되면서 정시성을 확보하고 양문형 버스를 통해 빠르고 안전한 환승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췄다. 또 버스 이용객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도 마련됐다.
반면, 모든 버스가 양문형으로 교체되지 않아 노선별로 이용해야 하는 정류장이 달라지면서 혼선이 빚어질 우려가 있는 데다 벌써부터 교통체증이 발생하고 있어 불만도 만만치 않다.
섬식정류장 개통 하루를 앞둔 8일, 서광로 일대는 차선을 도색하고 정류장 주변 무단횡단 금지 분리대를 설치하는 등 막바지 정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기존정류장에는 폐지와 변경을 알리는 현수막과 안내문이 부착됐고 섬식정류장에는 9일 오전 6시부로 개통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현수막과 안내문을 유심히 바라보며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이 중에서는 섬식정류장과 기존정류장에서 탑승할 수 있는 버스가 달라 헷갈린다는 반응도 있었다. 모든 버스가 양문형으로 교체되지 않았기 때문에 버스에 따라 탑승 위치도 달라지는 것이다.
서광로 구간 섬식정류장은 300번대와 400번대, 양문형으로 교체된 22개 노선버스만 이용하게 된다. 100번대와 200번대, 도심급행 등 기존 버스는 아직 양문형 버스로 교체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정류장을 이용해야 한다.


신제주 출발 기준 섬식정류장 기점인 오라3동 정류장은 폐지되며, 바로 다음 정류장인 월구마을의 경우 유지된다. 그러나 탑승 가능한 버스가 엇갈리면서 혼선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월구마을 버스정류장 탑승 가능 버스는 ▲섬식 △43-1~3 △315 △331 △332 △335 △336 △355 △358-1 △360 △440 △444 △461 △462 △466 ▲기존 △202 △240 △251 △252 △253 △254 △255 △282 △292 등이다. 터미널 직전 정류장인 동성마을도 마찬가지다.
제주버스터미널 정류장은 기존 자리에서 서쪽으로 약 100m가량 위치를 옮긴다. 해당 지점에는 100번대 급행버스와 3001번, 3006번, 810-1번 등 버스가 정차한다. 반면, 한국병원과 남서광마을입구, 남서광마을 정류장은 폐지된다.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버스정류장 역시 양문형 유무에 따라 정차하는 버스가 나뉜다. 이에 시외를 운행하는 200번대 버스와 3001, 3003, 3006번 버스가 기존정류장을 이용하게 된다.
이처럼 양문형 버스와 기존 버스가 중앙차로와 일반차로를 함께 이용하게 되는 가운데 차선은 줄어들면서 교통체증은 불가피해졌다. 평일 낮 시간대임에도 서광로 일대는 차량이 길게 늘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신제주 방향 도로는 정체가 꽤 심했다. 탐라장애인복지관부터 서사라사거리까지 도로는 거북이 운행이 이뤄졌고 제주버스터미널 넘어 오라오거리 사이 도로도 정체가 빚어졌다.


실제 주행해본 결과, 광양사거리에서 오라오거리까지 약 15분이 소요됐다. 평일 낮, 1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임에도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늦어진 것. 심지어 차선이 늘었다가 줄었다가 하는 바람에 곳곳에서 곡예 운전이 펼쳐지며 신경질적인 클락션이 울리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A씨는 “성과를 내기 위해 버스를 다 교체하기도 전에 정류장부터 만든 것 아니냐”라며 “버스를 웬만큼 바꾸고 정류장을 만들어야지 몇 년간 교통체증과 사고 위험을 도민들이 감수하라는 건지 떠넘기기식 행정인 것 같아 불만”이라고 말했다.
앞서 제주도에 바란다에도 비슷한 의견이 올라온 바 있다. 게시글 작성자 B씨는 “왜 도민들이 버스를 안 타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배차 간격도 길고 서비스도 불친절하지 않나”라며 “또 양문형 버스를 들여오고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 흔적 남기기식 행정 그만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반면, 버스를 기다리던 C씨는 “당분간 혼란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자가용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 중이라 버스가 빨라지면 좋을 것 같긴 하다”며 “기후위기 시대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관련해 제주도는 9일 개통을 맞아 기간제 근로자 54명을 투입, 탑승 환경 변화에 따른 안내에 나선다. 또 개통 후 신호체계 등 문제점을 보완해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흐름을 정착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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