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망 교사의 제자 최형준 군 “교사 혼자서 많은 짐 짊어지면 안돼”

 

“말 한 마디 나누지 않은 학생들이 없을 정도로 저희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갔던 선생님입니다.”

학생 가족으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린 제주지역 모 중학교 교사 A씨가 끝내 세상을 떠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끼는 가운데, 사망 교사를 추억하는 제자들의 애달픈 사연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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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제주교사노조 사무실에서 제주 사망 교사를 추억한 최형준 군 ⓒ제주의소리

26일 하교 후 곧장 제주교사노조 사무실로 향해 언론 인터뷰에 나선 오현고등학교 2학년 최형준 군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A씨의 가르침을 받았다. “돌아가신 선생님과 3년 동안 방송부 활동을 했다”면서 각별한 인연을 전했다. 최형준 군 인터뷰는 제주교사노조가 마련했다. 

제주시 모 중학교에 재직 중이던 교사 A씨는 지난 22일 학교 내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지난 3월5일부터 이달 중순까지 자신이 맡은 반 학생 가족으로부터 민원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A교사는 무단결석과 흡연 문제로 해당 학생을 생활지도한 뒤, 학생 가족으로부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많게는 하루 열 차례에 달하는 항의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최형준 군은 중학교 동창 친구, 후배까지 수소문해 추모 글을 모았다. 선생님이 얼마나 열정적이고 멋진 교사였는지를 기억하는 청소년 50여명은 22일 밤 9시부터 다음 날 낮 12시까지 추모 글을 모았다.

선생님은 수업 중에도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 모두가 유쾌한 분위기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매일 노력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저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하셨고, 수업 시간마다 학생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실 만큼 엄청 존경하는 선생님이셨습니다.
- 강O권 학생

제가 중학교를 처음으로 재학하면서 적응 못하고 있을 때 제가 발전하도록 항상 올바른 길만 제시해주시던 분입니다. 덕분에 2학년때부터는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학생회에도 지원하여 학생회 생활도 이어나갔습니다. 학생회 생활도 쉽지는 않았지만 선생님께서 그떄도 항상 저를 지지해주며 솔선수범하시던 분입니다. 본인이 힘드셔도 교무실에서도 학년부장으로 동료 선생님분들께도 모범이 되어주셨습니다. 학생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노력하시던 분이였습니다.
- 김O영 학생

평소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선생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안타까운 일을 통해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주변 사람을 고통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최O석 학생

사망 교사의 제자들이 선생님을 추억하는 글을 모았다. 추모 글은 50여편이 모였다. ⓒ제주의소리
사망 교사의 제자들이 선생님을 추억하는 글을 모았다. 추모 글은 50여편이 모였다. ⓒ제주의소리

기자들 앞에 선 최형준 군은 “선생님은 선생 이상의 선생, 친구와 아버지 같은 의미를 가진 분이었다. 학생들 이름 하나하나를 기억해줬고, 말 한 마디 나누지 않은 학생이 없을 정도로 진심으로 다가갔기에 이렇게 많은 추모 글이 자발적으로 모아졌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친구에게 처음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다리가 후들거리고 눈물이 나왔다. 내가 선생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했고, 기억하고 추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라도 나서야겠다는 생각에 동창들에게 추모 글 작성을 제안했고, 1년 후배들도 동참하면서 하루 만에 많을 글을 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형준 군은 A씨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중학교 1학년 때였다. 모르는 것도 많고 진로 고민도 많아서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 시간마다 선생님을 찾아갔다. 그때도 힘든 티를 내지 않고 언제든 찾아오라고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연휴 때도, 밤에도, 크리스마스 때도 학교에 출근하셨다. 학교 보건선생님이 ‘건강이 걱정된다’고 조언하면서 식사를 잘 챙겨 드시라고 권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후식은 학생들에게 나눠주셨다”고 설명했다.

특히 “학생 지도 과정에서 갈등을 겪은 때도 있는데, 몇 시간 뒤에 학생들에게 찾아와서 ‘미안하다, 너희들이 싫어서가 아니라 좋은 길로 가기를 원하는 마음’이라고 먼저 말해주셨다”고 선생님의 열정을 추억했다. 

최형준 군은 “선생님은 정말 많은 일을 하셨다. 그 분을 보면서 열심히 사는 사람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교사 혼자서 너무 많은 짐과 책임을 짊어진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며 “학교 구성원마다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이해했으면 좋겠다. 그 사람이 왜 힘든지 어떻게 힘든지를. 학교 구성원, 사회 구성원들이 다함께 해결해야 할 점이 아닌가 싶다”라고 밝혔다.

한편, 최형준 군에 이어 인터뷰에 나선 이보미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은 “제도적 지원 없이는 교사 스스로를 보호하기 어려워졌다. 민원 창구의 일원화, 반복적·악성 민원에 대한 학교의 자체 종결권 부여 및 전담기관 이관, 교사 개인정보 보호 등,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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