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6일 산불경보 ‘주의→경계’ 격상
제주시, 9일 저녁 ‘불 관련 행사 취소’ 결정

강병삼 제주시장은 10일 오전 9시 30분 시청 기자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전국적인 산불 우려로 2023 제주들불축제 중 불 관련 행사를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제주의소리
강병삼 제주시장은 10일 오전 9시 30분 시청 기자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전국적인 산불 우려로 2023 제주들불축제 중 불 관련 행사를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제주의소리

전국적인 산불 위험에 따라 결국 지난 9일부터 진행 중인 제주들불축제가 일부 취소됐다.

강병삼 제주시장 10일 오전 9시 30분 기자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새별오름 일대에서 열리는 2023 제주들불축제 일정 중 ‘오름 불놓기’ 등 불 관련 행사를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강풍을 동반한 건조한 날씨로 산불 경보가 격상되고 정부 부처가 산불방지 대국민 방화문을 발표함에 따른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일부터 4월 30일까지 ‘산불특별대책기간’으로 지정하고 산불 경보도 ‘주의’ 단계에서 ‘경계’ 단계로 격상 발령했다.

제주시는 산불경보가 ‘경계’ 단계일 때는 산림보호법에 따라 오름불놓기 등 불 관련 행사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산불경보 ‘경계’ 단계는 전국 산림위험지수가 66이상인 지역이 70% 이상일 때 발령된다.

이에 제주시는 9일 오후 7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들불 희망불씨 모심 퍼포먼스 △광장 소원달집 태우기 △제주화산쇼 △달집점화 △오름불놓기 등 불 관련 행사 취소를 결정했다.

다만, 개막공식행사와 희망기원제, 마상마예 공연, 듬돌들기, 제주화합 전도 풍물대행진 등 불과 관련 없는 행사는 정상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제주시가 밝힌 대로 6일부터 이미 불놓기 행사가 법적으로 금지됐음에도 불구하고 3일 뒤인 9일 프로그램 일부 취소가 결정된 것은 뒤늦은 판단 아니냐는 질의가 쏟아졌다. 

브리핑에 나선 강병삼 시장은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제주지역의 산림위험지수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48로 관심 단계에 불과했다”며 “그래서 행사를 정상적으로 추진할 여지는 없는지 산림청에 질의하기 위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다”고 대답했다. 

이어 “제주시 공직자뿐만 아니라 시민 여러분들께서도 열망을 갖고 준비를 해주신 상태였기 때문에 곧바로 취소 결정을 내리긴 어려웠다”며 “내부 논의도 계속 진행하고 산림청의 규정도 찾아봤지만 위법하다는 것을 알면서는 할 수 없기에 취소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이같이 봄철 집중되는 산불 등 이유로 앞으로의 축제를 정상적으로 개최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들불축제가 20년 넘게 이어오며 하나의 지역 문화로 자리잡은 만큼 축제가 모두 끝난 뒤 평가위원회를 통해 폭넓은 시민 의견을 듣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제주들불축제는 여러 이유로 몇 차례 취소된 전력이 있다. 2011년에는 전국적인 구제역 파동 여파로 축제를 열지 못했으며,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취소됐다. 

지난해에는 울진과 삼척에서 대형 산불이 발행해 열흘간 1만 6000헥타르(㏊)의 숲이 불에 타고 주택 331채가 소실돼 주민 468명이 갈 곳을 잃게 되는 등 피해가 심각해 급히 행사를 취소하기도 했다. 

기후위기에 따라 행사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는 “제주시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보다 시민 의견을 수렴하면서 결정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축제가 끝난 뒤 평가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모처럼 4년 만에 축제를 정상적으로 개최해 축제 완성도를 높이고 세계인이 공감하는 글로벌 축제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하는 등 제주시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힘차게 달려왔으나 부득이 일부 취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담화문과 산불경보 격상 조치에 따라 불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취소하게 돼 시민과 관광객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불을 소재로 하지 않는 행사는 정상 진행되니 시민들과 제주시 전직원이 함께 준비한 다양한 즐길거리와 볼거리를 즐겨달라”며 “제주의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는 제주들불축제에 많은 성원과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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