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목장도 ‘제주농업유산’…보전 노력 관심 가져달라”
“마을목장도 ‘제주농업유산’…보전 노력 관심 가져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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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탐나는가치 맵핑(1)] 마을공동목장⑪ / 김대석 장전공동목장 조합장
무심코 지나쳤던 제주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고 지속 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지역 문제나 의제를 주민 스스로 발굴해 해결해가는 연대의 걸음이 시작됐다. 지역 주민이 발굴한 의제를 시민사회와 전문가집단이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한 뒤 문제해결까지 이뤄내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프로젝트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와 함께하는 ‘공동기획 - 탐나는가치 맵핑’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주민참여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한 연대가 될 것이다. 이번 도민참여 솔루션이 잊히고 사라지는 제주의 가치를 발굴·공유하고 제주다움을 지켜내는 길이 될 수 있도록 도민의 참여와 관심을 당부드린다.  [편집자 주]

고려시대부터 해발 200~600m 제주 한라산 중산간에 분포한 자연 초지에서 이뤄진 마소 방목. 일제강점기 공출을 목적으로 마을공동목장이 조성된 이후에도 꾸준히 방목이 이뤄졌지만, 목축환경의 변화로 마을목장은 위기를 맞고 있다. 

농가가 마소를 방목하기보단 축사에서 사료를 주며 키우기 시작하게 되면서 점차 존재 목적이 사라진 목장은 드넓은 초지가 펼쳐진 데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덕분에 개발 업자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있다.

어떻게든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마을공동체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생존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매각 위기에 놓인 마을공동목장.

다양한 방식의 수익사업을 통해 목장의 가치를 지켜나가고 있는 제주시 애월읍 장전공동목장을 지난 23일 [공동기획 –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프로젝트팀이 방문해 김대석 조합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제주의소리
궷물오름 일대 장전공동목장 부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대석 조합장. 그는 사유지를 공개하고 주차장 마저 방문객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방했지만 각종 세금은 오롯이 조합이 떠안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목장이 처한 위기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주도 목장 전체의 문제입니다. 매각 문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산세조차 낼 수 없게 된다면 목장을 이어갈 명분도 사라져 매각은 시간문제가 되죠. 목장도 제주도의 농업유산인 만큼 많이 관심갖고 지원해주셨으면 합니다.”

김 조합장은 학창 시절부터 목장을 오르내리며 아버지를 따라 ‘촐’을 베고 방화선을 구축하는 등 소를 키우는 데 힘을 보태왔다. 시야를 가리는 나무가 없었던 시절 소를 이끌고 목장에 올라 궷물에서 물을 먹인 뒤 옆에서 도시락을 까먹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집집마다 키우던 소를 여름이면 목장에 올려보내 풀어두고 키웠고 겨울이 다가오면 집으로 내려보내 외양간에서 워낭소리를 듣던 시절이었다. 

다른 지역을 뜻하는 ‘웨방’에서도 소를 풀어놓기 위해 장전리로 향할 만큼 넓은 초지와 풍광을 자랑한 장전공동목장의 목축 문화 전성기를 경험했던 그에게 목장은 둘도 없는 자산이었다.

하지만 목축환경이 변하면서 소를 방목하며 키우는 사람이 줄어들었고 마을공동목장은 점차 위기에 놓이게 됐다. 

앞선 조합장들은 목장의 명맥을 잇기 위해 국유지와 분산된 목장부지를 맞바꿔 활용 방법을 고민했고 행정의 도움을 받아 제주마 생산기지를 조성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제주 특유의 목축경관을 포기한 채 거대 자본에게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을 넘기게 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판단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자본 논리에 따른 명분이 약해지고 있어 어려움이 따른다.

ⓒ제주의소리
우거진 억새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한 마리의 말이 탐나는가치 프로젝트팀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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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조합장과 함께 궷물오름 일대를 둘러보고 있는 탐나는가치 맵핑 프로젝트팀. ⓒ제주의소리

김 조합장은 “조합원의 관심은 당연히 목장을 활용해 벌어들일 수 있는 이익에 집중된다. 나이 드신 분들은 목장을 팔아 죽기 전에 용돈이라도 쓰고 남은 것을 자식들에게 나눠주려 하고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은 목장을 지켜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제주에 불어닥친 개발 광풍으로 지가가 상승하기 전에는 목장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적었지만, 돈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목장은 물려받은 ‘자산’이 아닌 소유하고 있는 ‘재산’이 됐다. 

마을공동목장을 연구한 많은 연구자는 목장 매각에 따른 마을공동체 해체와 중산간 자연, 경관 자원 훼손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김 조합장 역시 마을공동체 해체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을 잃게 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었다. 매각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조합 내 갈등이 빚어지고 매각으로 귀결된다면 결국 자산마저 지키지 못하게 되는 것.

그나마 다양한 사업을 통해 운영 가능할 정도의 수익을 내 조합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며 설득하고 있어 버티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불안한 임대 수익과 지출되는 세금 때문에 불안한 것이 현실이다. 

김 조합장은 “궷물오름 같은 경우 일부가 조합 사유지임에도 불구하고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오름을 오를 수 있도록 주차장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며 “좋은 의미로 주차장도 제공하고 있는데 세금은 나날이 늘어가니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나 제주시에 세금을 줄여주는 등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건의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며 “공익적 목적으로 주차장 부지를 제공하는 만큼 행정에서도 도와줬으면 한다. 세금 감면이 아니라면 적어도 목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대책이나 조례를 마련해달라”고 피력했다.

장전공동목장은 전통적인 제주도 목축 문화를 잘 보전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목장 중 하나다. 예로부터 목장을 맡아온 목감터가 궷물오름에 남아있고 매해 음력 7월 14일이 되면 우마의 번성을 기원하는 ‘백중제’를 올리고 있다.

목축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제주에서 장전공동목장조합이 직접 백중제를 지내고 있는 것은 그 문화를 계승하고 보전하겠다는 하나의 다짐과도 같다. 

백중제 날이 되면 쌀과 조로 밥을 짓고 육고기와 생선 등 음식을 궷물오름 한편에 마련한 제단에 고이 진설한다. 제관은 조합 임원들이 돌아가며 담당하고 있으며 목장의 보전과 번영을 기원한다. 

김 조합장은 “전통 목축 문화를 보전하고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지켜내 도민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그만큼 행정에서도 자연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사적 이익을 위함이 아닌 공적 이익을 위하는 일인 만큼 목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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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음력 7월 14일마다 장전공동목장조합이 지내고 있는 백중제의 제단. ⓒ제주의소리
사진=강만익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 특별연구원.
백중날 제사를 지내고 있는 장전공동목장조합원. 예로부터 이 시기엔 제주도의 여러 마을에서는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농사를 위한 제사를 지냈다. 백중제를 지내는 백중날에는 물맞이와 해수욕을 하는 풍속이 있는데 지금까지도 제주에 전해지고 있다.  사진=강만익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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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솟아나는 '궷물' 아래에는 소들을 방목할 당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해둔 작은 못이 존재한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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