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우려 2년 연속 불놓기 취소...환경훼손-기후위기 공론화 가속
오영훈 지사 “시대 달라졌다” 제주시에 축제방향 재검토 논의 당부

전국적인 산불 위험 속에서 제주들불축제 불놓기 행사가 2년 연속 취소되면서 향후 축제의 방향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3일 제주시에 따르면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제주들불축제를 찾은 방문객은 7만9226명으로 당초 예측한 30만명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일별 방문객은 10일 2만5277명, 11일 5만1348명, 12일 2601명이다. 11일에는 시간당 5만명 방문을 기대했지만 불놓기 행사가 취소되면서 전망치가 모두 엇나갔다. 

들불축제는 가축 방목을 위해 마을별로 불을 놓았던 목축문화를 재현한 문화관광 축제다. 풍요를 기원하고 액운을 떨친다는 의미로 오름 전체에 불을 놓는 모습이 압권이다.

1997년 옛 북제주군에서 故 신철주 군수 주도로 기획해 마을별로 행사를 열었다. 이어 2000년부터는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으로 장소를 옮겨 개최하고 있다.

당초 수복강녕과 풍요를 위해 매해 정월대보름에 맞춰 열렸다. 이 과정에서 폭설과 강풍 등 악천후가 반복되자 2013년부터는 경칩으로 옮겨 겨울이 아닌 봄에 열리고 있다.

제주에만 존재하는 오름 전체가 불에 타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짧은 시간에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2015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우수축제에 이름을 올렸다.

제주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2012년부터 100억원을 투입해 30여 차례 공사에 나섰다. 차량 3000대를 세울 수 있는 10만4243㎡ 규모의 주차장도 조성했다. 이는 축구장 15배 크기다.

오름 주변으로 거대한 주차장이 들어서면서 환경훼손 논란이 일었다. 오름에 불을 놓기 위해 화약과 기름을 사용하면서 기후변화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확산됐다.

더욱이 개최 시점을 봄철로 변경하면서 산불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민둥산인 새별오름은 별도의 방화선도 구축돼 화재 확산 우려가 낮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실제 지난해 강원과 경북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사회적 분위기가 악화되자, 개막식을 일주일여 앞두고 들불축제의 모든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올해는 위법 논란까지 더해졌다. 정부는 행사 개최를 사흘 앞둔 6일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경계’로 상향 조정하고 4월30일까지 산불특별대책기간으로 정했다.

산림보호법 시행령 제23조 제2항에 따른 ‘산불경보별 조치기준’에는 경계 단계에서 산림 및 산림인접지역에서의 불놓기 허가가 모두 중지된다. 

제주는 이보다 낮은 ‘관심’ 단계였지만 여론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전국으로 산불로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일부로 불을 지르는 축제가 공감대를 얻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영훈 도지사도 이날 간부회의에서 “제주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전국적인 상황과 기후위기, 기후변화, 생태 등도 감안해야 한다”며 시대 변화의 불가피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제주는 산불이 나지 않고 개연성도 적지만 전체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제주시 차원에서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공식적인 논의를 당부했다. 

이에 제주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당장 오름에 설치된 화약 철거는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됐다. 제주시는 화약 제조 업체 등과 협의를 거쳐 회수 및 철거 방안을 정하기로 했다.

축제에 대한 의견 수렴과정도 난항이 예상된다. 제주시는 행사가 끝난 후 축제평가위원회를 열기로 했지만 신청자가 당초 목표인 50명에 크게 모자라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에 제주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별도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들불축제 개최 시점과 불놓기 존치 여부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 관계자는 “과거에는 날씨가 축제의 가장 큰 변수였지만 현재는 고려해야 할 부분이 달라졌다”며 “시민들의 생각이 중요한 만큼 의견수렴을 통해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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