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버스 출퇴근 시간 43% 단축”
골목길 진입 등 풍선효과 분석은 없어

각종 민원이 속출한 제주형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고급화 사업과 관련해 제주도가 출퇴근 버스 이동 속도가 빨라졌다는 단기적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다만 차량 분산에 따른 주변 교통량 흐름과 골목길 차량 진입으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2일 도청 기자실에서 ‘서광로 BRT 구간, 출근시간 버스 속도 43% 향상’이라는 제목의 브리핑을 진행했다. 중앙전용차로 버스 속도가 빨라졌다는 내용이다. 

제주도는  “서광로 BRT 구간에서 출근시간인 오전 8~9시 양방향 버스 이동속도가 43% 향상됐다”며 신제주→광양 32%, 광양→신제주 53%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기존 출퇴근 교통혼잡 시간에만 가로변 전용차로를 이용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중앙전용차로를 이용하게 되면서 전체적인 이동속도 개선 효과를 입증해 보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제주도는 일반차량 역시 개통 전 양방향 평균 시속 12.6km에서 개통 후 시속 16.8km로 33% 빨라졌다고 밝혔다. 서광로 구간 차량 유입량이 5000대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서광로 차량 유입량은 하루 6만2484대에서 5만7431대로 8.1%가량 줄었다. 이에 제주도는 차량 유입량 감소와 지속적인 신호주기 조정으로 풍선효과와 교통체증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버스 이용객들의 혼란도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섬식정류장이 처음인 경우 아직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며 관광객이 많이 이용하는 정류장을 중심으로 안내원 근무 기간을 늘리고 외국인 대상 안내표시를 보완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탐라장애인복지관부터 서사라사거리 인근까지 길게 늘어진 차량.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탐라장애인복지관부터 서사라사거리 인근까지 길게 늘어진 차량.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그러나 이는 도민들이 체감하는 것과 동떨어진 내용이다. 개통 한 달이 넘은 지금도 짧은 신호주기 불만, 6차로 중 4차로를 차지하는 버스 문제, 잦은 끝 차로 주정차에 따른 교통혼잡 등 문제가 매일같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운전자 불만뿐만 아니라 버스 이용객 불만도 잇따른다. 양문형 버스 특성상 부족한 좌석 문제, 급행 및 일반 버스 환승 불편 문제, 버스정류장 위치 헷갈림, 기존보다 멀어진 버스정류장 위치 등 문제가 제기된다. 

제주도는 브리핑을 통해 시행초기 연삼로 차량 유입이 늘었지만, 최근에는 차량통행량이 7만6783대에서 7만4088대로 3.5% 줄었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풍선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단정한 것이다. 

하지만 삼성혈 방향을 오가는 도로와 도남 일대 도로, 전농로 등을 다니는 도민들은 섬식정류장 개통 이후 풍선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객관적 근거가 아니라 하더라도 인근 도로 현황 분석 없이 풍선효과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 따른다.

실제로 서광로와 연삼로 차량통행량이 줄고 속도가 빨라졌다면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났는지 제대로 파악, 분석하는 게 행정의 당연한 역할임에도 “풍선효과, 교통체증은 없다”며 자화자찬하는 모습이 과연 올바른 행정의 자세인지 물음표가 그려진다.

‘BRT’는 자가용 통행 속도를 낮추는 대신 대중교통 전용 공간을 만들어 통행 속도와 정시성을 보장하기 위해 많은 도시에서 교통 수요관리 대책으로 활용 중인 사업이다. 이에 제대로 준비하고 잘 만든다면 제주지역 대중교통도 개선될 여지가 있다.

이처럼 정말 제주도 대중교통에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올 혁신적인 정책이라면 행정이 자세를 낮추고 불편에 공감, 설득과 문제 개선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도민사회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지금은 부정적 시선을 지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인상으로 비칠 우려가 따른다.

불과 하루 전 열린 관련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제주도민들이 시험 대상도 아니고 행정에서 인프라를 구축할 땐 철저하게 설계를 해서 추진해야 한다. 예측 가능한 부분을 사전에 제거하면서 추진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관련해 제주도는 제주연구원과 함께 버스 이동속도와 서광로 및 주변도로 차량통행량 데이터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3개월 단위 이동속도 변화추이를 분석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태완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서광로 BRT 중앙차로 구간을 운행하는 버스는 빠른 이동속도를 보이고 승용차 교통체증은 나타나지 않는다”며 “앞으로 중앙차로 운행과정에서 교통사고 위험 등을 면밀히 검토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동광로(보훈회관)에서 중앙로(제주시청) 방향으로 좌회전 하는 차량들. 차선을 헷갈려 중앙버스전용차로와 지정 좌회전 차선 두 곳에서 좌회전을 시도하며 검은색 승합차와 은색 승용차가 충돌하는 사고가 날 뻔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동광로(보훈회관)에서 중앙로(제주시청) 방향으로 좌회전 하는 차량들. 차선을 헷갈려 중앙버스전용차로와 지정 좌회전 차선 두 곳에서 좌회전을 시도하며 검은색 승합차와 은색 승용차가 충돌하는 사고가 날 뻔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원래 좌회전 차로가 아닌 중앙차로를 통해 좌회전하는 차량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원래 좌회전 차로가 아닌 중앙차로를 통해 좌회전하는 차량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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