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중앙선 침범, 유도선 이탈, 차선 착오 등 ‘혼란’ 지속
서광로 BRT ‘땜질식’ 개선…성급한 정책 뒷면 도민 불만↑

각종 유도선과 구분선이 그려져 복잡한 모습의 제주시 광양사거리. ⓒ제주의소리
각종 유도선과 구분선이 그려져 복잡한 모습의 제주시 광양사거리. ⓒ제주의소리

‘빠~아~앙’ 신경질적인 경적이 끊이질 않는 제주시 광양사거리. 서광로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고급화 사업이 진행된 이곳에서는 뒤죽박죽 유도선으로 인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가 “초기 혼란에서 벗어나 흐름이 원활해지며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힌 것과 달리 현장은 여전히 혼란의 연속이었다. 특히 각종 유도선이 그려진 광양사거리는 심각했다.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설치된 중앙로와 서광로를 잇는 지점인 광양사거리에 그려진 유도선은 분홍, 초록, 파랑, 하양 등 형형색색이다. 중앙선까지 포함하면 5가지 색깔이다.

문제는 차로의 명확한 안내와 운전자의 시선을 유도하기 위해 설치하는 유도선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 심지어 이해할 수 없는 차로 구분선도 그려져 있는 상황이다.

중앙로(제주시청)에서 서광로(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로 좌회전할 경우 운전자가 마주하는 유도선은 중앙선을 구분하는 흰색 점선과 차로를 안내하는 분홍, 연두 유도선 등 모두 3가지다. 

평소처럼 흰색 점선을 따라가거나 분홍 유도선을 따라 이동할 경우 곧바로 중앙버스전용차로로 진입하게 된다. 오직 연두 유도선을 따라가야 일반 차선으로 안전하게 합류할 수 있다. 

그러나 개통 열흘이 지난 20일, 취재기자가 해당 구간을 수 분간 지켜본 결과 정해진 유도선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수두룩했다. 흰색 점선, 분홍-초록 유도선 등 저마다 이용하는 유도선이 제각각이었다.

특히 흰색 점선과 분홍 유도선을 따라간 차량들은 중앙버스전용차로에 진입한 뒤 급하게 차선을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 약속된 유도선을 지킨 차량과 그렇지 않은 차량이 같은 차로를 향하면서 뒤따르는 운전자들이 헷갈릴 법했다.

중앙로(제주시청)에서 서광로(탐라장애인복지관) 방향으로 좌회전 하는 차량들이 정해진 연두색 유도선을 지키지 않고 제각각 이동 중인 모습.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중앙버스전용차로에 진입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제주의소리
중앙로(제주시청)에서 서광로(탐라장애인복지관) 방향으로 좌회전 하는 차량들이 정해진 연두색 유도선을 지키지 않고 제각각 이동 중인 모습.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중앙버스전용차로에 진입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제주의소리
동광로(보훈회관)에서 중앙로(제주시청) 방향으로 좌회전 하는 차량들. 차선을 헷갈려 중앙버스전용차로와 지정 좌회전 차선 두 곳에서 좌회전을 시도하며 검은색 승합차와 은색 승용차가 충돌하는 사고가 날 뻔했다. ⓒ제주의소리
동광로(보훈회관)에서 중앙로(제주시청) 방향으로 좌회전 하는 차량들. 차선을 헷갈려 중앙버스전용차로와 지정 좌회전 차선 두 곳에서 좌회전을 시도하며 검은색 승합차와 은색 승용차가 충돌하는 사고가 날 뻔했다. ⓒ제주의소리

광양사거리를 거쳐 서광로로 진입하는 동광로 끝 지점에서는 당장 사고가 발생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다. 차로를 헷갈린 운전자들이 중앙버스전용차로와 좌회전 차로에서 각각 좌회전을 시도하면서 충돌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자주 목격됐다.

좌회전뿐만 아니라 중앙버스전용차로에서 유턴을 시도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러자 전용차로를 이용해 직진하려는 버스나 택시가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일주도로를 자주 이용하지 않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누구나 헷갈릴 수 있어 보였다.

심지어 서광로에서 동광로 방향으로 이동하는 사거리에는 이해할 수 없는 흰색 점선이 그려져 있었다. 서광로 좌회전 차로 끝부터 맞은편 중앙선을 잇는 차로 구분선이 있는 것. 양옆으로 중앙선과 전용차로를 구분하는 파란 선이 있어 해당 점선은 도로를 더 혼잡하게 했다.

이날 광양사거리를 비롯해 BRT 고급화 사업에 따라 섬식정류장(중앙버스전용차로)이 설치된 서광로 구간을 주행해본 결과, 개통 초기와 달라졌다는 제주도의 주장에 크게 공감할 수 없었다. 정체는 물론 전용차로에 진입한 일반 차량도 다수였다.

또 차선을 수정, 삭제하는 과정에서 검은 도로를 덕지덕지 칠하면서 새로 포장한 도로는 너저분해 보였다. 비가 오거나 한밤중 운전시 차선을 헷갈릴 수 있을 정도다. 시행해보고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사 단계에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광양사거리 내 이해할 수 없는 흰색 점선(빨간색 상자). 중앙버스전용차로와 맞은편 중앙선을 잇는 구분선이 불필요해 보인다. ⓒ제주의소리
광양사거리 내 이해할 수 없는 흰색 점선(빨간색 상자). 중앙버스전용차로와 맞은편 중앙선을 잇는 구분선이 불필요해 보인다. ⓒ제주의소리
'정차금지' 구간인 중앙버스전용차로에서 유턴 중인 승용차들. ⓒ제주의소리
'정차금지' 구간인 중앙버스전용차로에서 유턴 중인 승용차들. ⓒ제주의소리

섬식정류장 관련 불만은 ‘제주자치도에 바란다’ 게시판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제주도는 5월 6일부터 19일까지 섬식정류장 관련 민원이 3건이라며 해명에 나섰다.

해당 시기 게시글을 살펴보면 불만은 상당했다. 제목만 살펴봐도 ‘섬식정류장 정책 의문 및 폐지 요청’, ‘섬식버스, 양문형 버스정류소 폐지’, ‘섬식버스 정류소 사업 중단’, ‘섬식버스제도 폐지’, ‘섬식버스 폐지를 청원합니다’, ‘섬식정류장의 문제점’ 등 다양했다.

정확히 ‘섬식정류장’이 아니더라도 도민들은 서광로 BRT 사업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런데도 민원 내용을 세세하게 구분, 숫자를 세어가며 해명하는 아전인수격 자세는 도민들이 쉽게 공감할 수 없는 모습이다. 

중앙버스전용차로 제도는 대중교통의 안전성과 정시성을 높여 대중교통을 활성화하자는 지향점이 분명한 정책이다. 그러나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 속 땜질식 개선이 계속되면서 도민들 사이에서 피로도와 불만이 계속해서 쌓여가는 실정이다.

관련해 제주도는 하반기 동광로 구간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도령로와 노형로까지 섬식정류장을 확대 구축할 계획이다. 개통 전부터 불만이 상당했던 서광로 사업을 경험 삼아 속도전 대신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도민들의 지적에 제주도가 어떻게 대응할 지 주목된다.

운전자가 바라보는 광양사거리(제주시청→탐라장애인복지관). ⓒ제주의소리
운전자가 바라보는 광양사거리(제주시청→탐라장애인복지관). ⓒ제주의소리
운전자가 바라보는 광양사거리(보훈회관→제주시청). ⓒ제주의소리
운전자가 바라보는 광양사거리(보훈회관→제주시청). ⓒ제주의소리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