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 격론 끝에 '부동의'...심의 과정서 "원희룡 지사 유체이탈 화법" 맹비난

 송악산 개발사업(뉴오션타운 조성사업)이 제주도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날 환경영향평가 동의안 심사에서 도의원들은 원희룡 제주도지사에 향해 '유체이탈 화법' '책임 의회 떠넘기기' 등 비판을 쏟아냈다. 박원철 위원장과 강성민 의원은 송악산 개발 자체를 제주도가 철회하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박원철)는 28일 오후 2시 제주도지사가 제출한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 등 5개 안건을 상정,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대에 오른 안건은 5개였지만 질문은 '송악산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에 집중됐다.

이상봉(더불어민주당, 노형을), 안창남(무소속, 삼양.봉개동) 의원은 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검토의견을 제주도가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송악산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이 제주도의회에서 '부동의' 처리됐다.
송악산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이 제주도의회에서 '부동의' 처리됐다.

이상봉 의원은 "환경영향평가에서 KEI 전문기관 의견이 초안이든 본안이든 실리지 않았다"며 "투명한 자료공개를 제주도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안창남 의원은 "환경단체와 이상봉 의원이 제기했는데 KEI 의견서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다"며 "심의위원회에 제대로 알리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하고, 감사까지 의뢰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에 박근수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은 "환경영향평가서가 접수되면 KEI 의견을 듣는다"며 "KEI 의견을 심의위원에게 거의 다 자료로 제공했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감사가 이뤄지면 충실히 임하겠다"며 "보는 관점에 따라 왜곡했다고 볼 수 있는데 저희들은 원칙대로 했다"고 답변했다. 

강성민(더불어민주당, 이도2동을), 안창남(무소속, 삼양.봉개동) 의원과 박원철 위원장(더불어민주당, 한림읍)은 원희룡 지사를 집중 성토했다.

강성민 의원은 "원희룡 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환경보호를 최우선하겠다고 하면서 송악산 유원지 개발을 반대했다"며 "엊그제 도정질문에서도 송악산에 대해 문화재 지정을 하겠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지사는 부정적으로 언급해놓고 왜 환경영향평가서 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해서 피곤하게 하느냐"며 "도청 차원에서 명확하게 입장을 정리하고 가야하는데 말 다르고, 행동이 다르다보니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고 꼬집었다. 

박근수 환경보전국장은 "그동안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5차례를 했고, 어렵게 조건부 통과해서 의회 동의 절차를 구하고 있다"며 "지사님 속까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뉴오션개발사업에 대해서는 부정적 관점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강 의원은 "지사는 정치인이다.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그동안 추진 경위를 봤을 때 지사 발언을 비교해보면 하겠다는 것인지,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도에서 사업 철회를 요구해야 한다"고 분명한 입장을 주문했다.

김용범 의원(더불어민주당, 천지.중앙.정방동)은 "환경영향평가 동의안 심사를 앞두고 지사가 발언했는데 직설적으로 들으면 사업허가를 안내주겠다는 뜻"이라며 "차라리 의회에 동의해 주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도지사가 송악산 유원지 개발사업에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언론플레이를 해놓고 만약 의회가 동의해주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따져묻기도 했다. 

박원철 위원장도 "도지사께서 송악산 개발에 반대하는 입장을 2018년도에 밝혔고, 도정질문에서도 '송악산 자연환경은 지켜야 한다는데 도정도 같은 입장이다. 문화재 지정은 필요하다면 절차를 진행하고, 특정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거부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답변했다"며 "사업추진에 부정적 견해를 여러 차례 밝혔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그런데 환경국장은 안건심사 과정에서 의회에서 심의 의결해주면 그때 가서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변하고 있다"며 "원희룡 지사가 유체이탈 화법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만약 의회에서 의결하면 '의회에서 하라고 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할 것이냐"며 "도지사 자신은 좋은 얘기는 혼자 다하면서 의회에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하고 부도덕하다. 차라리 사업을 철회하고, 사업자에게 사과하라"고 일갈했다. 

박 위원장은 "지사께서 환경을 최우선하고, 2014년 이후 대규모 개발사업 인허가를 한 건도 하지 않았다고 자부해 왔다"며 "송악산 개발사업은 공공정책 갈등 최고조에 이른 사업으로 지사의 답변을 듣고 사업추진을 안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동의안을 제출했다. 사업을 도정에서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4시10분부터 5시20분까지 1시간10분 동안 정회한 후 속개한 환도위는 송악산 개발사업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동의안을 '부동의' 처리했다.

박원철 위원장은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서협의내용 동의안은 KEI 검토의견이 누락 후 환경영향평가가 심의돼 본 사업에 대한 판단기준에 영향을 미쳤다"며 "공정성을 훼손했기 때문에 '부동의'한다"고 부동의 사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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