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탐나는가치 맵핑(1)] 마을공동목장⑬ / 풍력발전 임대 등 수익 다변화 창출 상명마을목장

 

무심코 지나쳤던 제주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고 지속 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지역 문제나 의제를 주민 스스로 발굴해 해결해가는 연대의 걸음이 시작됐다. 지역 주민이 발굴한 의제를 시민사회와 전문가집단이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한 뒤 문제해결까지 이뤄내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프로젝트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와 함께하는 ‘공동기획 - 탐나는가치 맵핑’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주민참여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한 연대가 될 것이다. 이번 도민참여 솔루션이 잊히고 사라지는 제주의 가치를 발굴·공유하고 제주다움을 지켜내는 길이 될 수 있도록 도민의 참여와 관심을 당부드린다.  [편집자 주]
제주시 한림읍 소재 상명리공동목장. ⓒ제주의소리
제주시 한림읍 소재 상명리공동목장. '탐나는 가치 맵핑' 프로젝트의 여섯번째 기행지인 제주시 한림읍 상명마을목장. 주변 8개의 마을목장들중 6개 목장이 골프장과 리조트 등에 팔려나가 개발되면서 제주 특유의 목축경관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상명마을목장은 골프장 등으로부터 매각 유혹을 이겨내고 풍력발전기를 세워 마을공동수입의 계기를 마련하고, 초지경관을 나름대로 잘 보존해나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광활한 목장 주변으로는 유명 골프장들과 리조트가 속속 들어섰다. 누가 보더라도 입지 좋은 중산간에 위치한 수십만 평의 토지. 해를 거듭할수록 거세진 개발압력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다.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공고히 하니 다른 대안도 보이기 시작했다. 기존 목장 활용에 더해 친환경 재생에너지인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데 품을 내줬고, 이는 앞으로 토지를 지켜나가야 할 당위성을 심어줬다. 주민들을 똘똘 뭉치게 한 계기가 된 것 또한 눈에 띈 성과였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의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 여섯번째 방문지는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금악리 일대에 위치한 상명공동목장이다.

지난 13일 오전 상명공동목장 태양광 발전 시설 인근 공터에서 시작된 이날 기행에는 안익주 상명공동목장 조합장이 참여해 마을목장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이날 상명리공동목장 현장 탐방에는 제주공동자원인 마을목장에 관심 가진 일반 시민과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학생들도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탐나는 가치 맵핑' 프로텍트의 여섯번째 기행지인 제주시 한림읍 상명마을목장. ⓒ제주의소리
상명마을목장 출발지에 모여 인사를 나누고 있는 '탐나는 가치 맵핑' 프로젝트팀. ⓒ제주의소리
'탐나는 가치 맵핑' 프로텍트의 여섯번째 기행지인 제주시 한림읍 상명마을목장. ⓒ제주의소리
'탐나는 가치 맵핑' 프로젝트의 여섯번째 기행지인 제주시 한림읍 상명마을목장. ⓒ제주의소리

조합이 소유한 목장 용지는 약 165.3헥타르(ha)다. 평수로 환산할 시 상명리를 중심으로 38만5000평의 목장 용지가 퍼져있고, 조금 떨어진 금악리 이시돌 목장 인근에 8만5000평이 추가로 분포돼 있다. 

이 용지는 목초재배용, 소 방목용, 풍력발전기 설치용 등으로 임대 중이다. 목장에서는 약 200마리의 소를 방목하고 있다. 목장에서 발생하는 수입은 주로 각종 세금 등을 납부하는데 사용되고, 풍력발전기에 따른 추가 수익은 마을 복지 등에 쓰인다.

실제 상명마을공동목장 초입에는 7기의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가동되고 있다. 마을로서는 토지를 임대해주는 조건으로 한해 MW당 1700만원씩, 한 기당 5100만원 정도의 보상이 돌아온다. 발전기가 총 7기니 한 해 약 3억5000만원 정도다.

마을은 발전기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여유 공간이 필요해 인근 토지 3만5000평을 추가로 매입했고, 사업자로부터 선수금을 받아 매년 1억원씩 갚아나가고 있다. 법인세 등을 제하면 실질적으로 마을에 들어오는 수입은 한해 약 1억9000만원 가량이다.

마을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보니 초기에는 이 수익을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했다. 수익을 조합원들에게 분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고, 노인요양시설과 같은 복지시설을 만들자는 주장도 나왔다.

여러 방안을 논의한 끝에 결론은 수익금을 적립해두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결국은 마을 공동의 이익을 위해 쓰일 자산으로, 시대에 맞는 아이디어가 도출된다면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계획이 서면서다.

'탐나는 가치 맵핑' 프로텍트의 여섯번째 기행지인 제주시 한림읍 상명마을목장. ⓒ제주의소리
'탐나는 가치 맵핑' 프로젝트의 여섯번째 방문 목장인 제주시 한림읍 상명마을목장. 방목중인 건강한 소들이 낯선 방문객들이 신기한듯 쳐다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탐나는 가치 맵핑' 프로텍트의 여섯번째 기행지인 제주시 한림읍 상명마을목장. ⓒ제주의소리
'탐나는 가치 맵핑' 프로젝트의 여섯번째 방문 목장인 제주시 한림읍 상명마을목장. 이날 상명마을목장 현장 탐방에는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학생들도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제주의소리
'탐나는 가치 맵핑' 프로젝트의 여섯번째 기행지인 제주시 한림읍 상명마을목장. 주변 8개의 마을목장들중 6개 목장이 골프장과 리조트 등에 팔려나가 개발되면서 제주 특유의 목축경관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상명마을목장은 골프장 등으로부터 매각 유혹을 이겨내고 풍력발전기를 세워 마을공동수입의 계기를 마련하고, 초지경관을 나름대로 잘 보존해나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탐나는 가치 맵핑' 프로젝트의 여섯번째 기행지인 제주시 한림읍 상명마을목장. 주변 8개의 마을목장들중 6개 목장이 골프장과 리조트 등에 팔려나가 개발되면서 제주 특유의 목축경관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상명마을목장은 골프장 등으로부터 매각 유혹을 이겨내고 풍력발전기를 세워 마을공동수입의 계기를 마련하고, 초지경관을 나름대로 잘 보존해나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안익주 조합장은 "마을목장을 가꾼 윗대의 마을 주민들이 대대손손 물려 준 자산으로, 재산을 잘 보존해 수익을 얻게됐으니 필요하다면 다음 세대에라도 물려줄 수 있지 않겠나"라며 "자산과 자원이 남아있다면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 일이라고 하지만 토지를 지켜내는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이미 상명공동목장을 에워싸는 형태로 골프장이 넓게 분포돼 있다. 개발 자본의 유혹도 적지 않았기에, 한림읍 일대 8개 공동목장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마을목장은 멀리 금당목장을 비롯해 상명목장까지 단 2곳 뿐이다. 

지금까지 마을 자산을 지켜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어려움은 적지 않다. 황폐화된 목장의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첫번째 과제다.

안 조합장은 "예전에는 행정에서 비료나 종자도 지원해줘 초지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과거 일부 업자들의 축산폐수 해양 투기로 인해 지금은 지원이 일절 끊긴 상태"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잡초가 무성한 목장 부지에는 곳곳에 짧달막한 가시나무까지 분포돼 있었고, 방목된 소들도 먹을만한 풀을 찾아 헤매이는 모습이었다. 초지 복원을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제초제며 비료며 인력까지 동원하려다보니 너무 막대한 예산이 소요돼 두 손을 들어야 했다.

안 조합장은 "초지만 복원된다면 목장으로 사용하든, 친환경 관광 목적으로 사용하든 여러 쓰임새가 있을텐데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탐나는 가치 맵핑' 프로젝트의 여섯번째 기행지인 제주시 한림읍 상명마을목장. ⓒ제주의소리
'탐나는 가치 맵핑' 프로젝트의 여섯번째 기행지인 제주시 한림읍 상명마을목장. ⓒ제주의소리
'탐나는 가치 맵핑' 프로젝트의 여섯번째 기행지인 제주시 한림읍 상명마을목장. ⓒ제주의소리
제주시 한림읍 상명마을목장을 찾은 '탐나는 가치 맵핑' 프로젝트팀. ⓒ제주의소리
'탐나는 가치 맵핑' 프로젝트의 여섯번째 기행지인 제주시 한림읍 상명마을목장. ⓒ제주의소리
'탐나는 가치 맵핑' 프로젝트의 여섯번째 기행지인 제주시 한림읍 상명마을목장. ⓒ제주의소리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역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현재 상명공동목장 부지의 약 3분의 1 가량은 곶자왈지대로, 최근 실시된 연구용역에서는 일부 토지는 '곶자왈보호지역'으로, 그외 일반 초지지역은 '곶자왈관리지역'으로 분류된 상태다. 이에 재산권 침해를 우려하는 주민들이 먼저 들고 일어났다는게 안 조합장의 설명이다.

이 같은 우려에 '탐나는가치 맵핑' 프로젝트팀은 올해 도내 마을공동목장 방문 일정이 끝날 즈음인 다음달 중 전문가들과 함께 관련 토론회를 갖고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이날 기행에 참여한 제주대 사회학과 강다경(22)씨는 "남아있는 목장들도 비슷한 고민을 동시다발적으로 겪고 있다는 것인데, 직접 와보니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다"며 "제주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같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책임감을 갖게되는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은 지속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위해 지역의 다양한 의제를 주민 스스로 발굴하고 발견된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한 뒤 해결까지 모색하는 도민참여형 프로젝트다.

첫번째 주민발굴 의제로 ‘마을공동목장’을 택한 프로젝트팀은 지난 8월 금당목장과 남원한남공동목장(머체왓숲길), 9월 하원공동목장, 10월 신례리공동목장, 장전공동목장을 방문한 바 있다.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프로그램은 현장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제주 곳곳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 구글 플레이나 앱스토어에서 ‘mapplerk3’를 내려받아 회원 가입한 뒤 커뮤니티 검색에서 ‘Save Jeju’를 검색, 가입하면 된다.

이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곳곳의 가치들을 영상과 글, 사진 등을 통해 기록하면 된다. 회원 가입을 하지 않더라도 홈페이지(mapplerone.net/savejeju)에서 공유된 가치들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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