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제주지법 오는 5일 4.3생존수형인 특별재심 세번째 심문 예정... ‘미군정 재판’도 쟁점

제주4.3특별법 전면 개정 이후 첫 특별재심 개시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4.3 재심 사유와 청구 자격 뿐만 아니라 ‘미군정’도 쟁점이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오는 5일 4.3생존수형인 고태명(1932년생) 할아버지 등 34명이 청구한 특별재심 세 번째 심문기일을 가질 예정이다. 

제주지법은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7일까지 휴정기를 갖고 있으며, 매년 2월쯤 전국단위 법원의 인사이동이 예정됐다. 형사2부가 인사이동이 이뤄지기 전에 4.3특별법 전면 개정 이후 첫 특별재심을 마무리하기 위해 휴정기에 심문기일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재심 사유와 청구자격에 대한 쟁점 등으로 재심 개시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1948년 7월 17일 공포됐는데, 이번 특별재심 청구자 중 1명이 이보다 앞선 1947년 재판을 받은 피해자다. 헌법 공포 이전에 미군정 체제 하에서 미국 법령에 따라 형사처분을 받았다. 

전면 개정된 4.3특별법 제14조(특별재심)에 ‘형사소송법과 군사법원법에도 불구하고 재심의 청구는 제주지방법원이 관할한다’고 명시됐다. 

4.3과 관련된 특별재심은 제주지법이 담당케 한 조항인데, ‘주권면제’ 원칙과 충돌한다. 

주권면제 원칙은 모든 국가의 주권이 평등하다는 원칙에 따라 재판을 통해 내정간섭을 막는 취지로,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관습법이다. 

미군정 당시 법정에 섰던 4.3피해자들에 대한 재심을 우리나라 법원에서 진행하게 되면 주권면제 원칙과 충돌해 외교적 문제로 커질 수 있다. 4.3진상조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미국 법령에 따라 형사처벌 받은 4.3피해자는 수백명에 이른다. 

만일 미군정 당시의 피해자들에 대한 특별재심을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추가적인 문제도 예상된다. 

무죄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은 형사보상과 손해배상 등 절차에 따른 정당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 미군정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우리나라에 청구할지, 미국에 청구해야할지도 복잡한 문제가 된다. 

개정 4.3특별법에 따라 미군정 시기 4.3 피해자들의 특별재심이 제주지법에서 가능하다 하더라도 추후 손해배상 등 절차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사법부에서 판례는 매우 중요하다. 4.3특별법 전면 개정 이후 처음 진행되는 이번 특별재심은 추후 이뤄지는 재심의 ‘지침’이 될 수 있어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쟁점으로 인해 제주지법이 두 차례 심문기일에도 4.3특별재심을 개시하지 못하고 있다. 재심 사유와 청구자격, 미군정 관련 쟁점 등이 사전에 조율돼야만 나중에 예상치 못한 문제를 사전 방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주지법은 오는 5일 4.3특별재심 심문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심문절차 마무리와 함께 4.3특별재심 개시가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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