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도로 폭 좁고 불법 난무, 자칫하면 승객 부상
“적응할 것, 불가피”는 책임 전가, 꼼꼼한 계획과 대책 필요

제주의소리 독자와 함께하는 [독자의소리] 입니다.
제주형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고급화 사업으로 추진된 ‘섬식정류장’이 아주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정식 개통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모습입니다.
도로 가운데를 버스전용차로로 만들어 정시성을 확보하고 쾌적한 대기 공간을 마련해 이용객 편의를 증진하는 등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여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는 계획이 담긴 사업입니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섬식정류장을 두고 각종 민원이 빗발치면서 제주도가 후속 대응에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승객, 자가용 운전자에 이어 현직 버스 기사마저 우려를 표했습니다.
버스 운전기사인 김수환(가명) 씨는 버스 탑승객과 자가용 운전자 불편뿐만 아니라 버스 입장에서도 우려스러운 지점이 많아 지적이 필요하다며 [제주의소리]에 제보해왔습니다.

먼저 김씨는 좁아진 일반 차로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제주도 설계에 따르면 버스중앙차로 폭은 3.25m, 일반 차로는 3.0m로 구성됐습니다. 섬식정류장과 중앙차로제를 도입하면서 차로가 줄어들자 제주도는 일반 차로 폭을 줄이는 대신 개수를 늘린 것입니다.
문제는 일반 차로에도 버스가 주행한다는 사실입니다. 보통 버스는 2.4~2.5m의 폭을 가지기 때문에 폭 3m 도로를 무리 없이 주행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양쪽 사이드미러를 제외한 것으로 이를 포함할 경우 여유 공간은 사라집니다.
김씨는 “일반 차로를 달리다 옆 차량과 충돌 할까 놀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면서 “도로 폭이 좁은 곳에서는 버스가 나란히 달릴 수 없다. 특히 한국병원과 터미널 인근 도로 연석을 잘 보면 끝으로 밀려난 버스 바퀴에 의해 검게 긁힌 흔적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현장을 살펴본 결과 도로폭이 좁은 일부 구간 도로 연석에서는 김씨가 말한 흔적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또 좁은 도로를 주행하는 버스나 대형 화물차들의 차선 침범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습니다.
만약 승객을 가득 태운 버스가 주행 중 연석을 들이받거나 주행 중인 차량과 충돌할 경우 대형 인명사고로도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버스를 운전하는 일부 버스기사들의 위험 운전도 문제였습니다.


차선 변경이 가능한 점선이 아닌 ‘실선’ 구간에서 중앙차로를 진·출입하는 모습이 확인된 것입니다. 섬식정류장 승하차가 불가능한 버스들이 중앙차로를 이용하다가 일반차로로 이동하면서 이른바 ‘위빙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위빙 현상은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는 2개 이상 교통흐름이 관제시설 도움 없이 교차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현상이 나타나는 구간에서는 다른 차선 주행 차량과 엇갈림이 발생하면서 교통 혼잡 발생 가능성과 사고 위험이 늘어납니다.
서광로에서는 신제주입구교차로(해태동산)에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서광로 BRT 구간이 끝나는 해당 도로에서는 공항 방향으로 우회전하기 위해 우측 끝으로 이동하는 버스와 좌회전을 위해 좌측 끝으로 이동하는 승용차 간 위빙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현재 서광로 중앙차로는 오라오거리 섬식정류장에서 종료됩니다. 이에 김씨는 중앙차로와 일반차로가 합류하는 지점이 신호등 가까이 만들어져 공항으로 우회전해야 하는 버스들이 난감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안전하게 차선을 바꾸려면 실선을 넘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밖에도 현장을 살펴보던 중 터미널 정류장 인근에서는 중앙차로를 달리던 급행버스가 승객 승하차를 위해 2개 차선을 가로질러 가로변 정류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는 섬식정류장에서 승객을 내리고 태운 양문형 버스가 제주시청으로 우회전하기 위해 중앙차로에서 끝 차로로 이동하며 길게 늘어진 차량 사이를 버스가 파고드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김씨는 “짧은 거리에 3개 차로를 가로질러 우회전해야 한다. 혹시 사고가 나 승객이 다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라며 “휴일이면 웨딩홀이 있는 오라오거리 인근 도로는 뒤죽박죽이다. 또 뒷문만 열리니 승객 소통도 어렵다. 요금을 내지 않아도 모를 정도”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제주도는 도청 누리집과 언론에서 제기한 민원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 불편해소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사 단계에서 제대로 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며 땜질식 대처,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이어 적응하면 괜찮을 것이라는 태도를 두고 책임을 도민에게 전가하는 방식이라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또 기능보다 보여주기식 체험용 섬식정류장을 만들어 초반부터 여론이 좋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BRT 사업은 제주지역 전체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방향타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자가용 통행 속도를 낮추는 대신 대중교통 전용 공간을 만들어 통행 속도와 정시성을 보장하기 위해 많은 도시에서 교통 수요관리 대책으로 활용 중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주도는 꼼꼼하게 준비하지 않고 ‘최초’를 강조하기 위해 속도만 낸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수차례 자료를 내고 해명을 해도 문제를 제기하는 보도가 잇따르는 실정입니다. 하반기부터 시작될 동광로, 도령로, 노형로 사업을 준비할 제주도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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