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모 중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남편의 억울한 죽음 원인 밝혀져야”

23일 오후 40대 중학교 교사 A씨 분향소 앞에 근조화한이 놓여있다. ⓒ제주의소리
23일 오후 40대 중학교 교사 A씨 분향소 앞에 근조화한이 놓여있다. ⓒ제주의소리

23일 오후 제주시내 한 장례식장.

전날인 22일 숨진 40대 중학교 교사 A씨의 유가족은 “억울한 죽음의 원인을 풀어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20년 가까이 교사로 근무하던 40대 교사 A씨. 그는 전날 0시46분께 자신이 몸 담았던 학교의 창고에서 생을 마감한 채 발견됐다.

故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이 채 안 돼 일어난 비극이다. 현재까지 경찰은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유족에 따르면 A씨는 개학 직후부터 특정 학생의 반복되는 결석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학생의 출결일수가 고등학교 진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A씨는 등교를 권유하고 병결 처리에 필요한 진단서를 요청하기도 했다. 또 학생의 흡연 문제를 두고는 “끊기 어려우면 줄여보자”며 설득하려 했던 정황도 있었다고 전했다.

A씨와 학생 간 문자 메시지에는 “어디가 아파요?”, “오늘은 (결석) 안 돼요” 등 학생의 등교를 독려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학생이 가족에게 “선생님이 무서워 학교에 가기 싫다”는 취지로 말하며 민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유족은 “A씨는 이를 해결하고자 학생과 부모에게 직접 사과하려 했지만, 계속 연락이 닿지 않아 대응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A씨와 학생 가족간 통화 기록.  5월16일 하루 동안 A씨의 휴대전화에는 학생 가족으로부터 총 12차례의 전화가 걸려왔다.  ⓒ제주의소리
A씨와 학생 가족간 통화 기록.  5월16일 하루 동안 A씨의 휴대전화에는 학생 가족으로부터 총 12차례의 전화가 걸려왔다.  ⓒ제주의소리

그 사이 민원성 전화는 계속됐다. 5월16일 하루 동안 A씨의 휴대전화에는 학생 가족으로부터 총 12차례의 전화가 걸려왔다. 첫 민원이 제기된 3월15일에는 오전 7시 14분부터 전화가 왔을 정도로 시간과 상관없이 민원이 이어졌다고 한다.

유족은 “A씨는 집에서 민원 전화가 오면 조용히 밖으로 나가 받았다. 어린 두 자녀를 둔 가장으로서 힘든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며칠은 식사도 거르고 두통을 호소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유족이 A씨 자녀에게 “아버지 상에 좋아하는 음식을 올리자”고 하자, 자녀는 “평일엔 수업 준비, 주말엔 학교에 가느라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거의 없어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유족은 “그토록 성실하고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던 교사였다”며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생전 A씨가 학생에게 남긴 문자. ⓒ제주의소리
생전 A씨가 학생에게 남긴 문자. ⓒ제주의소리

A씨가 사망 엿새 전, 학생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에는 애틋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OO아, 너 누님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항상 OO 편에 누님 있다는 거 잊지 말고, 누님 말씀 잘 들어라. 그리고 담임 입장에서 학교 열심히 나왔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담배 못 끊겠으면 담배 줄였으면 좋겠다. 선생님도 담배 못 끊어서 죽겠다. (…) 잘 자고 내일 보자.”

A씨의 아내는 “남편의 억울한 죽음은 밝혀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분향실이 마련된 장례식장에는 제자들을 비롯한 동료 교사 등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이와 별개로 23일 오후 2시부터 도교육청 앞마당에 사망한 교사를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일반 도민과 동료교사, 학생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날 오후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분향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도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도교육청에 마련된 분향소는 이날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주말인 24~25일에는 오전 9시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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