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재학생, 교사, 군복 입은 졸업생 제자까지 조문 행렬

23일 오후 제주시내 한 장례식장 분향소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들어서고 있다. ⓒ제주의소리
23일 오후 제주시내 한 장례식장 분향소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들어서고 있다. ⓒ제주의소리

23일 오후 3시께, 전날 제주시내 모 중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된 40대 교사 A씨의 빈소에는 학생들과 졸업생, 교사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왼쪽 가슴에 이름표 대신 검은 리본을 단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무리지어 장례식장에 들어섰다. 입구 의자에는 이들이 벗어둔 책가방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장례식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A씨가 담임으로 있는 반 학생 B군은 전날 아침 조회시간 비보를 접했다고 했다. A씨가 아닌 다른 교사가 교실에 들어오더니 ‘갑작스러운 사고로 선생님이 돌아가셨다’고 말했다고 했다.

반 학생 모두가 충격에 휩싸였다고 했다. 목 놓아 우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믿을 수 없는 소식에 대부분 할말을 잃었다고 했다.

B군(15)은 “전날까지도 웃으며 수업했기에, 처음 이야기를 듣고선 그냥 멍했다”며 “학교에서 분향소를 마련해 전교생이 추모했다. 선생님들도 모두 충격에 빠져 수업할 수 없었다. 어제(22일)와 오늘은 학교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고 전했다.

또다른 반 학생 C군도 “수업시간에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던 선생님이었기에 힘들었다는 걸 아무도 몰랐다”며 “항상 활기차고 책임감 있는 선생님이어서 다른 선생님들도 더 슬퍼하는 거 같다. 수업하시면서도 계속 눈물을 흘리던 선생님도 계셨다”고 말했다.

장례식장 의자에 수북이 쌓인 책가방들. ⓒ제주의소리
장례식장 의자에 수북이 쌓인 책가방들. ⓒ제주의소리

검은 사복 차림부터 군복을 입은 졸업생들도 하나둘 장례식장을 찾았다.

한 졸업생은 전날 받은 부고 문자가 스팸이라고 생각했다며 황망한 마음을 쏟아냈다.

고모씨(19)는 “마냥 유쾌하고 학생들과 장난도 잘 치던 친구같은 선생님이었다”며 “매년 생일마다 연락드리며 안부를 전하기도 하고 스승의날에도 항상 연락드렸다. 뜻밖의 연락을 받고 믿을 수 없었다”고 침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학교를 마친 뒤 빈소를 찾은 교사들의 조문도 줄을 이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뉴스를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파 얼굴도 모르지만 찾아왔다”며 “이제는 이런 일이 남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제주도교육청에 마련된 분향소. A씨 영정사진 앞에 한 학생이 국화를 놓고 있다.
23일 오후 제주도교육청에 마련된 분향소. A씨 영정사진 앞에 한 학생이 국화를 놓고 있다.

이날 오석환 교육부 차관과 김광수 제주도교육감도 도교육청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오 차관은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 보호를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 왔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이번 사안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민원 대응 체계와 제도를 점검하고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분향소는 이날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주말인 24~25일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조문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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